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한국형 장르 영화의 대표 주자가 된 최동훈 감독이 '외계+인' 1부를 통해 '최동훈 장르'라는 새장을 열었다. 액션은 물론 국내에서는 아직 '실험'과 '도전'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무협, SF, 한국형 판타지를 총망라했다. 감독 스스로도 케이퍼 무비에서 벗어나 '그'라서 할 수 있는 도전적인 작품을 만들었다. 과연 이번 도전이 한국 장르 영화의 저변을 확대할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2부로 나뉜 구성 속 1부가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
최영주 기자(이하 최) : '호'(好)를 많이 이야기했으니 아쉬운 지점에 관해서도 이야기해봐야겠다. 앞서 '미션 임파서블 1' 패러디처럼 이스터 에그 같은 장면이 곳곳에 눈에 띈다고 했다. 사실 이게 '기시감'이 강하게 들 수도 있는 부분이다. 특유의 유머 코드는 유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취향의 문제인 것 같다. 맞지 않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유치할 수밖에 없을 거다.
그리고 현대와 고려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들이 각각의 이야기를 펼쳐나갈 때는 저 캐릭터는 왜 등장한 건가 싶을 수 있다. 후반부에 가서야 납득이 되는데, 총 2부가 아니라 1부만 놓고 이걸 한 편의 영화라고 본다면 그 지점에 다다르기까지 오래 걸린다.
유원정 기자(이하 유) : 맞다. 이야기가 '신검'이라는 하나의 구심점으로 모이기까지 산만하다. 열심히 퍼즐을 맞춰 중후반쯤으로 넘어가 캐릭터들의 정체와 목표가 확실해지는 순간, 영화는 막을 내린다. '과거 현대'와 '현재 고려' 시점을 놓고 보면 이야기를 잇는 역할을 하는 인물(김태리, 김의성 등)은 있지만 최 감독 영화의 특장점인 캐릭터 간의 끈끈한 유기적 관계가 돋보이지 않는다.
'케미'가 사는 조합도 있고 그렇지 않은 조합도 있어 들쭉날쭉하다. 이전 영화들에 비해 캐릭터성이 덜하다고 느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몇 가지 단서만을 준 채 각자의 사건들이 전개되다가 알고 보니 나비 효과처럼 서로 영향을 주고, 데칼코마니처럼 하나로 합쳐지는 모양새인데 인내심을 갖고 여기까지 도달하기가 쉽지 않다. 아무리 정교하고 화려한 액션과 사건이 터지더라도 그것이 결국 이야기를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오락을 위한 오락이 될 수밖에 없다.
최 : '한국판 어벤져스'라는 이야기도 나왔었는데, 사실 '어벤져스'로 가기까지 10년의 세월이 필요했고, 최동훈 감독은 2부 안에서 모든 것을 빌드업해서 보여줘야 했기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또 원형이 되는 IP(지식재산권)이 있는 게 아니라 '외계+인' 안에서 만들어내야 했고, 자본도 할리우드만큼 충분하지도 않다. 나름 여러 한계 안에서 시도하고 잘 엮어보려 한 것 같다.
그나저나 장르 특성상 CG가 많이 등장하는데, CG가 어색하진 않았나? 나는 보면서 큰 화면으로 보는데 이 정도라니, 우리나라 CG 수준이 정말 높아졌다고 생각했다. 물론 엄청난 자본이 들어갔지만, 할리우드에 비하면 정말 적은 수준이다. 이 정도로 이만한 CG를 구현해 내려면 정말 영혼을 갈아 넣었겠구나 싶었다. CG 장면을 어떻게 봤나?
유 : 얼마 전에 '전우치'(2009)를 다시 봤는데 그때와 비교하면 정말 CG가 정교해졌다. 10년 넘게 지났으니 발전은 당연하지만서도. 특히 죄수를 지키는 외계인 가드(김우빈)와 썬더(인간형 김우빈), 죄수 외계인 등 '비인간' 캐릭터들과 우주선 내부 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가 궁금했는데 이들이 활약하는 공간이 지구인만큼, 압도적 우주 공간 등 볼거리보다 일상 공간과 크게 이질감 없이 섞일 수 있는 미래 세계의 CG를 구상한 것 같았다.
'외계+인'에 대한 평가, 속단은 이르다
최 : 나는 '외계+인' 1부를 보면서 어릴 적 봤던 홍콩 무협 액션도 많이 생각났고, 무협지나 만화책 생각도 많이 났다. 최동훈 감독을 만든 문화적 자양분이 이런 류였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사실 그 전 영화들은 재밌게 잘 만든, 대중을 아우르는 영화였다. 뚜렷하게 취향을 타기보다는 고루고루 즐겁고 신나게 볼 수 있는 영화 말이다.
그런데 '외계+인'은 장르도 장르지만, 그 전 영화들이 '주류 문화'였다면 이번 영화는 '하위 문화'에 가까운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 고전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고 최 감독의 취향, 색깔이 조금 더 반영된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암살' '도둑들' 등의 영화를 기대했던 관객에게는 낯선 영화처럼 느껴지지 않았나 싶다.
유 : 최동훈 감독의 영화 특징은 분명히 자기 색이 있는데도 그리 튀지 않는다. 이를테면 박찬욱, 봉준호, 류승완, 윤제균, 김한민 등 국내 유명 감독들의 영화는 '아, 이 영화가 이 감독의 영화구나'라는 인지와 함께 특유의 스타일이 눈에 띄지만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알고 보니 이 감독 영화였네?'란 식이다.
아마 그건 내 취향일 수도, 최동훈 감독이 흥행 공식에 충실히 따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일견 화려해 보이지만 과잉에 빠져 1절 이상 늘어지지 않고, 치고 빠지는 지점이 철저하다. 다만 '외계+인 1부'는 이후 2부와의 연결성이나 완결성 때문에 그랬는지 평소보다 많은 것을 담아냈다.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아 보였다.
최 : 최동훈 감독도 케이퍼 무비 등 액션을 주로 선보였다. 이번에는 정말 우리나라에서 많이 시도되고 만들어지는 장르가 아닌 장르들을 대거 혼합했다. 감독 스스로도 장르적으로 갇혀 있었는데, 거기서 벗어났다. 사실 자기가 잘하는 것, 대중이 좋아한 것을 했다면 잘했을 거다. 스코어도 잘 나오고. 이러한 시도 자체가 한국 장르 영화의 저변을 넓힐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거라는 점에서는 사실 반갑기도 하다.
유 : 베이스는 같은데 늘 디테일이 다르다. 다작하는 상업 장르 영화감독이 아닌데도 최동훈 감독의 영화는 이런 도전 속에서 발전해왔던 것 같다. 이번 '외계+인'은 낯선 소재도 그렇지만 최동훈 감독 영화에 나왔던 익숙한 구성(여러 캐릭터가 초반부터 구심점에 모여 활약하는 공식)을 탈피한 지점에서는 용기 있는 도전이었다.
특히 그런 공식으로 성공을 많이 거뒀던 감독이라 빤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게 아닌 가 싶다. 우주 판타지보다는 '미래' 판타지에 가까워서 SF 장르가 낯설지는 않았다. 외계인 가드를 아빠로 둔 인간 이안(김태리)을 연결 고리로 삼아 '비현실' '환상'에 박한 국내 관객들의 현실감을 채우려는 느낌을 받았다.
최 : 어쨋든 1부가 끝나고 2부가 남았다. 어땠나? 기대되나?
유 : 아직 '기승'까지 밖에 안 왔기 때문에 '전결'을 당연히 봐야 하지 않을까. '외계+인' 영화 전체 완결성에 대한 최종 평가는 그때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최 : 맞다. 전체를 다 보면 더 많은 게 보일 것 같다. 그리고 난 2부가 궁금해서 빨리 보고 싶다. 자, 이제 한 줄 정리의 시간이다. 나는 '그럼에도 반가운 본격 최동훈 장르의 시작'이라고 정리하겠다.
유 : 최동훈 감독의 과유불급? '외계+인 2부' 다음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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