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깊이 더한 김한민의 두 번째 이순신 '한산: 용의 출현'

영화 '한산: 용의 출현'(감독 김한민)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이순신 장군과 명량해전을 재조명한 김한민 감독이 더욱 단단하고 깊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치열한 지략 대결, 역사 속 승리의 현장 재현 그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명장이자 지장인 이순신의 또 다른 모습은 왜 우리가 그를 기억해야 하는지 마음으로 설득한다.
 
1592년 4월, 조선은 임진왜란 발발 후 단 15일 만에 왜군에 한양을 빼앗기며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인다. 이순신 장군은 연이은 전쟁의 패배와 선조마저 의주로 파천하며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도 조선을 구하기 위해 전술을 고민하며 출전을 준비한다. 하지만 앞선 전투에서 손상을 입은 거북선의 출정이 어려워지고, 거북선의 도면마저 왜군의 첩보에 의해 도난당한다.
 
왜군은 연승에 힘입어 그 우세로 한산도 앞바다로 향하고, 이순신 장군은 조선의 운명을 가를 전투를 위해 필사의 전략을 준비한다. 1592년 여름, 음력 7월 8일 한산도 앞바다,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한 조선의 운명을 건 지상 최고의 해전이 펼쳐진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명량' 이후 김한민 감독이 선보이는 8년 만의 전쟁 액션 대작이자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인 '한산: 용의 출현'은 명량해전 5년 전, 진군 중인 왜군을 상대로 조선을 지키기 위해 필사의 전략과 패기로 뭉친 이순신 장군과 조선 수군의 '한산해전'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영화는 '의'(義)와 '불의'(不義)의 싸움이라는 임진왜란의 정체성과 지장 이순신의 지략과 고뇌, 그리고 거북선의 첫 등장과 함께 학익진 전술을 통한 한산해전 승리의 쾌감이라는 목표를 향해 오롯이 달려 나간다. 캐릭터나 주제 면에서 선명성을 가져가면서도 해전의 스펙터클을 잊지 않았다는 점에서 김한민 감독과 '한산'은 '명량' 때보다 더욱 진일보했다.
 
전쟁의 정체성이 영화를 관통하는 요소로 작용하는데, 의와 불의를 말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캐릭터가 이순신과 준사(김성규)다. 전쟁의 의미를 묻는 준사에게 이순신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한다. 임진왜란을 말하는 키워드로 일본의 침략, 길고 긴 전쟁, 이순신 등이 유명하지만 당시 백성들과 전장의 한가운데 있던 이순신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보고 있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가운데 왜군이 자주 쓰는 말 중 하나가 바로 "이순신 따위"다. 대승을 거두며 거침없이 진격하는 왜군의 자신감과 조선을 바라보는 시각이 담겨 있는데, 이러한 시각은 구선(거북선)의 등장, 한산대전의 승리와 함께 두려움과 공포의 존재로 바뀐다. '불의'의 진영에 '의'를 지키는 장수는 불온한 대상인데, '따위'로 격하시키던 대상이 아니라 왜군을 위협하는 '적장' 즉 '공포의 대상'이 된다. 전쟁은 기세 싸움인데, 한산해전을 계기로 '이순신'이라는 존재가 왜군에게 새롭게 각인된 것이다.
 
이처럼 왜군에게 '이순신 따위'가 아닌 '이순신 장군'으로 각인된 '한산' 속 이순신은 '명량'의 이순신과 다른 이미지다. '명량'의 이순신이 화포처럼 강렬한 불같은 인물이었다면, 이번 이순신은 다 안으로 끌어들이는 고요한 깊은 물의 이미지다. '한산'의 이순신은 수 싸움, 첩보전, 그리고 조선군이 수세에 몰리는 상황에서 어떻게든 바다를 지켜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승리에 대한 기대와 조선을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이를 둘러싼 수많은 목소리까지 모든 것이 이순신을 향한다. 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하는 이순신은 하나하나 받아치기보다 모두 자신 안으로 가져가 겉으로는 고요한 듯, 내면 깊숙한 곳에서는 아마 모든 게 조용히 부딪히는 인물이다. 이러한 이순신이 가진 면면을 배우 박해일이 고스란히 자기 안에 품어내며 그려냈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산도 대첩이라고 하면 육지에서 펼치던 학익진을 처음 해전에 펼치고 조선 수군의 남해상 제해권 확보한 해전 등으로 알려져 있었다. 김한민 감독은 '한산'을 통해 한산해전이 갖는 의미를 좀 더 깊이 파고들어간다. 의와 불의의 싸움, 모든 것을 지켜내기 위한 모두의 염원이 담긴 마지막 조선의 희망이 한산대전에 담겼다.
 
영화 전반적으로 지략 대결과 첩보 대결이 중요한 이야기의 한 축이고, 감독은 이를 긴장감 있게 그려냈다. 이순신 못지않게 왜군 적장 와키자카(변요한) 역시 지략을 펼치는 인물이다. 해전에서도 자신만의 전술을 펼쳐 승리를 거두려 하는 왜장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려야 하는 이순신과 왜장의 지략 대결과 첩보전을 핑퐁처럼 오가며 긴장감 있게 표현했다.
 
'이순신 시리즈'의 백미인 해전 장면은 시각적인 요소뿐 아니라 청각적 요소로도 압도적이다. 감독은 화살과 조총, 화포가 어지럽게 발사되고 바다의 거친 물살이 요동치는 소리 그리고 아군과 적군의 함성, 군함 간 충돌 등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해전 현장의 사운드를 고스란히 살렸다. 치열한 전쟁 상황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해전에서의 자막 사용은 전쟁의 현장성을 살리기 위한 감독의 의도에서 시작된 관객을 위한 배려다.
 
영화 '한산: 용의 출현' 스틸컷.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해전에서도 교과서나 역사책 등에서 말로만 듣던 학익진이 펼쳐지는 모습과 거북선의 첫 등장은 말 그대로 장관이다. 현대와는 달리 사람의 힘이 곧 동력인 군함을 움직여 거대한 진을 구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이다. 당시의 진을 스크린에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배의 움직임에 대한 고증, 이를 CG로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등 다각도의 고민이 엿보인다.
 
김한민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을 준비하며 한산해전에서 '지장'(智將, 지혜로운 장수),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 용렬한 장수), 노량해전에서 '현장'(賢將, 현명한 장수)의 이순신을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 명의 이순신 안에 있는 여러 모습을 다른 해전, 다른 배우를 통해 각각 집중 조명하고 있다. 3부작이 완성될 때, 그때 비로소 한 명의 이순신이 완성되는 것이다. 각각의 이미지가 모여 한 명의 이순신이 완성될 때 과연 우리 안에 어떤 이순신이 완성돼 자리할지 기대된다.
 
129분 상영, 7월 27일 개봉, 12세 관람가.

영화 '한산: 용의 출현' 메인 포스터.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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