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북구·동구의회 '제주도 연수' 눈총

연합뉴스 제공
대구 일부 기초의회가 휴가철, 관광지로 국내연수를 계획해 외유성 논란이 일고 있다.

대구 북구의회는 오는 17일부터 2박 3일간 제주도에서 교육 연수를 계획 중이다. 예상 참여 인원은 전체 의원 21명과 10명 안팎의 의회 직원들.

연수 비용은 1인당 약 90만원으로 책정했다. 계획대로 30명 안팎의 인원이 참여할 경우 약 2700만원이 소요된다.

동구의회 역시 같은 일정으로 제주도 연수를 계획 중이다. 의원 15명과 직원들을 비롯해 약 23명이 참석할 예정이고 예상 비용은 약 2천만원 수준이다.

사흘간 진행할 교육은 부패방지와 청렴 등을 주제로 한 법정 의무교육과 행정사무감사 과정, 예·결산 심사 방법 등 보통 기초의회가 교육에 포함시키는 내용이다. 비교 견학 등 제주도에서의 현장 답사는 계획에 포함되지 않았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조광현 사무처장은 "임기 시작 한 달만에 굳이 교육을 받겠다고 타지, 특히 관광지로 향하니 외유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국내연수가 지방의회 불신의 이유가 된 상황에서 꼭 멀리 가야하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대구 북구의회 차대식 의장은 "그동안 짧은 기간, 가까운 지역으로 교육을 가본 결과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교육 장소에서 이탈해 일찍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다. 연수 기간을 늘리고 연수지를 먼 곳으로 정하면 교육 이탈을 방지할 수 있고 집중도도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차 의장은 다만 "본 계약은 다음주 중 체결할 계획으로, 코로나19 상황 등에 따라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동구의회 김재문 의장은 "통영 또는 부산에 가는 시간, 비용과 제주도로 가는 시간, 비용이 크게 다르지 않고 초선 의원들이 많아 조용하게 집중적으로 교육하기 위해 제주도를 택했다"며 "하반기 국외 연수비는 모두 반납했다"고 말했다.

특히 북구·동구의회는 실속 있는 연수를 꾀한 달서구의회와 큰 차이를 보였다.

달서구의회는 이틀간 교육을 진행하지만 '무박'으로 일정을 짰다.

1일차에는 구청 대강당에서 교육을 실시하고, 2일차에는 달서구에 위치한 대구시 교육연수원을 빌려 연수를 받는다. 1일차 교육을 마치면 의원 모두 집으로 돌아가 숙박한 뒤 둘째 날 교육을 이어가는 식이다.

짧지만 교육 내용은 알차다. 국민권익위원회 청렴교육 전문강사, 지방의정 관련 교수, 양성평등교육 전문강사를 초청해 연수를 진행한다.
 
숙박비를 줄이면서 비용 절감은 큰 폭으로 이뤄졌다. 의원 24명과 의회 직원 26명이 참여하는데 총 예산은 514만원 들 것으로 책정됐다. 북구, 동구의회보다 수 십명이 더 참여하지만 예산은 4분의 1 수준밖에 들지 않는다. 연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의원간 단합 시간은 지역 내 음식점에서 조촐하게 진행할 계획이다.

달서구의회 김해철 의장은 "전국적으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한 결정이며, 이동 시간을 줄이고 교육에 집중하는 내실 있는 연수를 하고자 기획했다. 타 지역까지 이동하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효율적"이라고 밝혔다.

김 의장은 향후 비교 견학이나 체험도 이 같은 철학을 바탕으로 계획성 있게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 지역 다른 기초의회는 여론을 의식한 듯 과거보다 연수지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달성군의회는 코로나19 상황을 지켜보고 있고 서구의회의 경우 단체 연수는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 중구의회는 일부 의원들이 국회의정연수원에서 운영하는 전문 연수에 참여하기로 했다.

남구의회는 부산으로, 수성구의회는 여수로 1박 2일 연수를 가고 다선 의원 출신을 강사로 섭외하는 등 교육의 질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 중이다.

그러나 제주도뿐 아니라 부산, 여수 등을 연수지로 정하는 것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존재한다.

조광현 처장은 "교육 내용상 굳이 타지로 가야 할 필요가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구 기초의회가 다같이 계획해 지역 내에서 교육을 받고 연수의 질을 높이는 식의 통합 연수 도입을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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