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 통제 지역에서 낚시 중 北지뢰 폭발…국가 책임일까?

낚시 금지 구역서 낚시 하려다 북한군 지뢰 폭발
法, 국가 책임 일부 인정
"北지뢰여도 우리군이 폭발물 제거했어야"

경기 김포시 누산리 한 포구에서 해병대 2사단 대원들이 지뢰 탐색 작전을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7월 어느 주말 오후. A씨는 김포대교 북단 한강변에서 느긋하게 저녁 낚시를 즐기려던 참이었다. 하지만 주말 낚시의 즐거움도 잠시였다. 낚시 의자를 땅에 놓는 순간 지뢰가 폭발해 A씨는 심장 등을 크게 다쳤다. 이에 A씨와 배우자, 두 자녀는 대한민국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낚시터는 사고 당시 우리 육군의 관할 구역이었던 만큼 유실된 지뢰에 대한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등의 이유에서다.

출입 통제 지역에서 터진 북한군 지뢰…우리군이 책임 져야 하나


문제는 A씨를 다치게 한 지뢰가 북한군 지뢰였다는 것.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결과 폭심(폭격이나 폭발 따위의 중심점)부 토양에서 폴리아미드 성분의 파편이 검출됐는데 이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파편 지뢰의 성분이다. A씨의 주장은 두 가지다. △군용 폭발물을 유실한 책임과 △폭발물을 제거해야 할 책임, 이 두 가지 책임을 국가가 제대로 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민사212단독 최성수 부장판사는 지난 11일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 7200만원을 포함해 8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국가의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위자료에 더해 A씨가 청구한 치료비 1200만원의 70%를 합친 금액이다. 다만 A씨가 일반인의 출입이 통제됐던 지역에서 굳이 낚시를 한 상황을 참작해 국가 책임을 70%만 인정했다. (사고 당시 그 지역에서는 하천 환경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었다.)

A씨의 첫 번째 주장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들(A씨와 그 가족)이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이 사건 지뢰가 국군이 매설한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오히려 위 기초 사실에 의하면 이 사건 지뢰는 북한이 사용하는 지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뢰 탐색하는 군인. 육군 제공

하지만 북한군의 지뢰라고 해도 우리군이 폭발물을 제거해야 하는 책임은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우리 법은 '지뢰지역'을 관할하는 군부대의 장에게 그 지뢰지역의 주위에 별표의 요건을 갖춘 경계표지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며 "이 사건 사고 지역은 위 '지뢰지역'에 해당하는데 사고 현장에는 위와 같은 경계표지가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밝혔다.

A씨가 사고 당한 그 지역에서는 그 뒤로 우리 국군의 지뢰가 두 번 발견됐던 지역이다. 사고 이전에도 이미 집중호우로 폭발 사고가 여러 번 발생했었다고 한다. 사고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던 만큼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보호할 직무 상 의무가 있었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사고 지역 관할 군부대 장을 포함한 피고 소속 군인공무원들에게는 지뢰 폭발 사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경계 표지 설치, 지뢰 수색, 제거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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