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월세 시장 혼돈 근본 원인으로 임대차3법을 지목한 가운데 법 개정 작업의 첫발을 내디뎠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충분한 변화를 거둘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국토교통부와 법무부는 지난 27일 '주택임대차 제도개선 TF'를 구성해 주택임대차 제도개선안 마련을 시작했다.
초점은 임대차3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전월세신고제), 그중에서도 이달 말 시행 2년을 앞두고 있는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개편에 있다.
임대차3법은 임대인 측에서 임대차 계약을 연장하지 않으려 해도 임차인이 원하면 1회 갱신할 수 있도록 청구할 권리를 보장하고, 재계약할 때 임대료 등의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내용이다. 통상 2년 단위로 전세 계약을 맺으니, 안정적으로 4년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문제는 기존 세입자가 장기 거주하거나, 집주인들이 전세를 회피하면서 전세 매물 유동량이 줄어들고, 월세 매물이 늘어나는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나타나는 등 이른바 '전월세 대란' 논란이 불거졌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5월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의 비중이 59.5%를 차지했다.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 지난 4월에 처음으로 월세가 50.4%로 전세 비중을 앞질렀는데, 한 달 만에 비중이 10% 가까이 올랐다.
게다가 고금리 기조 속에 최근 시중은행의 전세대출금리 상단이 6%를 넘어서면서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더 가속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와 오히려 무주택자들의 주거 불안 문제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된다.
그동안 윤석열 정부는 임대차3법을 가장 먼저 손봐야 할 부동산 정책으로 꼽아왔다. 대선 과정에서도 임대차3법의 전면 재검토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100대 국정과제에서도 임대차3법에 대해 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재차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0일 열린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도 "전월세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차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회를 중심으로 공론화되기를 기대하며 정부도 이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발언한 연장선에서 이번 TF가 구축된 것이다.
이를 위해 TF는 전문기관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현재 국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임대차3법 입법을 주도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얼마나 정부의 제안에 적극적으로 응하냐 여부다.
임대차3법은 2020년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 처리됐다. 만약 정부와 여당의 주장대로 폐지 수준의 개정안을 허용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된다. 더 나아가 자칫 현 정부 아래의 부동산 시장의 혼란을 민주당의 책임으로 고스란히 떠안을 수도 있다.
지난달에도 민주당 정책위의장인 김성환 의원은 "상대적으로 전월세 가격이 많이 안정화하는 추세"라며 "(임대차법) 기조를 후퇴시키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야당의 반대가 예상되는 만큼 정부도 뜸을 들이고 있다. 이번 TF도 월 1회로 간격을 두고 회의를 진행하고, 이마저도 국장급 회의체로 진행할 예정이다. 연구용역을 맡을 전문기관을 선정하고 실제 연구의 수행·검토·평가 및 반영에 들어갈 기간을 고려하면 올해 안에 구체적인 결과물이 나오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다만 TF는 구체적인 제도개선안을 마련해 국회를 상대로 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할 때는 차관급 회의로 격상하고 활동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또 민주당으로서도 최소한의 보완 방안 없이 현행 임대차3법을 그대로 고수할 경우 자칫 '부동산 문제 해결에 소극적이다'라는 역풍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에 2024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는 논의 지형이 달라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미 지난 26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내부 토론회에서 초선인 홍기원 의원은 "임대차 3법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도입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전문가 지적을 무시하고 전격 처리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핵심은 정부와 여당이 말하는 '폐지에 가까운 수정'이냐, 야당이 손쉽게 받아들일 '원안을 유지한 보완책'이냐의 줄타기에 있다. 이때 TF가 내놓을 대안에서 핵심은 최대 4년(2+2년)까지 보장된 계약갱신청구권 기한과 5% 상한선을 손대느냐 여부다.
공정거래포럼 공동대표인 경인여대 서진형 경영학과 교수는 "계약갱신 청구권을 2+1로 3년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며 "무조건 상한선 5%로 제한하지 않고 일정 금액 이하의 임대차 계약만 제한하고, 그 이상은 자율에 맡기는 형태로 갈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다만 이를 야당이 사실상 폐지라고 보고 반대할 경우 법안 자체를 손질하는 대신 각종 인센티브를 강화해 제도를 보완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다.
이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시절부터 야당의 반대를 고려해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계약기간을 4년 연장해 장기계약을 하거나, 임대료를 시세보다 낮게 올리거나, 월세를 전세로 전환하는 등 임차인의 부담을 덜어주는 경우 별도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기도 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이은형 연구위원은 "민주당으로서는 본인들이 만든 법이기 때문에 법의 폐지 또는 개정보다는 수정 보완을 선택하고 싶을 것"이라며 "임대차 2법의 시장안정효과를 강조하며 긍정적 측면을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법은 적용하든 적용받든 쉽게 이해하고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임대차3법은 과도하게 복잡하다"며 "여기에 인센티브 등이 더해지면 상황이 더 복잡해지고, 예측하지 못한 부작용도 따라 커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