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빵' 전윤환 "귀농연극인은 왜 가상화폐에 영끌했을까?"

다큐멘터리 연극 '자연빵' 중 한 장면. 세종문화회관 제공
4일 개막하는 다큐멘터리 연극 '자연빵'은 2030세대 귀농 연극인의 가상화폐 투자기를 담았다. 극의 연출자이자 유일한 출연자인 전윤환(36·극단 앤드씨어터 대표)이 자신의 경험담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지난해 20석 규모 신촌극장에서 초연했던 작품으로, 올해는 세종문화회관의 컨템포러리 시즌 '싱크넥스트 22'를 통해 200석 규모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나흘간 공연한다.

전윤환은 3일 최종 리허설에서 티켓 수익금의 일부인 100만 원을 가상화폐에 실시간 투자해 14% 수익을 냈다. 하지만 수익이 난 건 이날이 처음이다. 지난해 초연 때도 한 회당 100만 원씩 투자했지만 티켓 수익금의 80%를 까먹었다.

지난해 한국 사회에 가상화폐 투자 열풍이 불었다. 예술가로서 늘 선택되어야 하는 상황이 싫어 4년 전 강화도로 내려가 농사꾼으로 살던 전윤환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는 이날 간담회에서 "왜 2030세대가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에 자기 삶을 기댈 수밖에 없는지 궁금하던 찰나, 저희팀 배우가 주식 투자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주식 투자가) 연극계까지 흘러들어 왔다면 대부분의 사람이 하겠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연극 작업을 해온 전윤환은 지난해 2월 마지막 '가상화폐 열차'에 탑승했다. "자본금 100만 원은 얼마 후 300만 원이 됐고, 300만 원은 다시 세 배가 뛰어 900만 원이 됐죠. 이후 연극으로 번 전 재산을 가상화폐에 투자했는데 계속 추락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수익률 -74%에요."

그는 "왜 한국사회에서 2030세대가 제대로 된 사다리 없이 주식과 가상화폐, 부동산 투자에 자기 인생을 거는지 질문하는 작품이다. 그 이유가 개인의 욕망 때문인지, 사회 구조적인 문제인지 다뤄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가상화폐 열풍은 급속히 식었다. 하지만 작품 내용에 손을 보지는 않았다. 전윤환은 "지난해 영끌했던 2030세대가 폭락에 금리상승까지 겹쳐 값아야 할 대출금이 많아졌다. 지금의 금융시장 상황이 또 다른 층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공연 말미, 전윤환은 무한경쟁사회에서 느끼는 두려움과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하며 울컥했다. 공연은 "오늘 연극에 희망 따윈 없어"라는 그의 푸념과 함께 막을 내렸다.

전윤환은 "예술이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분야라고 하지만 이렇게 절망적인 때에는 오히려 그 상황을 직시하는 작품을 만들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가짜 희망을 전달하는 게 괴롭고 힘들었다"고 말했다.
세종문화회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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