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최근 경찰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북한 연구자인 정대일 전도사를 압수수색 한 것을 규탄하고 나섰습니다.
기장총회는 오늘(5일) 기도회를 열고, "북한 전문 연구자에 대한 부당한 이번 압수수색은 국가보안법 유지를 위한 것"이라며 "공안 정국으로 가는 신호탄"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오요셉 기자입니다.
[기자]
경찰이 최근 기장총회 생명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장인 정대일 전도사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압수수색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정대일 전도사는 한국학중앙연구원 부설 한국학대학원에서 주체사상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전문 연구자로서 주체사상과 기독교의 관계를 연구해 온 학자입니다.
정 전도사는 자신의 연구에 대해 "북한에서 국가종교로서 기능하는 주체사상을 이해해야만 이를 신봉하는 북한 동포들과 대화가 가능하고, 대화가 가능해야 통일선교의 지평이 열린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정 전도사는 이적 표현물 소지 보관 등 국가보안법 7조 1항 등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당했습니다.
앞서 한 교계 매체에 '북한 선교를 위해 꼭 알아야 할 주체사상 백문 백답'이란 연재물을 기고하고, 김일성의 항일회고록 '세기와 더불어' 출판과 판매에 관여했다는 등의 이유에섭니다.
경찰의 이같은 압수수색에 기장총회가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을 촉구했습니다.
기장총회는 "전문 연구자가 평생에 걸친 학문연구과정에서 공개적인 활동과 연구 결과를 이적표현으로 규정당하는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며 "통일을 민족의 과제로 삼고 있는 이 시대에 북한을 혐오하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그들을 이롭게 한다는 논리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세기와 더불어' 출판은 보수정당인 국민의 힘에서조차 문제삼을 필요 없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고, 보수단체가 제기한 '판매·배포 금지 가처분 신청'도 대법원에서 기각됐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김희헌 목사 / 기장총회 평화통일위원장 ]
"우리는 분단체제의 산물인 국가보안법, 독재정권의 인권탄압의 도구로 활용되었던 이 악법이 여전히 살아서 국민을 억압하는 경찰의 악행을 합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작금의 사태에 경악합니다. 한반도 통일을 염원하는 연구자의 정당한 활동을 압살하는 압수수색을 벌일 수 있단 말입니까."
한편, 정대일 전도사와 기장총회는 이번 압수수색이 벌어진 시점에 주목합니다.
경찰의 이번 압수수색이 다음달 15일 열리는 헌법 재판소의 국가보안법 7조에 관한 공개변론을 앞두고, 국가보안법 유지에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과정이란 분석입니다.
특히,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국가안보수본부 안보수사국장이었던 김순호 치안감이 신설된 경찰국의 초대 국장이 된 것에 대해 "공안 정국을 조성하려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정대일 전도사 / 기장총회 생명선교연대 평화통일위원장장]
"'국가보안법 7조를 아직까지도 어기고 있는 종북 친북 빨갱이 연구자가 있다', '목회자의 탈을 쓰고 종교인의 탈을 쓴 그런 불순 세력이 있다', 그러니까 국가보안법은 있어야 된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 겁니다. 공안정국을 조성하고 종교인들의 입을 막고 학자들의 양심을 비틀어내고 그렇게 하려고 획책하고 있습니다."
기장총회는 "국가보안법은 말로는 국가의 안보를 위한다고 하지만 그 역사를 보면 실제로는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고 민주주의를 저해한, 불법적인 독재정권의 안보를 위한 것"이었다며 헌재의 위헌 결정을 촉구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다음달 15일, 찬양고무죄와 이적표현물소지죄 등을 규정한 국가보안법 7조에 대한 공개변론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CBS뉴스 오요셉입니다.
[영상기자 정용현] [영상편집 김다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