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 산하이지만 독립된 레이블인 어도어는 '새 걸그룹' 준비에 한창이었다. 2019년 9월에 오디션을 진행해 그해 연말 캐스팅 작업을 마무리해 2020년 초부터 약 2년간 데뷔를 위해 구슬땀을 흘린 '민희진 걸그룹'은 지난달 22일 깜짝 등장했다. 몇 명인지, 나이대는 어떤지, 어떤 콘셉트를 가졌는지 등 거의 모든 것이 베일에 싸여 오로지 '민희진 걸그룹'으로 불렸던 이들의 이름은 '뉴진스'(NewJeans)였다.
그룹명은 직역한 그대로의 뜻인 '새로운 청바지'와 같은 발음에서 따온 '새로운 유전자'(new genes)라는 뜻 모두를 포함한다. 민희진 대표는 "대중음악은 일상과 초근접해 있는 문화이기 때문에 마치 매일 입는 옷과 같다. 특히 진(Jean)은 시대를 불문해 남녀노소 모두에게 사랑받아 온 아이템이다. 뉴진스에는 매일 찾게 되고 언제 입어도 질리지 않는 진처럼 시대의 아이콘이 되겠다는 포부와 '뉴 진스'(New Genes)가 되겠다는 각오가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좋은 음악, 건재한 기획력, 호기심 자극하는 홍보 방식으로 주목도 ↑
뉴진스는 22일 0시 공식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데뷔를 알렸다. 콘텐츠의 내용이나 노출되는 방식은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우선 네 곡이 실린 첫 번째 미니앨범 '뉴 진스'는 '허트'(Hurt)를 제외한 '어텐션'(Attention) '하이프 보이'(Hype Boy) '쿠키'(Cookie) 세 곡이 타이틀곡이었다. 공식 홈페이지에는 간단한 곡 설명과 멤버들의 코멘터리가 덧붙여져 곡에 대한 기대를 끌어올렸다.홍보하는 내용이나 순서, 방식도 달랐다. 데뷔를 앞두고 티저 이미지와 간단한 프로필을 공개해 서서히 대중에게 접근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첫날부터 첫 번째 타이틀곡 '어텐션'(Attention)의 뮤직비디오를 통째로 공개했다. 멤버 다니엘이 가사 작업에 참여한 이 곡은 감각적인 도입부와 다섯 멤버의 풍성한 화음을 감상할 수 있는 후렴구가 인상적이다.
민희진 대표의 참신한 기획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것이 '하이프 보이' 뮤직비디오 공개였다. '하이프 보이'는 인트로 뮤직비디오를 끝까지 보면 민지, 하니, 다니엘&해린, 혜인 4가지 버전을 고를 수 있게 했다.
버전별로 다른 이야기를 중점적으로 풀어내는 것은 물론, 같은 군무 장면이라도 카메라 앵글과 멤버 시선에 변화를 줘 개성을 살렸다. '어텐션 보이'가 그룹의 시작을 알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하이프 보이'는 개별적인 캐릭터와 이야기를 푸는 데 공을 들인 셈이다. 더구나 멤버 전원 버전을 다 확인하려면 '하이프 보이' 한 곡을 최소 4번 듣게 되니, 낯선 곡에 익숙해지는 계기까지 자연스럽게 만들어진다.
지난달 27일부터는 막내 혜인을 시작으로 28일 하니, 29일 해린, 30일 민지, 31일 다니엘까지 각 멤버의 '데이'(Day)를 설정해 자기 자신을 소개하는 짤막한 영상을 공개했다. 화창하면서도 바람 부는 날씨, 산책을 좋아한다 등 아주 일상적인 내용이 주를 이뤘지만 팬들은 오히려 바로 그 지점에서 친숙함을 느낀다는 데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아무리 훌륭한 기획과 홍보가 뒷받침된다고 해도 이들의 핵심 콘텐츠가 기대 이하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음원 완곡이 들어간 뮤직비디오를 차례로 공개한 데서 소속사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어도어는 이번 앨범을 두고 "정형화된 K팝의 익숙한 공식을 따르지 않고, 팝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특정 스타일만을 고수하지 않았다"라며 "전원 10대로 구성된 멤버들의 순수하고 자연스러운 매력과 10대 고유의 에너지를 오롯이 담아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뉴진스가 차례로 공개한 타이틀곡 '어텐션' '하이프 보이'와 수록곡 '허트'는 실제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1일 저녁 현재 유튜브 한국 인기 급상승 음악 1위, 3위가 '어텐션' 공식 뮤직비디오, 퍼포먼스 비디오다. '하이프 보이' 민지 버전은 4위, '허트' 공식 뮤직비디오는 6위, '하이프 보이' 다니엘&해린 버전은 8위, 하니 버전은 12위, 혜인 버전은 16위에 올랐다. 오늘(1일) 발매된 마지막 타이틀곡 '쿠키'는 공개 직후인 이날 저녁 7시 멜론 톱100 20위로 진입하는 기록을 썼다.
'걸 크러시'로 무장한 많은 신인 걸그룹과 달리 '순수함' '자연스러움' 등을 주요 포인트로 하면서 힙한 분위기를 유지하는 것도 뉴진스만의 매력이다. 처음 티저 이미지가 공개됐을 때 실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보이는 앳된 얼굴을 보고 놀라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올해 5월 데뷔한 르세라핌과 어깨를 나란히 할 '하이브의 새 걸그룹'이라는 위상도, 제작 전반에 관여하며 자신이 추구하고자 하는 바를 훌륭하게 옮겨낸 민희진 대표의 영향력도, 출발선에 선 뉴진스에게는 강점이 된다.
강점이자 약점인 민희진 대표의 존재, 선정성 논란도
뉴진스는 오랜 시간 '민희진 걸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그만큼 민희진 대표의 존재감은 압도적이다. 멤버 구성부터 데뷔 앨범에 실린 곡, 그룹의 정체성 등 그의 손이 닿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아이돌 그룹이 쏟아져 어느 때보다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가운데, 본인만의 고유함을 분명히 가지고 있고 이를 따르고 좋아할 준비가 되어 있는 취향의 팬을 넉넉하게 보유했다는 것은 뉴진스의 유리한 지점이다.그러나 '민희진 스타일'을 온몸으로 받아들인 걸그룹이라는 것은, 동시에 뉴진스가 걷어내야 할 그림자이기도 하다. SM엔터테인먼트에서 다양한 아티스트와 작업하면서 그가 구현한 여러 이미지가 이미 많은 이들에게 각인돼 있다. 마른 몸과 티 없이 맑지만 어딘가 몽환적이고 신비로워 보이는 얼굴을 가진 소녀들, 외국을 배경으로 외국인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 귀에 감기는 세련된 음악… 이번 뉴진스의 콘텐츠에서도 익숙한 무드가 흐른다. 이 익숙함은 자칫 식상함으로 비칠 수 있다.
2004년생 2명, 2005년생 1명, 2006년생 1명, 2008년생 1명으로 이루어진 미성년자 걸그룹인 만큼 의상 선정에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민희진 대표가 소품 하나, 표정 하나, 메시지 하나 허투루 하지 않는 프로로서 정평이 난 만큼, '과연 이 모든 과정과 내용에 의도가 없는 것이 존재하는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나아가 이제 갓 초등학교를 졸업해 중학생인 멤버가 아이돌로 데뷔하는 것이 적절한지 우려하고 토론하는 움직임도 조금이나마 일어나고 있다.
뉴진스의 데뷔 앨범 '뉴 진스'의 전 곡 음원은 오늘(1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됐다. 앨범은 블루북 6종(멤버 개인 커버 및 단체), 위버스 버전, CDP를 담을 수 있는 백이 포함된 버전 3종까지 오는 8월 8일에 정식 발매된다. 뉴진스는 오는 4일 엠넷 '엠카운트다운'을 시작으로 5일 KBS2 '뮤직뱅크', 7일 SBS '인기가요'에 출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