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SMC, 인텔 탓에 3나노 양산 지연?…삼성에 호재 되나

TSMC 제공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계 1위 대만의 TSMC가 개발 중인 3나노미터(nm) 공정의 첫 고객으로 알려진 미국의 인텔이 신제품 생산을 내년으로 미루기로 하면서 TSMC의 3나노 양산 계획이 차질을 피할 수 없게 됐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의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텔이 '메테오레이크'의 GPU(그래픽처리장치) 칩셋의 대량 생산을 올해 하반기에서 제품 설계 및 공정 검증 문제로 내년 상반기로 미룬 뒤 다시 내년 말로 연기했다"고 밝혔다.

인텔은 당초 내년에 출시될 14세대 CPU(중앙처리장치) 메테오레이크를 여러 반도체 부품을 하나로 연결하는 구조로 설계하기로 하고, 이 중 GPU 칩렛의 생산을 TSMC에 위탁했다.

인텔의 14세대 메테오레이크 CPU는 다양한 기능의 반도체 칩셋이 결합되는 구조로, 내년 출시될 예정이다. 인텔 제공

트렌드포스는 "최근 이 제품의 양산 일정이 내년 말로 미뤄지면서 엔지니어링 검증을 위한 최소한의 웨이퍼 수량만을 남기고, 당초 내년으로 예약했던 3나노 생산용량을 거의 완전히 취소했다"고 전했다.

이로써 TSMC의 3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은 내년 초가 아니라 내년 하반기로 미뤄지게 됐다. TSMC는 인텔 대신 애플의 맥북용 M시리즈와 아이폰용 A시리즈 반도체를 첫 3나노 제품으로 양산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12월 대만에서 TSMC 경영진을 만난 인텔의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CEO)는 3나노 반도체 양산 계약을 따내기 위해 거액의 선금을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TSMC는 이 계약에 따라 북부 바오산 공장에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었지만 투자 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트렌드포스는 이에 따라 TSMC의 내년도 자본지출(CAPEX) 규모도 올해보다 줄어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렌드포스는 "TSMC는 생산능력이 과도하게 유휴 상태가 되지 않도록 생산 설비 확충 속도를 늦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TSMC는 3나노 공정의 반도체를 올해 하반기 양산할 계획이었다. TSMC 제공

이와 관련해 대만 시장조사기관 이사야리서치는 "TSMC가 애초 내년 말까지 매월 1만5천~2만개의 3나노 반도체 웨이퍼를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현재는 매월 5천~1만개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다만 이사야리서치는 5나노와 3나노 등 첨단 반도체 제조공정에 들어가는 장비의 80%가량이 교체 가능하기 때문에 TSMC가 다른 고객의 반도체 생산을 위해 유휴 장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TSMC의 실적에 대해 여전히 낙관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외신은 전했다.  

실제로 TSMC는 인텔과 애플 외에도 AMD, 미디어텍, 퀄컴 등의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 기업들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3나노 공정 초기 양산 물량을 선점하는 데 실패한 이들 업체는 2024년 이후에 3나노 반도체를 양산하기로 하고 대기 중이다.

지난 6월 세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에는 TSMC의 3나노 공정 지연이 기회가 될 수 있다. 첨단 반도체 공정의 양산은 수율(결합이 없는 합격품의 비율)을 서서히 끌어올려 램프업(생산량 확대)에 이르는 단계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삼성전자 역시 4나노 공정에서 초기 수율 램프업이 다소 지연되면서 고객사 이탈 등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의 경우 단계별 개발 검증 강화로 램프업 기간을 단축하고, 수익성을 향상해 공급 안정화를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 경기도 화성캠퍼스 V1 라인 앞마당에서 차세대 트랜지스터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파운드리 제품 출하식을 가졌다. (왼쪽부터) 삼성전자 경계현 대표이사, 산업통상자원부 이창양 장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최시영 사장.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달 25일에는 3나노 GAA(Gate All Around) 기술로 세계 최초 양산한 고성능 컴퓨팅(HPC) 반도체 제품을 출하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3나노 공정의 수율을 안정적으로 끌어올리고, 성능 면에서도 검증을 받으면 TSMC에 몰려 있는 팹리스들의 발걸음이 한국으로 향할 수도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7나노부터 선제적인 EUV(극자외선) 적용과 경쟁사 대비 빠른 4나노와 3나노 양산을 통한 학습 효과 등을 고려할 때 향후 3년 내에 선단공정 시장 점유율이 가파르게 상승할 잠재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TSMC는 이같은 전망에 대해 대만 현지 언론에 "TSMC는 개별 고객의 사업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 회사의 용량 확장 프로젝트는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인텔 대변인 또한 "인텔은 내년 상반기 최초의 분리형 CPU인 메테오레이크를 공급할 예정이며 현재 당사와 고객의 연구실 모두에서 양호한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고만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