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7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반도체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SMIC의 성공 비결로, 대만 TSMC 출신으로 삼성전자 부사장을 지내기도 한 최고경영자(CEO)가 주목을 받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간) "70세의 대만 반도체 마법사(Chip Wizard)가 중국의 기술 야망을 주도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2017년 SMIC에 영입된 량멍쑹(梁孟松) 공동 CEO를 집중 조명했다.
1952년 대만에서 태어난 량 CEO는 국립성공대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한 뒤 미국 UC 버클리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AMD에서 일하다 고국으로 돌아간 그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서 17년 간 엔지니어 겸 R&D(연구개발) 임원으로 근무했다.
량 CEO는 2009년부터 대만 칭화대에 적을 두고 한국 성균관대에서 초빙교수로 일하며 삼성전자 반도체 인력을 가르쳤다고 한다. 이직 금지가 풀린 2011년에는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파운드리사업팀에서 임원급 연구위원을 맡았다.
삼성전자는 그가 재직할 당시 세계 최초로 핀펫(FinFET) 공정을 적용한 14나노와 10나노 반도체 개발에 잇따라 성공했다. TSMC는 삼성전자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한 그를 상대로 기술 유출 등의 혐의로 소송을 걸었고, 량 CEO는 결국 2015년 회사를 떠났다.
WSJ는 "삼성전자는 2015년 자사 칩이 세계 최첨단 칩과 동등하다는 뉴스로 충격을 줬고, SMIC는 올 여름 약진했다는 소식으로 업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며 "반도체 업계에서는 전설적이지만 외부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한 남자가 두 사건을 연결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기술 분석회사 테크인사이츠(TechInsights)는 지난달 SMIC가 7나노 기술을 활용해 암호화폐 비트코인 채굴에 쓰이는 시스템온칩(SoC)을 제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WSJ에 따르면 량 CEO는 2020년 SMIC가 같은 TSMC 출신으로 껄끄러운 사이로 알려진 장상이(蔣尙義)를 부회장으로 영입했을 때 이에 반발하며 보낸 사직서에서 "2천명 이상의 엔지니어 팀을 이끌고 7나노 개발을 완료했다"고 썼다.
WSJ는 "이러한 발전으로 SMIC는 업계 선두주자인 TSMC, 삼성전자와 더 가까워졌다"며 "량 CEO는 매직 터치를 지난 반도체 마법사로, 5년 전 그를 영입했던 SMIC는 중국의 반도체 상위권 진입 드라이브를 이끌면서 가까스로 그를 붙잡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2020년 12월 16일 SMIC의 주가는 장중 10%나 폭락했다. 량 CEO의 사임설 때문이었다. WSJ는 "2년 후 SMIC는 7나노 개발을 마쳤고 량 CEO는 여전히 회사에 남아있지만 그의 전 상사는 더 이상 그곳에서 일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