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이른 아침 취재진을 만난 유키스 수현은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 데뷔 14년 만에 내는 첫 솔로 앨범 타이틀곡인 '소주의 요정'을 다 같이 감상하는 시간을 보낸 후에는 "(제목 보고) 사람들이 다 트로트하냐고 되게 많이 물어봤어요. 방송사 PD분들도 그랬고요"라며 "노래 너무 길죠? 4분 10초예요. 너무 긴 것 같아요! 끝날 듯 안 끝나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그룹'(유키스)으로 데뷔해 오랜 시간 여러 명 중 한 명으로서 지내온 그는, 솔로로 데뷔하기까지 14년이 걸렸는데도 자신에게 온 기회 자체를 고마워했다. 이번 앨범을 통해 '옆집 오빠' 같이 친근하게 다가가는 솔로 가수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면서도, 유키스라는 이름을 꼭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다음은 유키스 수현과의 일문일답.
▶ 오랜만에 컴백하는 소감은.
일단 너무 진짜 기분 좋다. 진짜 감사한 마음이 제일 큰 것 같다. 사실 제가 군대를 가기 전까지는 유키스로서 일본에서 활동 많이 하다가, 군대 가고 나서 엄청 마음적으로 되게 불안했다. 전역하고 나서 어떻게 유키스 멤버들과 함께 끌고 가고 나 수현으로서도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고민이 되게 많았다. 전역하고 생각보다 현실이 너무 호락호락하지 않은 거다. 그러던 와중에 '문명특급'이라는 방송에서 굉장히 좋은 기회를 주셔서 많은 분들이 유키스에 대해서 좋게 봐주게 되었다. 되게 바쁘게 활동하다가 유키스(의 첫) 회사랑 헤어지고 혼자 활동하면서도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다가, 새로운 소속사를 만나서 그것도 첫 솔로 앨범으로 대중분들께 팬 여러분들께 좋은 노래들로 보여드릴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너무 기분 좋고 감사하다.
'수현이 첫 앨범을 준비하자!'고 회사가 말했을 때 긴장 많이 했다. 유키스 멤버 안에서의 이미지나 보여드리고 싶었던 거는, 그래도 그룹 안에서 메인보컬이자 리더로서 팀을 잘하는 멤버이고 싶었다. 혼자 하면 어떤 음악과 어떤 스타일로 보여드려야 할까 하는 게 기본적으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소속사에서도 되게 물어봐주시고 제 의견도 많이 수렴해 주셔서 앨범 준비하면서 되게 즐겁고 벅찬 감정이었다.
▶ 첫 번째 미니앨범 '카운트 온 미'(Count On Me)를 내게 됐는데 전체적인 만족도는 어떤가.
제 개인적인 취향은… 전체 앨범 안에 있는 곡들이 솔직히 타이틀곡 후보들? 다 너무 좋은 곡들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 저는 '소주의 요정'이라는 곡을 제일 좋아했다. 제가 만약 '소주의 요정' 무대에서 불렀을 때 되게 많은 분들께 되게 기분 좋은 에너지를 드릴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족도는 진짜 100이면 좀 건방지니까… (웃음) 한 95% 정도 하겠다.
▶ 타이틀곡 제목이 특이하다. 왜 '소주의 요정'인지 궁금하다.
곡에 대해서 회사분들이랑 얘기할 때 '만약에 혼자 하면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요?'라고 하셨다. 제일 첫 번째가 누구나 좋아하고 공감할 수 있고 누구나 겪었던 음악의 스토리를 많이 보여주고 싶다는 거였다. 그리고 누구나 쉽게 들을 수 있고 쉽게 부를 수 있는, 그런 음악 쉬운 음악을 하고 싶다는 (제) 의견을 (회사에서도) 들어주셨다. 곡 리스트 받아서 들었는데 너무 마음에 들었다. 최근에 누구든 힘들게 지내왔고 저도 그래서 밝은 에너지를 주고 싶었다.
저도 처음에 '소주의 요정'이라는 타이틀곡 제목을 들었을 때 제목이 좀… 약간 촌스럽다, 좀 특이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빛과 소금의 '샴푸의 요정'을 오마주한 거다. 내용을 보면 정말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감정 표현할 때 다른 뭔가 하나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을 때 소주가 떠올랐고, 소주 마시면서 내가 조금씩 취해가는 느낌과 내가 좋아하는 감정을 취해가는 감정에 빗대어 표현한 거다. 제가 좋아하는 요정과 소주가 들어갔다. (웃음)
술 좋아하는데 코로나 이후에 혼술하게 됐다. 어머니도 약주 좋아하시고. 약주로 술 먹을 때 기분을 알기 때문에 (이번) 노래를 기분 좋게 불렀던 거 같다. 최근에는 술을 못 먹었다. (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다. (일동 폭소)
▶ 아까 잠시 언급했는데, 곡이 4분이 넘는다. 요즘 워낙 짧은 곡이 많아 나름의 도전일 수도 있겠다.
처음 들으시는 분은 지루할 수도 있다. 저도 녹음하면서 '아, 좀 긴 거 같은데'라는 생각을 솔직히 했다. 다만 기분 좋은 설레는 감정의 노래라고 생각하면 오히려 노래가 짧게 느껴진다고 생각한다. 제가 노래할 때도 처음에는 되게 설레다가, 좋아하는 사람과 조금 더 가까워진 느낌, 그리고 한 잔 두 잔 이렇게 술이 들어갈 때 기분이 업(up)되는 걸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고 녹음했다. 좀 길지만 (곡이) 짧으면 그런 감정을 표현하기가 조금 어렵지 않았을까. 4분이 넘어도 제 감정 표현을 조금만 생각하고 들어주시면 재밌게 들어주실 수 있을 것 같다.
▶ 새 앨범을 준비하기 전에 뮤지컬에 출연했는데, 내러티브 콘텐츠 참여 경험이 도움이 됐는지.
그렇다. 제일 마지막에 했던 뮤지컬이 '홀연했던 사나이'인데 정말 많이 도움이 됐다. 사실 '소주의 요정' 처음 들었을 때 기본적인 분위기가 너무 좋았고 (무대로)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 뮤지컬의 한 넘버(노래) 같다는 생각이 1등으로 먼저 들었던 거 같다. 내 감정과 분위기에 취해가는 걸 많이 보여주고 싶었다. 전에 뮤지컬 했을 때 연기하다가 중간에 넘버 나오면서 노래를 부를 때 제스처 등을 그 느낌을 많이 살리려고 노력했다.
▶ 그럼 무대를 꾸밀 때 뮤지컬적으로 구성할 생각인가.
선택지가 두 개가 있었다. 무대에서 보여드릴 때 밴드분들과 같이 보여주느냐, 아니면 뮤지컬 한 넘버처럼 댄서분들이랑 뮤지컬 배우처럼 보여주느냐. 밴드랑 같이 하면 딱 아티스트적인, 저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느낌이었다. 저는 후자를 생각했다. 아무래도 제가 이제 유키스로 활동하면서 댄스곡도 많이 했다. 사실 이 노래는 들을 때는 댄스곡이라는 생각이 처음엔 들지 않아서, 이걸 댄스로 풀면서 약간 뮤지컬적인 요소를 느낌을 가미하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군무도 약간 (몸을) 뻗는 것도 많고, 중간중간에 노래 부를 때 하는 표정이랑 가사 하나하나에 의미를 많이 담았다. 기분 좋을 때는 한없이 좋은 느낌도 있고, '더 쇼' 녹화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더라.
긴장했다. 그룹 활동하셨던 분들은 그 느낌 아실 거라고 생각한다. 그룹 활동할 때 그 안에서 본인의 역할이 멤버들이랑 어우러지는 느낌이라면 혼자 할 때는 저한테만 집중되고 제가 다 모든 걸 끌고 가야 한다는 긴장, 압박이 올 수밖에 없다. 하면서 살짝 풀려서, 생각보다 라이브도 그렇고 전체적인 무대도 그렇고 괜찮았던 거 같다. 리허설 때 실수 많이 해서 집중 많이 했다. 본방 녹화했을 때는 괜찮게 잘 나온 거 같다. 활동할 때 미숙한 부분, 보완해야 할 부분을 최근에도 많이 생각하고 있다.
▶ 지금 회사인 탱고뮤직과는 연이 어떻게 이어진 건가.
(수록곡) '메리 미'(Marry Me) 녹음하면서 연이 된 거다. 사실 저희 기획사에는 아티스트가 있었는데 제가 들어갈 때는 아티스트가 없었고 다른 가수들 음원 제작을 같이하려고 해서 '메리 미' 녹음하러 갔다. 가창만 하는 거다. 회사 대표님 직원분들 만나서 식사하는데 제가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는데 저를 되게 좋게 보신 거다. 이거로 음악방송 딱 한 달만 같이 활동해볼 생각 없냐, 해서 저는 좋다고 했다. 지금 회사도 없고 이 노래가 잘되면 저도 노래도 서로 좋은 거니까 그렇게 생각하고 시간이 흘렀는데 뜬금없이 '이럴바엔 우리 같이 해보자' 하셔서 일단 생각해 보고 있었다.
사실 다른 소속사 두세 곳에서도 오퍼가 들어올 때였다. 근데 지금 회사가 진짜 같이 하고 싶다고 적극적으로 나왔다. 가장 처음에 얘기했던 건 '저 잘되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키스라는 그룹을 다시 한번 하고 싶다'고 했다. 너무 아무렇지 않게 멤버들 연락해봐라 해서 데려왔다. 유키스 회사 가서 우리 멤버들과 계약했는데 저희가 유키스 다시 한번 해보겠다고 하니, 흔쾌히 알겠다며 이름 권한을 다 주시고 그래서 저희도 너무 감사드린다. 멤버 두 명(기섭·훈)이랑 회장님 찾아가서 고맙다고 하니, 자기가 미안하다고 하셨다. '수현이가 좋은 회사 만나서, 회사 좋더라' 하고 얘기하시더라. 회장님이 만들어주신 그룹 이름 끝까지 최선을 다해서 마지막까지 가져가보겠다고 했다.
▶ 유키스가 왜 그렇게 본인에게 소중한 걸까.
유키스라는 그룹이 없었다면 제가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유키스라는 이름을 듣고 예전 활동했던 추억을 회상하면 너무 뭉클하다. 좀 더 열심히 할걸 후회도 남는다. 좀 더 열심히 하고, 동생들이 힘들 때 좀 더 내가 다가가고 나 힘든 것보다 동생들 챙길걸 하는 마음이 많이 남아있다. 너무 소중하다. 제 인생에서 진짜 제일 스펙터클한 힘들었던 거, 너무 행복했던 거, 즐거웠던 게 다 들어가 있다. 저는 성격이 긍정적인지 밝은지는 모르겠는데, (유키스 활동 중) 행복하고 좋았던 게 훨씬 더 크게 느껴져서 다시 한번 그런 느낌 감정을 느끼고 싶다.
(웃음) 이런 거 되게… (웃음) (유키스에는) 제 인생이 다 녹아 들어가 있는 거 같다. (웃음) 죄송하다. 이런 거 창작을 잘 못 한다. (일동 웃음)
▶ 올해 유키스 재결합은 기대해 봐도 되나.
기대해주셔도 될 거 같다. 일단 기섭, 훈과 (셋이) 아마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 곡을 받고 있고, 멤버들도 곡을 쓰면서 준비하는 단계다. (올해 안에) 앨범 나오지 않을까.
▶ 이번 활동 목표, 듣고 싶은 수식어, 활동 계획은.
제 개인적 목표는 많은 분들이 저를 좀 가까운 옆집 오빠(OPPA)처럼 느껴줬으면 좋겠다는 거다. 벽이 없게. 음악도 어렵지 않게 누구나 느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앨범으로 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무대 위에서는 가수니까 잘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건 기본이지만 편안한 솔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유키스로서 다시 출발하기 딱 전인데 솔로 앨범 발판 삼아서 좀 같이 서로 준비하면서 부족했던 부분이나 좀 발전해야 하는 거 얘기하면서 유키스 앨범은 좀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 예전에 바빠서 잠 못 자고 예민하고 그런 느낌 받고 싶다. (웃음) 지금은 오히려 재밌을 거 같다. 바쁘고 힘들어도 그게 또 이제 사는 느낌이 나니까 그렇게 많은 왕성한 활동 보여드리고 싶다. 유키스로서 음악방송에서 1위 한번 하는 건 진짜 제 인생에서 목표다. 근데 어렵지 않을까. 저는 현실적인 파다. (일동 폭소) 많은 분들이 들어주셨으면 저를 좀 더 알아봐주시면 너무 좋을 거 같다. 그거로 행복할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