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퍼플키스, 새 앨범 하라메 '무반주'로 공개한 자신감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RBW 사옥에서 만난 퍼플키스. RBW 제공
2021년 정식 데뷔한 퍼플키스는 마마무 소속사인 RBW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여성 아이돌 그룹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어느 멤버도 빠지지 않는 탄탄한 가창력과 무대매너, 여유로 사랑받았던 마마무의 후배 그룹이라는 수식어가 아쉽지 않을 만큼, 퍼플키스 역시 수준급의 라이브 실력과 기량이 돋보이는 무대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유튜브에서 퍼플키스를 치면 유독 라이브 영상이 자주 등장하고, 조회수도 높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음악방송 무대뿐 아니라 라이브를 들려줄 수 있는 여러 콘텐츠에 활발히 출연하며 '실력파'라는 점을 꾸준히 보여준 퍼플키스가 네 번째 미니앨범 '기키랜드'(Geekyland)로 돌아왔다. 지난 앨범에서 '마녀'라는 존재를 처음 드러냈던 퍼플키스는 한발 더 나아가 소외된 존재를 대변하는 역할로 '퍼키 마녀' 세계관을 확장했다. 앨범 발매 전인 지난 22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RBW 사옥에서 퍼플키스의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퍼플키스는 일곱 멤버의 개성 있는 음색과 갈고 닦은 라이브 실력에 관해 자주 언급했다.

세 번째 미니앨범 '맴맴'(memeM)이 3월 말에 나왔으니 약 4개월 만의 컴백이다. 전작이 일곱 마녀 퍼플키스가 물들인 보랏빛 세상으로 들어가는 주문이 '맴맴'이라는 데 착안했다면, 이번엔 세계관이 조금 더 넓어졌다. 그저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괴짜 취급을 받는 이들을 대변하는 메시지가 포함됐다. 앨범명이기도 한 '기키랜드'는 그 배경이 되는 장소다.

기키랜드가 퍼키 마녀들이 사는 곳인지 묻자, 채인은 "소외된 존재들이 자신의 의견을 더 잘 펼칠 수 있고 생활하는 랜드로 표현한 거고, 저희도 거기 사는 마녀들로서 조금 더 당차고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왼쪽부터 퍼플키스 나고은, 도시. RBW 제공
이번 앨범 주제처럼 멤버들도 과거에 소외당한 경험이 있었을까. 채인은 어린 시절 독특한 옷을 입는 것을 좋아했는데 또래 친구들에게 이상하다는 취급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저의 취향을 존중 못 해 줘서 외로움을 느낀 경우가 있었는데, 내 취향인데 당당하게 펼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소외된 존재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생각했다"라고 부연했다.

수안은 "제가 아이돌이라는 직업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나서는, 그때는 아직 지금의 음색이나 실력보다는 부족한 상태이긴 했지만 음색이나 사용하는 창법이 아이돌에는 부적합한 것 같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아무래도 속이 많이 상했다. 하지만 (인제) 저희 팀 색깔을 나타낼 수 있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시는 것 같다. 저도 열심히 해서 무기가 됐듯이 다르다는 것이 틀린 건 아니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믿고 나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권했다.

타이틀곡 제목은 '널디'(Nerdy)다. 중독성 있는 베이스와 대비되는 스트링 사운드가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 번만 들어도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리드미컬한 비트가 인상적인 곡이다.

채인은 "아무래도 전에는 밝음과 다크함 상반되는 곡이 많았다면, '널디'는 밝음과 다크함이 굉장히 공존하면서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느낌이라고 생각한다. 여태까지 냈던 곡 중에서 저희 색을 가장 잘 담고 있지 않아"라고 평했다. 그러면서 "도훈 대표님, 지원 피디님께서 일곱 명 음색을 조금 더 살리고자 '이렇게 하면 어울리는 것 같다'며 세세하게 디테일을 잡아주셔서 (녹음)하는 데 더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퍼플키스 박지은, 수안. RBW 제공
수안은 "대중과 팬들의 반응이 좋았던 '폰조나'(Ponzona) '좀비'(Zombie) '프리티 사이코'(Pretty Psycho) 느낌이 한 곡에 담긴 것 같다"라고 말했다. '널디' 초반 가이드로 참여했다는 수안은 "도훈 대표님이 가사나 멜로디 부분에 대해 저한테 의견을 많이 묻고 요즘 트렌드나 가사에 대해, 대중이나 팬들에게 어떤 이야기 전하고 싶은지 물어보셨다. 각 멤버 음색을 살릴 수 있는 음역 물어보고 고려해 주셨다. 저희 의견이 계속해서 (앨범에)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라고 바라봤다.

도시는 "클래식 악기가 많이 쓰여 사운드 면에서 낯설다고 생각했고, 퍼포먼스가 어떻게 나올 수 있을까 조금의 걱정도 있었는데 퍼포먼스가 너무 잘 나왔다. 퍼포먼스를 좀 더 주의 깊게 봐주시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바랐다.

나고은은 "노래 자체만 들어보시면 그동안과는 조금 다르다. 힘이 강하게 들어가는 창법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안무는 힘이 조금 들어간 거라서, 라이브 연습할 때 중점 뒀던 건 춤은 세게 추지만 노래는 스타일을 잘 살리려면 덜어내야 하는 게 있어서 (둘을) 맞춰가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번 앨범에는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괴롭히는 나쁜 불리들을 향해 안녕을 고하는 '인트로 : 바이바이 불리'(Intro : Bye Bye Bully)', 더욱 강렬한 온도로 다가가는 뭄바톤 장르곡 '불꽃'(FireFlower), 멤버 이레의 데뷔 트레일러 곡으로 퍼플키스 7인 완전체가 다시 부른 '캔트 스탑 드리밍'(Can't stop dreamin'), 심플하지만 중독적인 훅을 강렬한 셔플 리듬 위에 얹어 더욱 그루비한 느낌의 '러브 이즈 데드'(Love Is Dead), 여름비가 만든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상대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썸머 레인'(SuMMer RaiN)까지 총 6곡이 담겼다.

왼쪽부터 퍼플키스 유키, 이레. RBW 제공
앨범의 트랙 구성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묻자, 박지은은 "'인트로 : 바이바이 불리'부터 다채로운 수록곡이 있다. 여름 하면 청량을 기대할 수 있지만 여름에 공포영화를 찾듯이 퍼플키스만의 프리키(freaky)하고 음산한, 저희만의 독보적인 콘셉트를 구축해 나가려고 한다. 그런 것들을 많이 찾아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라고 답했다.

도시는 마지막 트랙으로 수록된 '썸머 레인'을 소개했다. 같은 소속사인 원어스의 레이븐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한 곡이다. 도시는 "약간 흐리고 비 내리는 날씨에 저희 음색이 씁쓸하면서도 슬프기도 한 곡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지금 시즌에 듣기 좋아서 마지막 트랙에 삽입된 것 같다"라고 설명한 후 "다양한 음악 색깔을 보여드릴 수 있는 수록곡 구성에 대해 엄청나게 만족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번 '기키랜드' 앨범 홍보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은 것은 하이라이트 메들리였다. 녹음실에서 무반주로 노래하는 퍼플키스 멤버들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리는 콘텐츠였다. 도시는 "(저희를) 음색과 보컬 실력으로 대중이 점점 알아봐 주신다. '좀비' 앨범 때도 저희가 무반주로 생으로 (노래)하면서 하이라이트 메들리 들려드린 적이 있다. 약간의 화음이나 아카펠라가 만들어진 하이라이트 음원을 아예 녹음해 봤다. 팬분들이 그런 느낌을 원하시더라"라고 설명했다.

채인은 "저희가 라이브 연습을 평상시에도 많이 하긴 하지만 하이라이트 메들리는 아예 목소리만 들리는 형태였기에 어떻게 하면 7명의 음색과 파트를 다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찍었다"라고 부연했다. 박지은은 "저희 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이 라이브"라며 "멤버들 음색이 다 좋은데 그 좋은 음색을 어떻게 하면 어느 순간에나 그게 드러날 수 있을지 연습하고 연구한다"라고 전했다.

왼쪽부터 퍼플키스 채인, 단체사진. RBW 제공
라이브 실력에 자부심을 드러낸 퍼플키스는 앞으로도 라이브로 노래를 들려줄 기회를 많이 만들 예정이다. 채인은 "프로모션으로 라이브 영상 찍어놓은 게 있다"면서 "더 많은 걸 라이브로 들려드리도록 노력했다"라고 예고했다. 이레는 "공개방송 (관객 제한이) 풀려서 관객분들 앞에서 직접 들려드릴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라이브를 더 많은 사람에게 들려드릴 것 같다"라고 말했다.

퍼플키스의 어떤 점을 좋아해 주는 것 같냐는 질문에 수안은 "저희도 뿌듯하게 생각하는 게 (저희의) 실력적인 부분, 음악성을 굉장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 (좋아하는 노래를 꼽을 때) 그 곡이 한쪽에 치우쳐져 있지 않아서 전체적으로 좋아해 주시는구나 느낀다"라고 답했다.

이레는 "(그동안) 대면 공연을 많이 하진 않았지만 저희 무대 보고 좋아해 주신다는 말이 되게 뿌듯하다. 무대도 팬분들이 생기는 데 가장 큰 요인"이라고 꼽았다. 도시는 "저희 일상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보고 입덕(팬이 됨)했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약간 괴짜 같은 모습도 팬분들께서 되게 재미있게, 귀엽게 봐주시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퍼플키스의 미니 4집 '기키랜드'는 지난 25일 저녁 6시 전 곡 음원이 공개됐다. 타이틀곡은 '널디'다. RBW 제공
'라이브 무대'에 줄곧 자신감을 비친 퍼플키스가 생각하는 '더 알리고 싶은 무대'는 무엇일까 궁금했다. 수안은 '잇츠 라이브'에서 부른 세븐틴의 '아낀다' 무대를 골랐고, "목소리나 무대 하는 것을 보고 입덕했다는 분들이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도시는 "항상 어딜 가나 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무대가 있다. 퍼플키스 데뷔 첫날 첫 음악방송 무대다. 저희가 그날 독기가 가득했다. 그날의 에너지, 그날 주고받았던 대화가 아직까지도 생생하게 기억이 난다. 댓글에서도 '정말 멋진 신인의 탄생' '충격받았다' 등의 반응이 있었다. 저희 예전 타이틀곡들도 역주행했으면 좋겠다"라며 엠넷 '엠카운트다운' 무대를 추천했다.

코로나 시국에 데뷔해서 팬들과 함께하며 함성이 허용되는 공개방송이나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다는 퍼플키스는 어서 공개방송을 통해 팬들을 만나보고 싶다고 바랐다. 팬들만 모시고 단독 공연을 열어보고 싶다고도 했다.

퍼플키스가 직접 뽑은 추천 무대. 위쪽부터 '잇츠 라이브' 아낀다 커버 무대, 엠넷 '엠카운트다운' 데뷔 무대. 각 영상 캡처
신곡 '널디' 1위 공약을 물었다. 채인은 "앙코르 무대를 무반주로 하고 싶다. 라이브가 장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소속사와 이야기가 된 건지 물으니 금세 멤버들 사이에 웃음이 번졌다. 채인은 "저희는 자신 있기 때문에 기회가 된다면 꼭 보여드리고 싶은데 1등을 하기 위한 공약으로 남겨두고 있다"라고 전했다.

수안은 팬들과 돈독한 사이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고 밝혔다. 수안은 "가수랑 팬으로서의 관계도 좋지만 인간 대 인간으로 서로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한다. (팬분들이) 무한한 사랑을 주시기도 하지만 저희 또한 팬분들을 무한하게 좋아하고 사랑한다. 저희는 일방적이지 않은 관계라는 것을 항상 말씀드리고 있는데, 살아가는 데 서로 힘 되는 존재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강조했다.

퍼플키스는 오는 9월 일본 도쿄와 오사카에서 쇼케이스를 열 예정이다. 일본 국적인 유키는 "코로나 시국에 데뷔하다 보니 해외를 한 번도 못 갔는데 해외 나가는 일정이 생겨서 좋다. 저희도 일본 팬분들이 계시는데 너무너무 보고 싶고 그래서 너무너무 기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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