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de.연준)가 한 번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두 달 연속 밟으면서 한미 기준금리 역전이 현실화 됐다. 2년여 만에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 금리를 추월해 치솟으면서 외국인 투자자금 이탈 등 우려도 제기되지만, 과거 사례와 현 상황을 종합해 봤을 때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연준은 27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렸다. 지난달에 이은 연속 자이언트 스텝으로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치솟았다. 우리나라 기준금리 2.25%를 추월한 것이다. 한미 금리가 이처럼 역전된 건 2020년 2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이론적으론 금리인상기 고금리‧안전처로 향하는 돈의 특성상 한미 금리가 역전되면 외국인 투자자금이 우리나라에서 유출되고 환율 상승 압력도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지만, 과거 역전 사례에선 이 같은 이론이 그대로 현실화 되진 않았다.
과거 한미 기준금리 역전기는 △1999년 6월~2001년 2월(1기) △2005년 8월~2007년 8월(2기) △2018년 3월~2020년 2월(3기) 등 세 차례 있었다. 1기 때는 '닷컴 버블'로 과열된 금융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2기 땐 부동산‧주식시장 과열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기준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 3기엔 유가 상승 흐름 속 인플레이션 우려가 짙어지면서 미국 중심의 긴축 기조가 나타났다.
그런데 1‧2‧3기 때 모두 외국인의 채권‧주식 투자자금을 합한 증권자금은 모두 순유입 됐다. 다만 주식투자 자금만 떼어 놓고 봤을 때에는 순유입을 기록한 1기 때와 달리 2기와 3기 역전기엔 각각 263억 4천만 달러, 83억 6천만 달러 가량 유출됐다. 원화 가치는 2기 때엔 오히려 오른 것으로 파악됐다. 이런 통계들로 미뤄봤을 때 외국인 자금 흐름과 환율 등은 금리 역전이라는 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하기보다는, 시장을 둘러싼 복잡한 상황 속 유동적으로 움직인다는 진단도 가능하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에도 금리 역전은 현실화 됐지만, 어느 정도 예상됐던 상황인 데다가, 인플레이션이 하반기에 고점을 지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형성돼 있는 만큼, 시장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적지 않다. 실제로 미국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예상됐던 이번 달에도 1일부터 전날까지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1조 7천여억 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날도 시장 예상에 부합한 자이언트 스텝 결정과, 금리인상 속도 조절을 시사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 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결과 뉴욕 증시가 일제히 상승한 데 이어 국내 증시도 장 초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오전에 서울 은행회관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과 함께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연준 결정은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자금 유출 우려와 관련해 "과거 세 차례 한미 간 금리 역전이 있었지만,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은 오히려 순유입을 유지한 바 있다"며 "자본유출입에는 경제 펀더멘털 등이 더 큰 영향을 미치는데 이달 들어 외국인 증권자금이 순유입세를 기록하는 점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의 튼튼함을 방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6월 현재 4383억 달러로 세계 9위 수준인 충분한 외환보유액과 다층적 유동성 공급망 체계 등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판도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