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 일부 지점이 거액의 이상 외환거래를 한 것이 은행 자체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검찰과 금융당국이 각각 수사와 검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당초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대부분의 이상 외환거래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금액을 무역법인 등으로 우회해 적법한 무역거래를 가장하면서 해외로 빼돌려진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감독원은 27일 "현재까지 2개 은행(우리은행, 신한은행)에서 확인한 이상 외화송금 거래 규모(잠정)는 22개 업체(중복 제외)에 총 4조 1천억원(33.7억 달러) 수준"이라며 "은행들이 최초에 보고한 액수보다 증가했다"고 밝혔다.
앞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약 9천억원, 1조 6천억원의 이상 외환거래를 자체 감사결과 포착했다고 금감원에 신고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본격적인 검사을 벌인 결과, 이상 외환거래 규모가 우리은행은 1조 6천억원, 신한은행은 2조5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금감원은 현재 해당 은행들을 통해 거액의 외환 거래를 한 법인을 상대로 증빙서류 및 송금자금 원천 확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적법한 거래였는지를 파악 중인 셈인데, 파악된 내용은 검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통보하고, 관세청(외국환거래법상 수출입거래 및 환치기 검사 관할)에도 정보를 공유 중이다.
또 해당 은행에 대해서는 외국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적절하게 이행했는지도 들여다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부분의 이상 외환 송금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이체된 자금이 무역법인 계좌로 모였다가 이후 중국과 일본 등 해외로 송금되는 구조를 보였다.
국내 무역법인의 대표이사 등 다수의 개인 및 법인을 거쳐 특정 무역법인 계좌로 이체된 후, 수입대금 지급 등의 명목으로 해외법인에 송금된 것으로 금감원은 보고있다.
해당 해외법인은 가상자산거래소가 아닌 일반 법인들로 파악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특히, 법인의 대표가 같거나 사촌관계이고, 한 사람이 여러 법인의 임원을 겸임하는 등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경우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금흐름 측면에서도 법인계좌에서 다른 법인 대표 계좌로 송금하거나, 동일한 계좌에서 다른 2개 법인으로 송금됐다"며 "특수관계인으로 보이는 업체들끼리, 기간을 달리해 송금하는 등 서로 연관된 거래들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금감원이 파악한 일부 외환 거래 중에는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로부터 흘러 들어오는 자금과 일반적인 상거래를 통해 들어온 자금이 섞여서 해외로 송금된 사례도 있었다.
금감원은 다음 달까지 이어지는 검사와 은행 자체 점검 결과를 토대로 '이상 외화송금' 업체가 추가로 확인될 경우, 관련 내용을 검찰과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 등에 참고토록 조치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검사 결과 외환업무 취급 및 자금세탁방지 업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된 은행에 대해서는 사실관계 등을 기초로 관련 법규 및 절차에 따라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증빙서류를 확인하지 않고 송금을 취하거나, 특금법상 고객확인 의무 등을 지키지 않은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앞서 금감원은 이달 초 모든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비슷한 이상 외환거래가 있는지 자체 점검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7월 말까지 제출하도록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