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 초등입학'에 대한 학부모와 교육계의 반발이 거세지면서 급기야 폐기 가능성까지 언급되는 등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지난 2일 학부모 간담회에서 "국민이 정말 원하지 않는다면 정책은 폐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한발 물러섰다.
교육계는 물론이고 학부모, 정치권까지 거센 반발에 나서자 철회를 포함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다는 입장으로 선회한 것인데, '백년대계'라는 교육 정책의 신뢰도 하락을 자초했다.
교육계에서는 사회적 파장이 큰 정책을 공론화와 숙의 과정 없이 불쑥 '생색내기'로 발표했다가 뒷감당을 못하는 밀실·졸속·불통 행정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공약에도 없었고 인수위 국정과제에도 없었던 내용이어서 누구의 아이디어였는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다.
박 부총리는 "유치원 못 가는 아이들까지 국가가 챙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선한 의지에서 시작했는데 정책 과정이 충분히 설명되지 못한 점은 송구스럽다"고 언급했다.
또 국정 과제에도 없다는 지적에는 "국정 세부과제로 유보통합, 초등 전일교육제 외에 국가 책임 교육으로서 할 수 있는 것들에 취학 연령 하향도 포함될 수 있다고 해서 교육부에서 같이 논의해서 담겨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육계 내부 상황을 종합해보면 관련 단체 협의나 전문가 자문 없이 박 부총리가 직접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교육부 내에서도 학제 개편을 담당하는 학교정책과에서만 논의됐지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아교육정책과 등 다른 부서와는 별다른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더구나 취학연령 하향은 이전 정부에서도 논의됐던 사안이었던 만큼 교육부 내에서도 사회적 논란 등 파장을 충분히 알 수 있었던 문제였는데 내부 정책 협의나 절차도 없었던 셈이다.
결국 박 부총리가 교육부도 경제부처라며 반도체 인재양성 특명을 내린 윤석열 대통령의 요청에 맞춰 '만 5세 입학'이라는 섣부른 정책을 서둘러 생색내기로 내놨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을 고려하지 못하고 파장을 더욱 키웠다는 지적이다.
여기에다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부라부랴 간담회를 갖는등 여론수렴 행보에 나섰지만 '단계적 추진'→'공론화'→'폐기 가능성' 등으로 정책 발언이 자꾸 바뀌면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이에따라 사회적 논란이 파장이 큰 국가 교육 정책을 사전 논의나 공론화 과정 없이 불쑥 내놓으면서 사회적 혼란을 자초한 정부를 향한 책임론이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