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만봉쇄 훈련, '눈엣가시' 차이잉원 기반 공고하게 해줘

지난 4일 대만 해역 향해 발사되는 중국 발사체. 연합뉴스

중국이 대만 주변 해역을 훈련구역으로 설정하고 장거리포 실사격 훈련과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대만 내부적으로는 차이잉원 민진당 정부의 집권 기반이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국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 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며 그가 돌아간 뒤 대만 주변에 대한 고강도 실탄사격 훈련으로 대응했다.
 
하지만 8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펠로시의 방문은 대다수 대만인들의 환영을 받았고 일부 강경 통일 찬성 단체들만이 반대했다.
 
타이페이 소재 싱크탱크인 대만국제전략연구회 왕쿵이 대표는 펠로시의 방문과 중국의 격앙된 반응은 대만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차이잉원 총통과 민진당의 지지율 상승에도 도움이 돼 향후 선거, 특히 2024년 총통 선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함정에서 대만 해안선 바라보는 중국 병사. 연합뉴스

이는 1995년-1996년 3차 대만위기 당시와 비슷하다. 1995년 리덩후이 총통이 모교인 코넬대를 방문하기 위해 미국 땅을 밟자 중국은 로켓 발사 등으로 대응했다. 그러나 1996년에 대만 사상 처음으로 치러진 총통 직전제 선거에서 리덩후이 총통이 상당한 표차로 당선됐다.
 
이런 사정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대륙에서 건너온 외지인들의 비율이 줄어들고 대만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대만 사회의 주류를 점한 현실과 연결된다.
 
지난 2020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직전에 처음으로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83.1%가 대만인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었고, 자신을 중국인이라고 생각하는 응답자는 1.1%에 그쳤다.
 
대만 인구구조에서 이 같은 구조적 변화는 한때 본토 패권을 놓고 중국 공산당과 대결을 벌였으면서도 친중 성향일 수밖에 없는 국민당에 짙은 고민을 안겨주고 있다.
 
대만국제전략연구회 왕쿵이 대표는 대만인들 사이에서 반중정서가 커지면 제1 야당인 국민당은 입장을 조정해야 할 것이라면서 2024년 대선에서 기회를 갖기 위해서는 베이징과 거리를 멀리하고 미국에 더 우호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민당도 이번에 펠로시 의장 방문을 환영하면서 중국군의 군사훈련이 대만 사람들의 감정을 상하게 할 뿐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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