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재우려고" 60kg 원장 몸으로 눌러 12kg 아이 숨지게 했다

1심서 범행 인정해 징역 9년 선고
2심서 "학대 아니다"했지만 항소 기각
法 "고통 호소나 표현도 못한 채 고귀한 생명 잃어"


낮잠을 재우는 과정에서 생후 21개월 된 아이를 엎드려 눕히고 이불로 압박해 숨지게 한 어린이집 원장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55)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3월 대전 중구의 한 어린이집, 원장 교사인 A씨는 생후 21개월 된 아이를 억지로 재우려고 온 몸으로 아이를 누르고 압박했다. 문제가 된 건 A씨가 낮잠을 재우는 방식이었다. 사건 당시에도 피해 아동을 엎드려 눕히고 이불을 목덜미 위까지 덮은 다음 자신의 몸으로 끌어당겨 약 10여 분간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결국 피해 아동은 1시간 이상 방치되면서 질식사로 숨졌다.

평상시에도 A씨는 자신의 발을 아이들의 몸통에 올리는 방법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거나 아이들이 자지 않고 뒤척이면 머리를 밀거나 심지어 뺨을 때리는 등의 행위를 하는 등 35차례 아동을 학대한 것으로 조사됐다.

친자매이자 만 2세반 담임 교사인 여동생도 재판에 넘겨졌다. 언니가 아이들을 학대하는 것을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아니하고 방치해 학대 행위를 방조한 혐의다. 이들은 "아이가 편안하게 낮잠을 잘 수 있게 한 것이고, 이로 인해 아동이 고통을 느꼈는지 여부가 입증된 바 없으므로 이를 학대라 할 수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연합뉴스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A씨가 15년 이상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근무해오는 등 어린이들의 행동 특성을 잘 알고 있었을 것인데도 잘못된 행동을 반복했다"면서 "불필요한 외력을 가해 아동의 행동을 구속한다면 신체적 학대 행위"라고 지적했다.

특히 "A씨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고통을 호소하거나 표현하지도 못한 채 고귀한 생명을 잃었다"면서 "부모들은 만 2세도 되지 않은 어린 딸이 보호를 믿고 맡긴 곳에서 고통 속에 죽었다는 차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신음하고 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해 죄책에 상응하는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여동생에게는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언니를 어렸을 때부터 의지해 행위를 쉽게 제지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한 점은 유리한 정상"이라고 봤다. 이에 원장은 징역 9년, 여동생인 교사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했다.

2심에서도 "자신의 업무나 휴식을 위한 시간을 확보할 이유로 낮잠 시간에 모든 아동을 재우기 위해 강압적이고 무리하게 행위를 한 것이므로, 아동의 낮잠이나 건강을 위한 행위라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약 60㎏인 원장 교사 체중의 상당 부분을 21개월에 불과한 피해자(체중 약 12.2㎏)에게 전달한 것이고, 코와 입을 이불에 묻게 한 상태에서 목과 얼굴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게 한 것이어서 질식으로 사망하게 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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