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대동고 학생 (익명)
광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진 시험지 유출 사건. 시험지 유출 사건이 간혹 있기는 했습니다마는, 이번에는 그 수법이 기상천외해서 더 충격을 줬습니다. 광주 대동고의 2학년 학생 두 명, A와 B는 기말고사 시험지를 미리 빼내려고 늦은 밤에 교무실 창문을 넘어서 잠입합니다. 그리고는 교사들의 노트북에 악성코드를 심습니다. 이 악성코드는 주기적으로 모니터 화면을 캡쳐하는 기능을 했어요. 결국 이 두 학생은 9과목의 시험지를 이런 식으로 빼돌렸습니다. 그런데 조사를 해 보니까 그 전에 중간고사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던 겁니다. 그때는 무려 7과목이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사실을 처음 밝혀낸 건 학생들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느꼈을 상실감도 참 걱정이 되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대동고등학교 2학년 학생 한 명을 연결해서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학생, 나와 계세요?
◆ 학생> 네.
◇ 김현정> 어려운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우선 고맙습니다.
◆ 학생> 네.
◇ 김현정> 답안지 유출한 그 A군하고 B군 두 학생. 이미 학교에서는 유명한 친구들이었다면서요?
◆ 학생> 네, 맞아요. 둘 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기로 유명한 친구들이어서.
◇ 김현정> 무슨 '탈선한 문제아' 이런 학생들이 전혀 아니었네요?
◆ 학생> 네, 원래 애들이 약간 모범생으로 알고 있었고 한 명은 전교 7등도 할 정도였고 다른 친구는 180 몇 명 중에 한 20등 하던 친구였으니까 둘 다 아주 상위권이었죠.
◇ 김현정> 학교에서 임원 같은 것도 하고?
◆ 학생> 네, 당선된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예요.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면 지금 고등학교 2학년인데 원하는 대학, 희망 대학, 이런 것도 주변에서 다 알고 있었겠네요?
◆ 학생> 네, 친구, 일단 목표는 제가 알기로는 서울대 컴공, 이쪽이었던 걸로 아는데 애초에 컴퓨터도 잘해서 그쪽으로 생각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컴퓨터를 원래 잘하는 친구고, 꿈도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들어가는 거였어요.
◆ 학생> 네.
◇ 김현정> 밤 10시에 교무실에 침입해서 시험지를 빼돌렸다는 얘기를 듣고 많은 분들이 이거는 평소에 문제아일 거다, 그렇지 않겠느냐, 이런 짐작들이 많이 돌아다녔는데 정반대였네요. 그러면 평소에 공부 잘하고 또 열심히 하는 친구들이었는데 어떻게 하다가 시험지 유출이 발각된 거예요?
◆ 학생> 기말고사 때 시험지에 답을 적어놓은 걸 찢어서 학교 뒤 쓰레기통에 아주 잘게 찢어서 버렸는데 다른 반 친구가 그 반에 있었다가 그걸 보고 '어? 뭐지?' 하면서 설마 하면서 그걸 쓰레기통에 있는 종이를 다 빼서 자기가 퍼즐처럼 맞춰본 거예요. 그런데 거기에 답이 써져 있는데 답안지랑 비교를 해 보니까 거의 다 100점이고 하니까 약간 그 순간 소름이 돋았나? 그거를 자기 친구들한테 말하고 친구들끼리 이거 어떻게 해야 되나 얘기를 하다가 그 친구들 중에 한 명이 부모님한테 말을 했는데 그 부모님이 학교에 전화를 하셔서 그렇게 다 알게 됐죠.
◆ 학생> 네, 맞아요. 그거를 다른 친구가 보고 퍼즐처럼 다 맞춰본 거예요.
◇ 김현정> 그래서 광주시 교육청에서 조사를 해 보니까 이번 1학기 기말고사가 처음이 아니었어요. 중간고사에서도 동일한 수법으로 7과목 시험지를 빼냈다는 거죠?
◆ 학생> 걔네가 컴퓨터를 막 캡처하는 방식으로 범행을 했는데 그 선생님들이 중간고사 보기 전에도 막 자기들 컴퓨터가 캡처되는 것 같다고 방과후 시간에 얘기하신 걸로 알고 있거든요. 수업 중간에 갑자기 캡처되는 게 보이니까 '요즘 왜 갑자기 캡처가 되지?' 하신 걸로 알고 있어요.
◇ 김현정> 노트북을 펴놓고 수업하시다가 갑자기 캡처가 되는 순간에 한번 보셨군요. '내가 지금 캡처 안 눌렀는데 왜 캡처가 되지?'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 학생> 네.
◇ 김현정> 그렇군요. 결국 그래서 추궁을 하다가 중간고사까지 자백을 받아낸 거예요.
◆ 학생> 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방식이 너무 놀라워요. 직접 만든 악성코드를 밤 10시에 교무실에 잠입해서 선생님들 노트북에다가 깔고. 그런데 그 노트북을 선생님들이 비밀번호로 잠가놓고 가셨다는데 어떻게 풀어서 그 악성코드를 심을 수 있었을까요?
◇ 김현정> 비밀번호 몇 번 틀려버리면 완전 잠기는데 그걸 또 해제할 수 있는 어떤 걸 가지고 들어갔어요?
◆ 학생> 맞아요.
◇ 김현정> 그렇게 해서 기말고사 때는 9과목의 시험지를 빼돌리고, 중간고사 때는 7과목 시험지를 빼돌리고. 그래서 전교 몇 등 했어요?
◆ 학생> 전교회장한 친구는 원래 1등급이어서 제가 알기로는 이번도 1등급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그 20등 하던 친구가 아예 전교 1등을 해버렸죠, 기말고사 때.
◇ 김현정> 그러니까 전교 20등 하던 친구는 이번에 1등 해서 와, 하고 소문이 났고. 원래 잘하던 그 친구는 원래도 1등급이었는데 이번에도 1등급 정도로.. 등수까지는 지금 모르겠지만.
◆ 학생> 네.
◇ 김현정> 그 A하고 B군은 지금 어떻게 됐어요?
◆ 학생> 지금 아예 경찰 조사 받고 학교에서 징계를 내릴 건데 거의 퇴학으로 확정된 상태여서 애들 그냥 아무 소식도 안 들리고 그냥 조용히 SNS 활동도 아예 안 하고 처음에 경찰조사에서도 뭐가 안 나왔을 때 그때는 20등 하던 그 친구만 다들 알고 있었는데. 그 친구는 그때는 자기 억울하다면서 막 학교에서 울고 어머니도 오셨는데 어머니도 아예 모르시니까 그때는 자기는 계속 아니라고 하면서 축구도 막 더 하고 놀 거 다 놀고 그랬으니까 애들 입장에서는 알고 나니까 더 소름 돋았고 그러죠.
◇ 김현정> 아니라는 입장이었어요?
◆ 학생> 네, 자기는 처음에 아니라고 했어요.
◇ 김현정> 그렇군요. 참 이 사건이 밝혀지고 나서 학생들, 선생님들 다 놀라고 속상하고 그랬을 것 같아요. 우리 학생은 어떠셨어요?
◆ 학생> 저도 원래 알던 애들이라 그런지 더 놀랐는데 지금 재시험을 볼 수 있다, 이런 분위기가 나오니까 1학기 때 엄청 열심히 공부해서 등급 잘 나온 애들은 억울하고 또 다시 봐야 되는데 여기서 막 떨어지면 그런 애들은 엄청 속상하고 그럴 것 같아요.
◇ 김현정> 결국은 피해는 학생들이 보는 거네요.
◆ 학생> 네, 맞죠. 좀 많이 억울하죠. 저희 학교는 한 4년 전에도 이런 일이 또 일어난 적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때, 4년 전 그때는 어떤 수법이었어요?
◆ 학생> 그때는 걸린 사람이 부모님이 막 돈이 많고 그러셨는데, 그래서 어떤 선생님을 고용해서 한 걸로 알고 있는데.
◇ 김현정> 선생님 매수였습니까? 그때는?
◆ 학생> 네. 그런데 또 이런 일이 일어나니까 솔직히 1차적으로는 당연히 학생들이 엄청 잘못한 건 맞는데 이거는 학교에서 시험볼 때도 필통을 집어넣으라는 선생님이 있고 안 넣으라는 선생님이 있는데 걔네가 필통에다 종이를 넣어놓고 본 거거든요.
◇ 김현정> 그 답만 쭉 적은 그 쪽지를 필통 안에 넣고서 베꼈어요?
◆ 학생> 네, 그래서 애들이 그런 거라도 이거는 학교에서도 좀 지켜봐야 된다는 생각이 있기는 해요. (부정행위) 안 하는 애들은 너무 억울하고, 열심히 공부한 거 다 사라지고 하는 거니까 학교에서도, 교육청에서도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게 보안에 신경 써 주시고 책임져 주시면 고마울 것 같아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어려운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너무 마음의 상처 크게 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빨리 회복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고맙습니다.
◆ 학생> 네.
◇ 김현정> 이번에 시험지 유출사건이 벌어진 광주의 한 고등학교, 동급생입니다. 2학년 재학생 만나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