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축산식품부가 낙농제도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를 두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낙농가가 한 발짝 물러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 김인중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이 낙농관련조합장협의회 소속 조합장들과 간담회를 연 데 이어 21일에는 낙농진흥회 이사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낙농가는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낙농제도 개편에 반대 입장을 일단 유보하고, TF를 꾸려 정부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동안 낙농가가 무조건적인 반대를 해 왔지만 이제부터는 대안에 집중하는 만큼 평행선 협상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낙농산업 현황 및 제도 개편 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농가 생산량을 기준으로 음용유 195만톤은 리터당 1100원, 가공유 10만톤은 800원을 각각 따로 적용하는 용도벌 차등 가격제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생산비 연동제가 적용돼 용도 구분 없이 원유에 리터당 1100원을 적용하고 있다. 차등 가격제가 시행되면 가공유는 800원대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낙농가에서는 치솟는 사료값에 생산비도 건질 수 없는 상황에서 우윳값을 내리겠다는 정부에 반발하는 상황이었다.
한국난농육우협회 전남도지회는 지난 27일 전남도청 앞에서 총궐기대회를 열고 "낙농대책 정부안은 낙농생산기반 붕괴를 촉진시키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정열 도지회장은 "사료값이 지난 2020년 대비 30% 이상 폭등하고 환경규제에 따른 시설투자로 인해 지난해 농가평균부채는 지난 3년간 39.5% 증가한 5억1천만원 수준"이라며 "낙농가 피해는 못 본 척 하고 유업체 손실보전을 위해 연동제를 폐지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정부대책에 찬동하며 원유가격협상을 거부하고 있는 유업체를 강하게 규탄했다.
원유 가격 조정 협상을 담당하는 원유 기본가격 조정협상 위원회는 27일 현재까지 구성되지 않았다.
협상위에는 낙농가 측 3명과 유업체측 3명, 학계 인사 1명이 참여하는데, 유업체에서 위원을 추천하지 않았다. 유업계는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을 중심으로 한 낙농제도 개편이 전제되지 않으면 협상에 불참한다는 입장이다.
우윳값 결정과 제도개선을 논의하기 위한 낙농진흥회 이사회에는 재적이사 3분의 2가 출석해야 한다. 하지만 낙농가 반대로 이사회가 열리지 않으면서, 정부는 지난 2월 이사회 개의 조건에 관한 정관 인가를 철회하는 행정처분을 실시했다.
절반인 2분의 1 이상 참여하면 이사회를 개최할 수 있도록 조정한 정관에 따라 정부는 진흥회에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고, 최희종 낙농진흥회장은 급작스럽게 사임 의사를 밝혔다. 건강상의 이유라는 게 사퇴 이유였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이사회 개최 요구와 이를 반대하는 낙농가의 반발에 못 이겨 사퇴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낙농제도 개편안이 8월달 우윳값 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농가가 정부안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며 진일보한 상황을 전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지난 20일과 21일 간담회와 이사회를 잇따라 열면서 낙농가 측이 별도의 TF를 꾸려 정부안의 대안을 만들어 오겠다고 약속했다"며 "낙농가 TF가 제시하는 안을 살펴본 뒤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협상 불발로 낙농가가 우유 납품을 거부하는 등 강경 투쟁에 돌입해 수급 불안정과 가격 인상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측은 "대부분의 유업계는 하루에서 이틀 가량 원유 재고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납유를 거부한다고 해도 피해가 미약할 것"이라며 "현재도 서울우유를 제외하고는 원유가 남아도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