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4부작 스릴러 '멧돼지사냥'은 실수로 사람을 쏜 그날 밤, 실종된 아들을 찾아 나서는 한 남자의 사투를 그린 작품이다.
'멧돼지사냥' 대본은 지난해 MBC 드라마 극본 공모전에서 흥미로운 소재와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구조, 그리고 극한으로 치닫는 인물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했다는 평을 받으며 MBC PD상을 수상했다. 여기에 '옷소매 붉은 끝동' '내가 가장 예뻤을 때'를 공동 연출한 송연화 PD가 의기투합해 시골 미스터리 스릴러의 매력을 제대로 선보일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1일 온라인 생중계 된 '멧돼지사냥' 제작발표회에는 송연화 PD와 배우 박호산, 예수정, 김수진 등 배우들이 참석해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충청도 시골의 평범한 가장 영수 역을 맡은 박호산은 "영화 때깔"이라면서 "평범하게 열심히 살아가는 가장이자 흙수저다. 처음부터 영수가 로또를 맞고 드라마가 시작되는데 그 기쁨이 어떻게 변하는지 과정이 잘 녹여져 있다. 아무도 모르는 잘못을 했더라도 그게 내 잘못이라고 인정하면 되는데 모른 척을 했다가 큰 일이 된다"고 자신의 캐릭터를 소개했다.
이어 "대본이 너무 재미있었고, 한 자리에서 4부까지 대본을 다 읽었다. 작가가 20대 후반의 건축학과 전공자라고 해서 더 놀랐다. 충청도 사람들의 기질이 많이 들어간 작품이라 꼭 한 번 해보고 싶었다"라고 출연 이유를 전했다.
충청도 사투리와 수위가 상당히 높은 감정씬은 또 다른 과제였다.
박호산은 "말투에도 한번에 핵심을 짚지 않고 돌아가는 의뭉스러운 점을 녹이려고 했다. 사투리에 흠이 잡히지 않도록 정말 일상에서도 열심히 했다. 충청도 배경인 영화는 다 봤던 것 같다"며 "아이를 잃는다는 건 고통 중에 가장 큰 고통이다. 화가 나서 가슴이 꽉 막힌 것 같은 고통이라 계속 감정이 끝에서 달려 갔다. 조금만 수위가 내려가도 감독님이 한 번만 더 가자고 그랬는데 그러길 잘한 것 같다"고 뿌듯해 했다.
예수정은 "다수의 이기주의와 폭력에 의해 내 아들과 며느리가 죽었다고 상상한다. 남은 손주를 키우는 게 삶의 목적인데 그 손주가 사라지고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의심이 확신이 되면서 용서와 복수를 하는 과정을 보여준다"며 "이번에는 가만히 당하고 있지 않는다. 무조건 했어야 하는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특히 이번에는 찬란한 자연에 힘입어 새롭게 변화를 이뤄낼 수 있었다.
예수정은 "할머니의 망상과 실제를 대본을 보면서 어떻게 표현해야 될까 고민이 많았다. 개인적인 편견을 떠나고, 늘 할법한 반응을 비교적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정말 아름다운 대한민국 금수강산에서 촬영해서 감사했다. 그런 자연환경 덕분에 익숙한 습관이나 반응에서 많이 벗어나서 신선하게 갈 수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영수의 아내 채정 역의 김수진은 벌써 영화, 연극 등에서 박호산과 세 번째 커플로 만났다.
그는 "군더더기 없이 꽉 짜여진 대본이었다"며 "감독님과 만나서 여러 가지 질문을 했는데 3개월 가까이 작가님과 소통하면서 작업을 하셨더라. 만족도를 물어보니 150%라고 해서 마음이 많이 갔다. 식구들도 다 독려해줘서 할 수 있었다"고 출연 결정 당시를 회상했다.
박호산과의 '부부 케미'에 대해서는 "이런 고통스러운 상황을 여러 번 연기했었는데 그때는 남편들이 살아있지 않았다. 이번엔 고통을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서 덜 외로운 것 같다. 저희 사이에 부부애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워낙 박호산 배우가 밝게 상대 배우를 편하게 해줘서 분위기가 좋았다. 대본 리딩할 때부터 초등학교 동창, 부부 같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현장에서 캐릭터에 맞춰 높아진 감정을 잘 받아줘서 너무 감사하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이에 박호산 역시 "벌써 세 번째 커플 연기인데 호흡이 잘 맞는다. (김수진의) 남편 분도 잘 알고 지내서 평소에 친하다"고 화답했다.
영화 '이끼' '곡성' 등 시골을 배경으로 한 스릴러는 그 동안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그만큼 '시골'이라는 공간의 향토적인 분위기와 폐쇄성이 스릴러 소재로 많이 활용됐다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멧돼지사냥'만의 차별점은 무엇일까.
송연화 PD는 "기본적으로 작가님이 누구나 겪을 '불안'이라는 정서를 다양한 인물과 형태로 표현했다. 감각적 연출을 해볼 수 있는 기획이라 매력적으로 느껴져 해보고 싶었다. 예상이 될 법하면서도 다른 게 튀어나오는 재미가 있었다"라고 짚었다.
이어 "다른 시골 스릴러들과 다르게 저희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인간 관계가 중심에 있다. 그런 관계가 사건을 증폭 시키기도 하고, 갈등을 조장하기도 한다. 정서를 메인에 두고 이야기가 펼쳐져 시청자들이 더욱 공감하실 것 같다"며 "긴장감 유지가 가장 중요해서 평범하고 일상적인 풍경이 기이하거나 스산하게 느껴지길 바랐다. 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관찰할 때 '왜 저러지?'라고 다음을 예상하는 재미를 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MBC 4부작 시골스릴러 '멧돼지사냥'은 오늘(1일) 밤 10시 30분 첫 방송된다. 오는 22일까지 매주 월요일마다 한편씩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