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울산' 더비 보러 가다가 수원 정승원 父 택시 탄 사연 [노컷스토리]

수원 삼성 정승원 선수 사진이 가득한 전주의 어느 택시. 노컷뉴스
   
"전주월드컵경장 부탁드립니다."
"어느 팀 응원하세요?"

   
보통 택시 기사님들은 이런 질문을 많이 하지 않으십니다. 무더위가 절정인 7일 오후 2시 쯤 K리그1의 흥행 보증수표인 울산 현대와 전북 현대의 경기 취재를 위해 전북 전주역에 내렸습니다.

이날은 전북 홈인 전주성에서 울산과 이번 시즌 세 번째 '현대家 더비'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택시를 탄 뒤 목적지를 말하자 기사님이 응원팀을 물어보십니다.
   
전북의 '찐팬'이신가 잠시 고민을 했습니다. 택시 안에는 축구 선수 사진이 잔뜩 있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모두 한 명의 사진입니다. 수원 삼성의 정승원(25) 선수였습니다.
   
일하러 왔다고 목적을 밝혔습니다. 그리고 기사님께 K리그의 팬이신지 되물었습니다. 그러자 기사님은 "제 막내아들입니다"고 말하며 웃어 보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제가 탄 택시는 정승원 선수의 아버지인 정진규(55)씨가 운전하는 택시였습니다.
   
수원 삼성 정승원. 한국프로축구연맹

축구 커뮤니티에는 정씨의 택시를 탔다는 팬들의 글이 다수 올라와 있습니다. 루머라고 이야기하는 댓글에는 확실한 인증샷도 있습니다. 정승원 선수도 언론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택시 운전을 하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전주역에서 전주월드컵경기장까지 오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전주에서 오랫동안 택시 운전을 한 정씨는 전북 구단이 지역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른 지방 도시보다 전주가 축구로 활성화가 많이 됐다는 의견이 이어졌습니다.
   
"승원이 형이 셋 있어요. 저를 형들을 따라 다니면서 자연스럽게 축구 선수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정씨는 정승원 선수가 축구에 입문한 이야기부터 축구 선수를 자식으로 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막내아들의 경기가 있는 날이면 아내와 함께 전국을 다니며 직관한다고 말했습니다. 최근에는 너무 더워서 못 갔다면서 미소를 보였습니다.
   
택시 안에 정승원 선수 사진이 가득해서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정승원 선수의 아버지란 것에 자신도 더 조심한다는 것입니다.
   
 "손님께서 커피를 쏟으셔도 웃으면서 '괜찮습니다"고 말합니다. 택시 안에서 다른 안 좋은 일이 있어도 웃고 넘깁니다."
   
아들 정승원 선수 사진이 가득한 택시에서 미소를 보이는 정진규씨. 노컷뉴스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을까요? 정씨는 아들이 부상을 당하지 않고 하고 싶은 축구를 마음껏 하는 것이 가장 행복한 일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큰 부상이 여러 번 있었던 아들이었기에 부상으로 가슴 졸이는 일은 피하고 싶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또 한마디를 더했습니다.
   
"모든 선수들이 안 다쳤으면 좋겠어요. 진짜 모두 안 다치고 행복하게 축구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정씨는 목적지인 전주월드컵경기장에 도착한 뒤 친절하게 인증샷 한 장을 허락했습니다. 이어 정씨는 다시 다른 손님을 태우기 위해 천천히 경기장을 빠져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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