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국' 중립성 논란…수비 집중, 윤희근 청문보고서 '불발'

여야 '경찰국' 공방…윤희근 '신중' 모드
윤희근, 김순호 '밀고 논란'에 "몰랐다"
주요 수사 질의엔 '법과 원칙'
9시간 청문회에도 청문보고서 합의 불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8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개최됐으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관련 여야의 합의는 불발됐다. '경찰국 신설', '경찰대 개혁' 김순호 경찰국장 논란' 등 각종 현안에 대해 여야가 난타전을 벌인 가운데, 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둘러싼 전운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경찰 통제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경찰 가치인 중립성과 독립성 등에 대한 목소리를 충분히 전달했다"라고 밝혔다. 또 김순호 경찰국장의 입직 과정과 관련해 제기된 '노동운동 밀고' 논란에 대해선 "몰랐다"며 "인사 추천에 고려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청문회가 재송부 기한을 넘겨서 열린 만큼 정치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금명 간 윤 후보자 임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권 지지율이 심각한 하락세인 데다가 야권은 임명 강행을 두고 반발을 이어갈 태세라 윤 후보자 취임까지는 여전히 잡음이 예고되고 있다.

여야 '경찰국' 공방…윤희근 '신중' 모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윤 후보자는 이날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경찰국 신설 및 경찰 내부 반발과 관련 "최근 경찰 제도개선 논의가 경찰조직 안팎에서 큰 이슈가 됐다. 그 과정에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이 부여한 경찰력이 올바르고 투명하게 행사되도록 경찰권 역시 견제와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동시에, 국익과 공익을 위해 경찰의 중립성과 책임성 또한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될 가치"라고 말했다.

경찰국을 두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경찰국은 헌법을 정면으로 위반했다"며 "위법성을 강조했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비대해진 경찰 권한 통제를 위한 합법적 조치"라며 방어막을 쳤다.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경찰국 신설이 정부조직법·경찰청법 개정이 아니라 시행령 개정으로 이뤄진 것과 관련 "헌법을 정면으로 위배하고 경찰청법을 위배했다"고 질타했다.

반면 국민의힘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은 "밀실에서 경찰을 통제하던 것을 이제는 경찰국을 신설해서 행안부 장관을 통해 양성화 시키자는 취지 아니냐"라고 밝혔다.

지난달 전국 경찰서장 회의를 주도한 류삼영 총경과 참가자들에 대한 징계 조치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송재호 의원은 "류 총경이 (총경회의 후) 성명서는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윤 후보자 측 요청을)걸 받아들였는데, 갑자기 총경회의가 끝나고 2시간 후에 대기발령이라는 조치를 취한 것"이라며 "늘 (경찰의) 한편에 서 계신 분이 이러면 14만 경찰을 통솔할 수 있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여당에서는 총경 회의를 계기로 경찰대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총경 현황을 보면 경찰대 출신이 사실상 장악하고 있다"며 "입직 경로에 관계없이 능력이 있으면 승진할 수 있는 공정한 승진 기회를 달라는 것이 일선의 요구"라고 밝혔다.

윤 후보자는 류 총경 및 참가자들 감찰에 대해 "회의 당일 첫 직무명령은 회의를 빨리 끝내라는 것이었고, 두 번째는 즉시 해산하라는 것이었다"며 "류 총경 대기발령 사유는 직무명령 위반이 맞다"고 설명했다.

또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선 "경찰청이 일정 부분 참여해서 충분히 목소리를 전달한 것은 맞다"며 "경찰 가치인 중립성과 독립성, 본래의 가치가 훼손되지 않게 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다만 윤 후보자는 민감한 현안엔 일부 '침묵'을 유지하기도 했다. '경찰국 신설이 적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엔 "적법 문제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을 안 드리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대우조선해양 사태 대책회의에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경찰특공대 투입 검토' 등을 지시한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또 지난 6월 발생한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국기문란'이라고 지적한 것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에 여야 모두 '소신을 밝히라'며 질타하기도 했다.

윤희근, 김순호 '논란'에 "몰랐다"…주요 수사 질의엔 '법과 원칙'

김순호 초대 행안부 경찰국장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마련된 경찰국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박종민 기자

행안부 김순호 경찰국장(치안감)의 경찰 입문 과정 역시 쟁점이었다. 윤 후보자는 '김 치안감에 대한 의혹을 알고 인사 추천했느냐'는 이성만 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청장 후보자로서 추천 협의 과정을 거쳤다"며 "(의원이) 지적한 부분까지 알고 고려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 치안감은 1980년대 후반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조직책이었으며 돌연 잠적한 뒤 1989년 8월11일 '홍제동 대공분실' 대공수사3부로 경찰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대 김 치안감과 함께 인노회 활동을 했던 대학 동문들은 그가 갑작스레 경찰로 들어간 과정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하고 있다. 1989년 인노회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고 회원들이 연이어 구속됐다는 점 등을 들어 연관성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윤 후보자는 "인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는 이 의원의 질문에는 "추후에 검토하겠다"고만 답했다.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실에서 윤희근 경찰청장 후보자가 더불어민주당 이형석 의원이 준비한 자료화면을 보고 있다. 윤창원 기자

여야는 경찰이 진행하는 수사에 대해서도 질의를 이어가며 공방을 벌였다.

윤 후보자는 "이재명 수사 관련해 올해까지 4명의 의문의 죽음이 발생했는데, 경찰이 제대로 수사하고 있으며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냐"는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말하기 어렵다"면서도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법 원칙 따라 수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또 "이재명 의원 의혹 관련 경찰이 '명동설적' 수사를 하고 있다는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모든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돈다는 '지동설'에 빗대 경찰 수사가 이 의원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뜻이다. 이에 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대다수 국민들께서는 이재명 (의원)의 '명동설'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의 '건동설'을 믿고 있다"고 맞섰다.

김교흥 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의 정식 수사전환이 9개월째이지만 전혀 수사가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윤 후보자는 "수사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공정하게 하겠다"고 되풀이했다.

윤 후보자는 무속인으로 알려진 '건진법사'의 이권 개입 의혹에 대해 문진석 민주당 의원이 "경찰에서 앞으로 수사하시겠냐"고 묻자 "진행 상황을 봐서 구체적인 첩보나 사실관계가 있다면 그럴 수 있다"고 답했다.


이밖에 윤 후보자는 서울 동대문구 아파트 갭투자로 3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봤다는 민주당 김교흥 의원의 지적에 대해선 "최초 구입 당시에는 거주 목적으로 구입했는데 전세 기간을 끼고 있다 보니 바로 입주를 못했다"고 해명했다. 관련 내용은 CBS노컷뉴스 단독보도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청문회는 오전 10시부터 약 9시간에 걸쳐 진행됐으나 여야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관련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가 명확히 소신을 밝히지 않았다"라고 지적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를 5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상태다. 청문회가 재송부 기한을 넘겨서 열렸기에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금명간 윤 후보자 임명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찰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여전한 상황에서 윤 후보자 취임까지 여전히 갈등이 불거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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