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대 '이재명 대항마' 논의…'단일화' 빼고는 다 다르다

이재명(오른쪽부터), 박용진, 강훈식 후보가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기류 속 이재명 후보에 대항하는 '97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 단일화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박용진과 강훈식 후보의 셈법이 엇갈리는 만큼 실제 타결이 있더라도 막판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단일화 불발 역시 배제할 수 없는 경우의 수다.


"단일화 계속 논의한다"지만…박용진·강훈식 '동상이몽'




1일 박 후보와 강 후보 의원실에 따르면, 두 후보는 지난 30일 오후 비공개로 회동을 갖고 단일화에 대해 논의했다. 다만 이들은 시기와 방식에 대해 추가로 논의하기로 했다.

두 후보 모두 단일화에 대해 큰 틀에서 동의하는 만큼 결국에는 단일화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는 게 당 안팎의 관측이다. 이 후보와 승부를 벌이기 위해서는 힘을 합치지 않으면 쉽지 않다는 인식 때문이다. 박 후보는 예비경선 전부터 단일화를 줄곧 주장해왔고 강 후보도 경선 후 단일화에 대해 동의해왔다.

그러나 구체적인 시기와 방식에 대해 두 후보가 이견을 보이고 있어 단일화 논의가 쉽지 않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두 후보가 이번 전당대회에서 계산하고 있는 셈법이 다르다는 분석 때문이다.

대선후보 경선까지 치르며 입지를 다져 온 박 후보는 당 대표 자리가 절실하다. 이 때문에 단일화에 한층 더 적극적인 입장이다. 강 후보를 향해 오는 3일 전까지 단일화를 완료하자고 '데드라인'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배경 때문이다. 3일부터 강원·대구·경북 대상 첫 당원투표가 진행돼 최대한 해당 지역 표를 얻겠다는 계산도 작용됐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공명선거실천 협약식에서 강훈식(왼쪽부터), 박용진, 이재명 당대표 후보가 공정 선거를 다짐하는 모습. 윤창원 기자

시간표를 제시한 박 후보와 달리 강 후보는 좀 더 느긋한 태도다. 강 후보는 이같은 '데드라인'에 "시기가 중요하지는 않다. 제 비전을 말할 시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바 있다. 박 후보를 향해서는 "정치공학적 단일화는 국민이 97세대에게 바라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긋기도 했다.

이를 두고 강 후보 입장에서는 굳이 단일화를 서두르지 않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전대가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낮은 강 후보의 이름을 알릴 절호의 기회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단일화하면 아무래도 박 후보쪽에 무게가 더 실리는 만큼, 강 후보 입장에서는 단일화를 최대한 늦게 하거나 완주하는 쪽이 이득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단일화 방식을 두고서도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박 후보는 높은 인지도를 앞세워 여론조사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의 단일화를 고려하고 있다. 반면 당 내 지지세에서 유리한 강 후보는 여론조사 비중은 최대한 낮추고 당 내 기반을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후보는 인터뷰에서 "여론조사 등의 룰에 맞춰서 하는 자체가 파격이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재명 견제 전략도 '온도 차'…단일화 논의 장애물 될 수도


윤창원 기자

시기, 방식 뿐만 아니라 이 후보를 견제하는 전략에 있어서도 온도 차이가 있다.

박 후보는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를 집중적으로 부각시키며 공세 수위가 높다. 그는 간담회에서도 "개인의 사법 리스크가 민주당의 리스크로 전환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당 지도부의 중요한 역할"이라며 이 후보를 견제했다. 이 후보의 반대쪽에 서서 '이재명 대항마'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강 후보는 이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부담스러워 하는 모양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사법리스크보다 제 비전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이 후보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는 "이재명에 반대하는 것만으로는 민주당이 나아갈 수 없다"고 말을 돌리기도 했다. 강 후보는 대선 당시 이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서 전략기획본부장을 지낸 적 있다.

단일화를 한다면 이 후보 견제 전략도 논의돼야 하는 만큼, '단일화'라는 것 빼고 겹치는 부분이 별로 없는 두 후보가 결국 단일화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지지하는 계파 간 이해관계로 후보들을 끌고 들어가면, 충분히 될 만한 단일화조차도 실패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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