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외로움·쓸쓸함 진정시킨 다비, '음악'으로 전할 복음

미니 4집 '제네시스3' 발매 이틀 전이었던 지난 1일 오후, 싱어송라이터 다비를 만났다. ALLWAYS, 제이지스타 제공
2020년 7월 KBS2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나왔을 때 '이제 좀 인생이 풀리나'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빠른 속도로 전 세계에 퍼진 역병의 힘은 강력했고, 공연은커녕 바깥출입조차도 수월하지 않은 시기가 성큼 다가왔다. 가수 겸 프로듀서로 활동해 온 다비는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얼마나 무용한지 깨달았으며, 극단적 시도를 하려고 했을 만큼 괴로워했다. 오랫동안 멀리하던 하나님을 다시 만났고, 그 말씀에 영감을 받아 올해에만 두 장의 미니앨범을 내게 됐다.

길었던 코로나19 시기를 보낼 때 저마다의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세상을 떠날 생각까지 했었다는 다비의 고백은 예상 밖이어서 잠시 공기가 무거워지는 듯했다. 그러나 그는 솔직한 이야기를 매우 담담하게 풀어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신의 말씀 덕분이었다. 새 앨범 '제네시스3'(GENEZIS3)에도 십분 반영됐다. 앨범 발매 이틀 전인 지난 1일 오후, 서울 강남구에서 진행한 라운드 인터뷰에서 다비를 만나 여러 이야기를 들었다.

최근 3년간은 다비에게도 만만치 않은 시기였다. 코로나로 인해 공연을 도무지 할 수가 없었다. "공연을 하나도 못 하고 지내느라…"라고 운을 뗀 그는 "그때 제가 하나님을 제대로 다시 만났다. 그다음부터는 계속 하나님 생각했다. 교회를 다녔다"라고 말했다. 내 의사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거대한 변화 앞에서 깨달은 것도 있다. 다비는 "계획 이런 게 정말 쓸데없다, 계획을 버리자 하는 걸 발견했다. 이 앨범도 의도해서 만든 게 아니라 '만들어졌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3일 저녁 6시 공개된 네 번째 미니앨범 '제네시스3'는 그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팝 재즈와 알앤비에, 힙합 요소가 들어가 새로운 도전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부드러운 선율의 재즈와 트렌디함이 돋보이는 힙합을 고루 담아 대중에게 '어둠 속 빛을 찾아가기 위한 여정'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올해 3월 나온 '?'의 두 번째 시리즈 '투데이'(Today) 앨범 이후 천천히 기획해 빛을 보게 됐다.

'제네시스3'는 지난해 12월 시작한 연작 앨범 '?'의 세 번째 결과물이다. ALLWAYS, 제이지스타
이번 앨범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흑암' '혼돈' '공허' '욕심 '살인' '거짓말'이다. 다비는 "빨리 나도 뜨고 싶다, 잘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었고 그 욕심이 계속 나를 죽였다. 그렇게 되지 못한 현실 때문에 늘 낙담하고 좌절하면서도 사람들 앞에 설 때 '난 괜찮아' 하는 거짓말이 끼어 있었다. 그래서 너무 외롭고 힘들고 쓸쓸했던 것 같다"라고 고백했다. 앨범을 다 만들고 공개를 앞둔 이날은 그런 부정적 감정이 "많이 진정됐다"라고 밝혔다.

"100% 하나님의 말씀" 덕분에 힘을 받아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는 다비는 "제가 이 세상을 떠나려고 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사람의 말이나 위로, 성공 등으로 절 살릴 순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내 인생이 내 마음대로, 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나는 이렇게 되고 싶은 욕심이 큰데 뒷받침해줄 힘이 없구나, 그런 현실을 자각했을 때 오는 좌절이나 절망감이 있었다"면서도 "너무 바닥을 봤기 때문에 죽기가 무섭더라"라고 부연했다.

성경을 읽으며 힘을 얻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힘이 됐던 것은 '마태복음' 16장 16절 "주는 그리스도요,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십니다"라는 구절이었다. 다비에게 이번 앨범은 '음악으로 전하는 복음'에 가깝다. 이전 '투데이' 앨범이 좀 더 가스펠적인 성격이 강했다면, 이번에는 세련된 사운드로 무장해 '그냥 힙합 앨범인데?' 하는 인상을 준다는 게 차이점이다.

다비는 "만들면서 되게 긴가민가했다. 맞게 하는 건가? 내가 지금 합리화하는 게 아닌가? 하나님이라는 존재를 끌어다 놓고 내 욕망과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서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질문을 많이 던졌다. 결론을 맺은 게 있다면 가사 끝에다가 성경 구절을 적은 거다"라며 "(신의) 말씀을 전하게 돼 행복한 앨범이고 이 자리도 너무 감사한 자리"라고 말했다.

타이틀곡은 '플라잉'과 '그놈의 돈'이다. 각각 빅나티와 장지수(꽈뚜룹)가 피처링했다. ALLWAYS, 제이지스타
타이틀곡은 '플라잉'(Flying)과 '그놈의 돈'이다. '플라잉'은 뒤늦게 타이틀곡이 됐는데 피처링한 빅나티의 존재가 컸다. 다비는 "빅나티씨가 요즘 잘나가시지 않나. (곡에) 피처링 받으면서 판도가 바뀌었다"라며 "영(young)한 리스너들이 들었을 때 '어, 이거 너무 좋은데?' 그런 느낌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놈의 돈'을 두고는 "주변 사람들한테 들려줬을 때 뭐가 제일 타이틀 같냐고 했을 때 이게 타이틀곡 같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밝혔다.

'쇼미더머니8'에 나온 모습으로 빅나티를 알게 됐다는 다비는 "나이가 어렸는데도 재즈에 관해 굉장한 이해도를 갖고 계신 것 같았다. 재즈 좋아하고 재즈에 대한 마음이 있으시구나 해서 처음에 인스타로 연락했고, 요번 앨범에 '플라잉'이 재즈 느낌이 있어서 피처링 가능하냐고 물었다. 원래 너무 바빠서 피처링 안 하려고 했는데 '이런 곡이라면 제가 빠질 수 없네요'라고 흔쾌히 해 주었다"라고 전했다.

만족감을 묻자 "(빅나티가) 완전 충족해줬다"라고 자신 있게 답했다. 다비는 "곡마다 성경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플라잉'이 가장 교만하고 거만한 이야기다. 빅나티씨가 스웨그 넘치는 거만한 느낌을 잘 낸 것 같다"라며, 자신이 쓴 '이기주의'라는 곡 가사와 이번 '플라잉'에서 빅나티가 쓴 가사가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고 귀띔했다.

앞서 언급한 두 곡이 '국내 활동 타이틀'이라면 '후 앰 아이'(Who am i)와 '아이'(I)는 해외 활동 시 타이틀로 세웠으면 하는 곡이다. 두 곡 모두 다비가 작사, 작곡, 편곡을 혼자서 해냈다. '후 앰 아이'는 이번 앨범 수록곡 중 유일하게 피처링이 없는 곡이기도 하다. '다비즈 룸'(DAVII'S ROOM)은 오왼, '아이'는 홀랜드, '플라잉'은 빅나티, '이기주의'는 큐 더 트럼펫, '그놈의 돈'은 장지수(꽈뚜룹)와 함께했다.

다비의 '제네시스3' 콘셉트 사진. ALLWAYS, 제이지스타
이번 앨범 '제네시스3'가 성경의 창세기 3장에서 시작됐다면, 다음 앨범은 3장 15절을 중심으로 하나님을 다시 만날 수 있는 징검다리에 관한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그는 "다음 앨범은 좀 더 찬양이 될 것 같다. 가사로 보면 CCM 앨범이랄까. 장르적으로는 제가 (기존에 만들어온) 음악 스타일이 될 것 같고. 대놓고 찬양이 될 텐데, (그에 비하면) 이번 앨범은 세상 노래"라고 말했다.

종교적 색채를 담은 것 때문에 대중이 진입장벽을 느끼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다비는 "그런 고민은 있었다"면서도 "전혀 상관없이 느껴졌다. 가사를 많이 듣지 않더라. 음악이 좋으면 듣더라"라고 답했다.

그는 대중이 "널 죽여버리고 싶어" "널 먹어버릴 거야" 등의 과격한 가사 곡은 아무렇지 않게 듣지만 예수님 안에 생명과 평안이 있고 어두운 생각을 물리칠 힘이 들어 있다고 하면 거부감을 갖는다며 "(제가) 눈치 봐야 할 건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좀 더 들었으면 좋겠다. 하나님 안 믿는 사람들이어도 '음악 너무 좋다'고 했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고민은 없었을까. 다비는 잠시 고민한 후 "요즘은 장르 다양성이 존중되는 시대이다 보니까 그냥 하고 싶은 걸 다 했던 것 같다. 만들 때는 음악을 나만 듣고 있어서 '이게 절대적이야' 하는 답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굉장히 세계적인 음악이 나왔어!' 하고 자신감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라며 웃었다.

다비의 네 번째 미니앨범 '제네시스3'는 지난 3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발매됐다. ALLWAYS, 제이지스타
이어 "요즘 표절 논란도 있고 하지만,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내가 (음악을) 들어온 게 있기 때문에 장르적으로 모든 걸 완벽하게 새롭게 창조한다는 건 어렵다고 본다. 그걸 새롭게 뒤집을 수 있는 건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하지 않은 내용을 한다면 새롭게 느껴질 수 있고, 새로운 멜로디와 새로운 느낌이 형성될 거라고 본다"라고 밝혔다.

다비는 "(남들이) 이야기하고 있지 않은 것을 하고 있다는 마음이 들 때, '이 노래는 (그동안) 세상에 없는 노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그제야 제가 다른 음악과 경쟁하는 것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내가 이걸 이겨야겠다' '이것보다 더 좋은 음악을 만들어야겠다'가 아니라 '이건 음악 자체로 의미가 있고 전달될 때도 의미가 있다'가 되었다"면서 "(듣고 나서) '그래서 어쩌라는 거지?' 해도 좋으니, 근본적인 것에 질문을 던지게 하는 앨범이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바랐다.

"세상을 훑어보면 많은 사람들이 성공하기 위해서 달려가요. 저 역시도 그랬죠. 성공이 항상 그냥 더 많은 대중이 날 알고 있는 것, 유명한 아티스트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으니, 사람들의 반응도 너무 중요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너무너무 중요했는데 그게 다 변했어요. 성공의 기준이 다 변했어요. 제가 행복한 거로요. 행복한 게 성공의 기준이 됐고, 행복해요!"

요즘 '나 맞게 가고 있나?' 하는 질문을 품었다는 다비는 다행히 그에 따른 답도 찾았다.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가 갈 길을 인도해 주시리라"가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물었다. 금세 답이 돌아왔다. "다비야, 축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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