삼성전자, 53년 만에 첫 임금협약…"공동성장의 동반자 되길"

10일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열린 삼성전자 임금협약 체결식 현장 (왼쪽부터)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손우목 부위원장, 노동조합 공동교섭단 김항열 위원장, 최완우 DS부문 인사팀장, 신인철 삼성전자 교섭대표.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노동조합과 임금협약을 맺었다.

삼성전자와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은 10일 경기 용인 기흥캠퍼스 나노파크에서 최완우 DS부문 인사팀장(부사장)과 4개 노조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2021·2022년 임금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노사는 기존에 회사가 정한 2021년(평균 7.5%), 2022년(평균 9%) 임금 인상률을 따르기로 하고, 명절배려금 지급 일수(3일→4일) 확대 및 올해에 한해 재충전휴가 미사용분 보상 등에 합의했다.

아울러 노사는 '노사상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직원들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및 근무만족도 향상을 위한 제도 개선에 대해 협의하기로 하는 등 상생의 노사문화 정착을 위해 지속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최 부사장은 협약식에서 "공동 성장의 동반자로 상호 진정성 있는 소통과 협력을 통해 발전적 미래를 함께 그려 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사는 지난해 10월부터 임금교섭을 시작했고, 이후 교섭이 해를 넘기자 올해 임금교섭을 병합해 협상을 벌여왔다. 노사는 본교섭 11회, 실무교섭 20회 등 총 31회의 단체교섭을 진행했다.

노조는 초기에 전 직원 계약 연봉 1천만원 일괄 인상, 매년 영업이익 25%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노조는 올해 2월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조정 중지' 결정을 받으며 창사 이래 첫 파업 가능성을 언급했고, 최고경영자와의 대화를 요구해 DS부문 경계현 대표이사(사장)와 면담을 했다.

이후에도 양측의 의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노조는 4월부터 지난달까지 90여일 간 서울 용산구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자택 앞에서 임금교섭을 촉구하는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노조는 협상이 지나치게 장기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추가 임금인상 요구를 접으며 양보했고, 회사 측도 명절배려금 확대 등 실질적인 복리후생 조치를 약속하면서 합의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노조와 임금협약을 체결한 것은 1969년 창사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8월에는 노조와 첫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삼성에서는 이른바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더 이상 삼성에서는 '무노조 경영'이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며 '무노조 경영 폐기' 선언을 한 이후 노동조합이 여럿 생겼다.

현재 삼성전자에는 총 4개의 노조가 있으며, 가장 규모가 큰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은 조합원 수가 약 6천명이다. 작년 기준 삼성전자 국내 임직원(11만2868명)의 5.3% 규모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손우목 위원장대행(부위원장)은 "추가 임금인상을 이루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복리후생 개선 조치를 포함해 첫 임금협약을 이뤄낸 점은 의미가 있다"며 "이번 협약 체결을 계기로 노사 간 신뢰 관계가 강화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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