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후 잠행 김건희 여사, 한달만에 '화려한 행보' 재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8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해 장병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가 화려한 모습으로 다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후 거의 한 달 만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김 여사는 28일 오전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열린 정조대왕함 진수식에 참석했다. 노란색 투피스에 검정 재킷을 걸쳤고, 검정 하이힐을 신은 모습이었다. 머리는 뒤로 단정하게 묶어 정리했다.

김 여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동할 때마다 한 두 걸음 뒤에서 걸으며 주변에 묵례로 인사했다. 여느 때처럼 공식석상에서 '조용한 내조'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정조대왕함의 진수선을 자를 때는 김 여사가 주인공이었다. 태어난 아기의 탯줄을 자르듯 새로 건조한 함정에 생명력을 불어넣는다는 의미로, 19세기 초 빅토리아 여왕 재위 시절부터 여성이 진수선을 자르는 것이 전통으로 정립됐다.

김 여사는 진수식대에 올라 황금색 소형 손도끼로 정조대왕함과 연결된 진수선을 힘껏 내리쳐 잘랐다. 이어 가위로 테이프를 절단해 샴페인 병을 선체에 부딪혀 깨뜨리는 안전항해 기원의식, 이른바 '샴페인 브레이킹'에도 참여했다.

진수커팅하는 김건희 여사. 연합뉴스

김 여사는 이날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방한 공식 만찬 자리에도 나타났다. 조코위 대통령의 배우자 이리아나 위도도 여사의 카운터파트로 행사장에 참석한 것이다.

김 여사는 만찬장에서 검은 재킷에 검은색과 흰색이 섞인 치마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진수식 행사와 달리 묶지 않고 어깨까지 늘어뜨린 모습이었다.

김 여사가 공식 행사에 모습을 드러낸 건 거의 한 달만의 일이다. 지난달 말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주스페인한국문화원을 방문하는 등 독자 행보를 보인 이후 공개 활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 11일 예정됐던 김 여사와 국민의힘 여성 의원 오찬 일정도 코로나19 재확산을 이유로 취소했다.

일각에서는 김 여사의 잠행을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락과 연결 지어 분석했다. 윤 대통령 지지율은 나토 순방 이후에도 하락세였는데, 마드리드 순방 성과가 김 여사의 고가 악세사리 이슈에 묻히거나 이원모 인사기획비서관의 배우자 신모 씨가 김 여사를 마드리드에서 수행했다는 지인 동행 논란 등이 지지율에 영향을 준다는 시각이 있었다.

당시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실 직원들이 윤 대통령의 첫 다자외교 무대 데뷔전을 준비하느라 애를 많이 썼고, 최선의 성과를 얻으려고 노력했다"며 "예상 밖의 이슈와 논란으로 외교 성과가 빛을 보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이런 까닭에 김 여사의 진수식 참석을 두고도 내부에서는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지지율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김 여사의 공개 행보 재개가 자칫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김 여사 대신 해군 여성 장교가 진수선을 끊는 방안도 고려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진수줄 절단식은 김 여사가 꼭 가야 하는 행사라고 판단했다"면서도 "이날을 계기로 김 여사가 다시 공개 활동을 늘릴 계획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정숙 여사도 2018년 도산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석했고, 권양숙 여사도 2005년 11월 '유니버셜퀸'호 진수식에서 진수줄을 잘랐다. 육영수 여사는 1974년 '애틸랜틱 배런'호 진수식에 참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김 여사는 자신의 행보가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늘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문제가 된 사건들도 사실 오해인 부분들도 많지만 일일이 해명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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