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죽마고우다. 얼마나 친한지는 사진 한 장이 설명해준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검찰총장직을 사퇴한 뒤 대선출마 여부로 설왕설래가 한창일 때 권 의원과 찍은 사진이 공개됐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현역 정치인과 찍은 첫 사진 공개였다. 권성동 의원의 윤핵관(윤석열측 핵심 관계자) 데뷔다.
윤 대통령과 권 의원은 1960년생 동갑내기로 윤 대통령의 외가인 강릉에서 어린시절 함께 놀던 친구 사이다.
권성동 의원은 정치 초년생 윤석열의 정치고문을 자처하며 대선출마 결심 단계에서부터 당선은 물론 취임 이후 석 달 동안 가장 옆자리에 있어왔다.
윤 대통령 당선 바람을 타고 소속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여당인 국민의힘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윤핵관이라는 여의도식 별명은 대통령 최측근이라는 사실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보일 뿐이다.
그런데, 대통령의 옆자리에 언젠가부터 썰렁한 분위기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찰 수사권 조정 협상이 삐끗하면서부터다. 민주당과의 검수완박 합의안이 검찰은 물론 소속 의원들의 반발을 샀고 결국 자신이 합의한 안을 스스로 파기하는 자충수를 뒀다.
이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방 방문중이어서 협상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지 못했다"고 당시 배현진 대변인이 전했다.
그러나, 권 의원은 언론에 윤 대통령과 충분히 소통하고 공유한 합의안인 것처럼 설명해 윤 대통령이 황당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6일 공개된 윤 대통령의 '내부총질' 문자 노출은 권성동 의원의 리더십은 물론 대통령 신뢰에 치명상을 줬다.
대통령실 9급 행정요원 채용 파장은 어찌보면 '새 발의 피'다.
윤 대통령 주변에서는 '권성동 원내대표가 대통령의 X맨 노릇을 하고 있다'고 한탄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권 의원의 치밀하지 못하고 즉흥적인 정치적 판단과 정제되지 않은 발언이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지난주 갤럽조사에서 처음으로 20%대로 떨어진데 이어 1일 발표된 KSOI 조사에서도 28.9%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것은 제 역할을 못하는 여당과 권성동 의원의 리더십 부족이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권 원내대표는 이준석 대표 6개월 정직 징계 이후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았다.
그러나, 이후 당 분위기가 수습되기는커녕 지도체제를 놓고 끊임없이 분란이 계속되고 있다.
급기야 배현진 최고위원을 시작으로 조수진, 윤영석 최고위원 등이 잇따라 사퇴하면서 권성동 체제가 붕괴될 위기에 처했다.
안팎의 압박에 결국 권 의원은 직무대행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원내대표직에는 여전히 미련을 두고 있다.
조수진 최고위원과 김용태 최고위원, 홍준표 대구시장, 김태흠 충남지사 등이 권 의원에게 원내대표직까지 사퇴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권 의원은 거취에 대해 뚜렷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당 주변에서는 이준석 대표의 정직이 결정났을 때 곧바로 비대위 체제로 갔으면 될 일을 권 의원이 '사고'로 규정하며 직무대행직까지 겸직하면서 지금의 상황을 초래했다는 원성이 높다.
특히, 여권에서는 권성동 의원이 주요 정치적 위기와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거론하고 나서는 것에 못마땅해하는 소리가 많다.
대통령의 친구이자 윤핵관이라는 점을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윤 대통령을 자주 출연시키면서 윤 대통령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무대행 체제가 결정될 때도 권 의원과 윤 대통령의 회동 사실이 공개됐고 지난주 울산 방문 때도 대통령과의 전용기 안에서의 대화 내용이 공개돼 논란이 있었다.
이런 사이에 또 다른 윤핵관인 장제원 의원의 입지는 커져만 갔다. 장 의원은 이준석 대표 징계 이후 꾸준히 조기 전당대회를 주장해왔다.
'내부총질' 문자 노출사고 이후 최근 지도체제 논란을 거치면서 장제원 의원이 윤핵관 중에 원톱임이 확인됐다는 분석이 많다.
권성동 의원은 대선 이전에는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하고 대선 이후에는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공언해왔다.
권 의원에게 이제는 결단할 시기다. 윤 대통령의 굳이 옆 자리가 아니라 '좋은 친구'로 남는 길을 고민할 때다.
리더십을 상실한 상황에서 굳이 당권에 미련을 갖고 여당의 난맥상을 방치할 경우 그 책임과 대가는 결국 윤 대통령에게 돌아간다.
대통령의 옆자리에 굳이 있지 않아도 윤핵관으로 충분하다. 본인의 의사와는 엉뚱하게 윤석열 대통령의 X맨이 될 것인지 친구라도 될 것인지는 오로지 권성동 의원의 결단에 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