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 무대뿐 아니라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는 여러 콘텐츠에 활발히 출연하며 '실력파'라는 점을 꾸준히 보여준 퍼플키스가 네 번째 미니앨범 '기키랜드'(Geekyland)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에서 '마녀'라는 존재를 처음 드러냈던 퍼플키스는 한발 더 나아가 소외된 존재를 대변하는 역할로 '퍼키 마녀' 세계관을 확장했다. 앨범 발매 전인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RBW 사옥에서 퍼플키스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퍼플키스는 일곱 멤버의 개성 있는 음색과 갈고 닦은 라이브 실력에 관해 자주 언급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맴맴'(memeM)이 3월 말에 나왔으니 약 4개월 만의 컴백이다. 전작이 일곱 마녀 퍼플키스가 물들인 보랏빛 세상으로 들어가는 주문이 '맴맴'이라는 데 착안했다면, 이번엔 세계관이 조금 더 넓어졌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괴짜 취급을 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앨범명이기도 한 '기키랜드'는 그 배경이 되는 장소다.
기키랜드가 퍼키 마녀들이 사는 곳인지 묻자, 채인은 "소외된 존재들이 자신의 의견을 더 잘 펼칠 수 있고 생활하는 랜드로 표현한 거고, 저희도 거기 사는 마녀들로서 조금 더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수안은 "제가 아이돌이라는 직업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그때는 아직 지금의 음색이나 실력보다는 부족한 상태이긴 했지만 음색이나 사용하는 창법이 아이돌에는 부적합한 것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속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인제) 저희 팀 색깔을 나타낼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저도 열심히 해서 무기가 됐듯이 다르다는 것이 틀린 건 아니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권했다.
타이틀곡 제목은 '널디'(Nerdy)다. 중독성 있는 베이스와 대비되는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번만 들어도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드미컬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채인은 "아무래도 전에는 밝음과 다크함 상반되는 곡이 많았다면, '널디'는 밝음과 다크함이 굉장히 공존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냈던 곡 중에서 저희 색을 가장 잘 담고 있지 않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도훈 대표님, 지원 피디님께서 일곱 명 음색을 조금 더 살리고자 '이렇게 하면 어울리는 것 같다'며 세세하게 디테일을 잡아주셔서 (녹음)하는 데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도시는 "클래식 악기가 많이 쓰여 사운드 면에서 낯설다고 생각했고,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조금의 걱정도 있었는데 퍼포먼스가 너무 잘 나왔다. 퍼포먼스를 좀 더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랐다.
나고은은 "노래 자체만 들어보시면 그동안과는 조금 다르다. 힘이 강하게 들어가는 창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무는 힘이 조금 들어간 거라서, 라이브 연습할 때 중점 뒀던 건 춤은 세게 추지만 노래는 스타일을 잘 살리려면 덜어내야 하는 게 있어서 (둘을) 맞춰가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나쁜 불리들을 향해 안녕을 고하는 '인트로 : 바이바이 불리'(Intro : Bye Bye Bully)', 더욱 강렬한 온도로 다가가는 뭄바톤 장르곡 '불꽃'(FireFlower), 멤버 이레의 데뷔 트레일러 곡으로 퍼플키스 7인 완전체가 다시 부른 '캔트 스탑 드리밍'(Can't stop dreamin'), 심플하지만 중독적인 훅을 강렬한 셔플 리듬 위에 얹어 더욱 그루비한 느낌의 '러브 이즈 데드'(Love Is Dead), 여름비가 만든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썸머 레인'(SuMMer RaiN)까지 총 6곡이 담겼다.
도시는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썸머 레인'을 소개했다. 같은 소속사인 원어스의 레이븐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도시는 "약간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에 저희 음색이 씁쓸하면서도 슬프기도 한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 시즌에 듣기 좋아서 마지막 트랙에 삽입된 것 같다"라고 설명한 후 "다양한 음악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수록곡 구성에 대해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키랜드' 앨범 홍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하이라이트 메들리였다. 녹음실에서 무반주로 노래하는 퍼플키스 멤버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콘텐츠였다. 도시는 "(저희를) 음색과 보컬 실력으로 대중이 점점 알아봐 주신다. '좀비' 앨범 때도 저희가 무반주로 생으로 (노래)하면서 하이라이트 메들리 들려드린 적이 있다. 약간의 화음이나 아카펠라가 만들어진 하이라이트 음원을 아예 녹음해 봤다. 팬분들이 그런 느낌을 원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채인은 "저희가 라이브 연습을 평상시에도 많이 하긴 하지만 하이라이트 메들리는 아예 목소리만 들리는 형태였기에 어떻게 하면 7명의 음색과 파트를 다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찍었다"라고 부연했다. 박지은은 "저희 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라이브"라며 "멤버들 음색이 다 좋은데 그 좋은 음색을 어떻게 하면 어느 순간에나 그게 드러날 수 있을지 연습하고 연구한다"라고 전했다.
퍼플키스의 어떤 점을 좋아해 주는 것 같냐는 질문에 수안은 "저희도 뿌듯하게 생각하는 게 (저희의) 실력적인 부분, 음악성을 굉장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를 꼽을 때) 그 곡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좋아해 주시는구나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레는 "(그동안) 대면 공연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저희 무대 보고 좋아해 주신다는 말이 되게 뿌듯하다. 무대도 팬분들이 생기는 데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꼽았다. 도시는 "저희 일상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보고 입덕(팬이 됨)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약간 괴짜 같은 모습도 팬분들께서 되게 재미있게,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도시는 "항상 어딜 가나 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무대가 있다. 퍼플키스 데뷔 첫날 첫 음악방송 무대다. 저희가 그날 독기가 가득했다. 그날의 에너지,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댓글에서도 '정말 멋진 신인의 탄생' '충격받았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저희 예전 타이틀곡들도 역주행했으면 좋겠다"라며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를 추천했다.
코로나 시국에 데뷔해서 팬들과 함께하며 함성이 허용되는 공개방송이나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퍼플키스는 어서 공개방송을 통해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바랐다. 팬들만 모시고 단독 공연을 열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수안은 팬들과 돈독한 사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안은 "가수랑 팬으로서의 관계도 좋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한다. (팬분들이) 무한한 사랑을 주시기도 하지만 저희 또한 팬분들을 무한하게 좋아하고 사랑한다. 저희는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항상 말씀드리고 있는데, 살아가는 데 서로 힘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퍼플키스는 오는 9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일본 국적인 유키는 "코로나 시국에 데뷔하다 보니 해외를 한 번도 못 갔는데 해외 나가는 일정이 생겨서 좋다. 저희도 일본 팬분들이 계시는데 너무너무 보고 싶고 그래서 너무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