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끝까지 장애인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은 계속된다"
2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경찰서에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사과를 촉구했다. 또 이들은 김 청장을 상대로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모의 재판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김 청장의 의사를 확인한 후 경찰 조사에 응할지 여부를 밝히겠다고 했다.
전장연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구 끝까지 찾아가 사법처리하겠다'는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하고 장애인에게 법과 원칙에 따른 정당한 편의시설을 제공하라"며 서울청 민원실을 통해 김 청장에게 모의재판 출석 요구서를 전달했다.
앞서 전장연 관계자들은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등 혐의로 서울 시내 6개 경찰서로부터 출석 요구를 받았다. 이들은 지난달 14일, 19일, 25일 각각 혜화서, 용산서, 종로서에 출석했지만 건물 내 장애인 편의증진시설(엘리베이터)이 없다며 조사를 거부하고 돌아갔다. 이에 경찰은 엘리베이터가 있는 남대문서를 '집중 수사 관서'로 지정해 사건을 병합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전장연은 "1998년 장애인등편의법 제정 후 24년 동안 법 집행 국가기관인 경찰서에서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에게 제공해야 할 정당한 편의시설 제공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 항의하고 편의시설 제공을 요구했으나 남대문서로 사건을 병합한 건 장애인등편의법 위반에 대한 '눈 가리고 아웅'하는 수준의 대응"이라고 비판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는 "2001년부터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시작했는데 당시 연행돼 경찰서에 갔을 때 편의시설이 없어 1층 계단 앞에서 조사 받으며 경찰도 저도 난감했다"며 "20년이 지난 지금 저는 늙었고 병들었지만 경찰청은 변한 게 없다"고 말했다.
최용기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가 사람을 죽이거나 보이스피싱 사기를 친 것도 아닌데 집시법 위반했다고 지구 끝까지 쫓아가겠다며 장애인을 협박하는 김광호 서울청장은 사과해야 한다"며 "경찰서들에 편의시설이나 장애인 접근권이 제대로 갖춰졌는지 제대로 전수조사해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오는 29일 오후 3시 국회 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김광호 서울경찰청장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모의재판'을 진행한다"며 "김 청장에게 장애인등편의법 위반 혐의 피의자로 모의재판에 참석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청장이 피고로 출석해 왜 불법이 아닌지 밝히고 같이 토론해 그 결과를 겸허히 수용해주길 바란다"며 "그 결과에 따라 오는 31일 오후 2시 남대문서에 자진 출두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경찰청은 앞서 "(전장연 수사를 진행 중인) 6개 경찰서 중 승강기가 설치되지 않은 경찰서 4곳(중부·종로·혜화·용산)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1998년) 이전 준공된 관서로, 위법사항이 없다"고 반박했다. 장애인등편의법 제7조는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을 편의시설 설치 의무 대상 시설로 규정하고 있지만, 경찰은 준공 시점을 기준으로 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