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외계+인' 만든 최동훈 감독 호기심과 상상력의 출발점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상> 감독이 말해주는 '외계+인' 1부 이모저모
상상력 그리고 스토리 편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최동훈 감독은 늘 새로운 이야기와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화를 선보였다.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형 케이퍼 무비의 장을 열었고, '타짜'는 장르 영화의 신기원을 보여줬다. '전우치'는 최초의 한국형 히어로 무비로, 한국 고전 소설이나 설화에 등장하는 '도사'라는 캐릭터를 새롭게 발굴해냈다.
 
이처럼 작품마다 남다른 상상력과 탁월한 스토리텔링, 독창적인 캐릭터를 통해 한국 장르 영화의 진일보를 끌어낸 최동훈 감독이 7년 만의 신작 '외계+인' 1부로 돌아왔다. 도사는 물론 외계인에 로봇, 신선이 등장하고 현대와 고려 시대를 넘나드는 영화는 SF, 무협, 판타지, 액션이 혼합된 새로운 영화다. 영화의 장르를 굳이 정의하자면 '최동훈 장르'라 할 수 있다.
 
한국 장르 영화의 저변을 넓힐 '외계+인' 1부는 감독이 어릴 때부터 좋아한 외계인 이야기에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도술과 SF 세계를 접목했다. 지난 15일 화상으로 만난 최동훈 감독에게서 이 기기묘묘하고 놀라운 세계의 시작점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외계+인' 세계관의 키워드는 '호기심'


▷ 오랜만에 돌아왔다. 7년 만의 신작이고, 5년이 걸린 끝에 나온 작품이다.
 
매번 영화를 만들 때마다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범죄영화를 계속 연달아 만들고 싶지는 않더라. 한국에서 안 만들어지는 영화라면, 내가 좋아하고 내가 보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그걸 만드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 관객들은 극장에 들어가면 천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영화를 만드는 기본적인 믿음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가 한 번도 보지 못한 구성과 느낌이더라도 관객들의 호기심이 더 자극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시나리오 작업도 오랜 시간이 걸린 걸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 관한 이야기도 듣고 싶다.
 
'암살' 끝나고 가장 만들기 어려운 영화를 찍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40대였으니 아직 젊다고 느꼈다. 꼭 SF를 하고 싶은데 나만의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 어쩌면 인간의 이상 증상을 외계인의 개입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엉뚱한 상상에서 시작했다. 다른 시나리오는 초고를 쓰고 계속 교정하는 식으로 갔다면, 이번엔 한 편의 이야기를 써보고 폐기하고를 반복하며 완전 오리무중에 있었다. 그걸 8번 정도 했다. 아직 영화 찍지 못한 이야기가 7개쯤 있는 거다. 그래서 2년 반 정도 썼다.

영화 '외계+인' 1부 비하인드 스틸컷. CJ ENM 제공
▷ 2편에 걸쳐 5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을 통해 펼쳐내고 싶었던 세계는 무엇이었나?
 
누군가 SF는 어떤 일이 벌어질 거 같지만 벌어지지 않아 안도감을 느끼는 장르고, 판타지는 벌어지지 않는데 벌어지면 꼭 눈으로 보고 싶은 세계라고 하더라. 두 세계는 리얼리즘과는 정반대 영역에 있는 이야기 같았다. 내게 '암살'은 꽤 리얼리즘적 영화인데, '암살'에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 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그 스토리의 본질은 호기심이었다. '서울 상공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리고 과거 사람과 맞닿아 있다면 어떨까?'하는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캐릭터도 마찬가지다. 가드가 키우는 어린 이안은 아빠라는 존재가 무엇을 하는지 확인해야겠다는 호기심으로 이 일에 끼어들게 된다. 무륵도 신검에 대한 자신만의 호기심으로, 흑설과 청운 두 신선도 밀본의 자장에 대한 호기심으로 끼어든다. '외계+인' 세계관의 키워드는 호기심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캐릭터들을 비록 일상에서 볼 수 없지만, 관객들이 다른 세계에 왔다 갔을 때 한 번씩 만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영화 '외계+인' 1부 최동훈 감독. 케이퍼필름 제공

감독의 상상력을 스크린에 구현하게 해준 것들

 
▷ 수많은 시기 중 고려를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처음엔 삼국시대로 할까도 생각했지만 너무 멀기도 하고, 도사가 있다고 믿어지는 가장 최근의 시간으로 가고 싶었다. 그리고 당시 복장 등 고려 시대에 매료되기도 했다. 가장 중요한 건 두 세계가 이어지는 계기였다. 가드가 키우는 어린아이가 결국 그 시대로 가서 그 시대에 성장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들이 어떻게 하면 쉽게 받아들일까 고민을 많이 했다. 마치 두 세계가 동시에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싶었다. 영화가 끝나갈 때쯤엔 어쩌면 현대가 사건적으로는 고려의 과거일 수 있다고 느껴지면 더 재밌을 거 같다고 생각했다.

▷ '외계+인'에는 지금의 감독을 만든 수많은 콘텐츠가 담겨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릴 때부터 어떤 콘텐츠의 영향을 받아왔는지 이야기를 듣고 싶다.
 
나는 코미디가 인간의 삶을 더 풍성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느닷없이 나오는 코미디가 더 좋은 거 같다. 관객이 영화를 볼 때 숨통을 트여주기도 하고, 스토리를 부드럽게 넘어가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제일 좋아하는 감독은 빌리 와일더다. 그리고 고등학교 때 극장에서 '백 투 더 퓨처'를 보고 어린 마음에 충격을 많이 받았다. 이렇게 재밌는 이야기가 있을 수 있을까? 그때 봤던 '에이리언'도, 필립 K. 딕의 원작을 갖고 만든 영화도 영향을 많이 끼쳤다. 그때 봤던 즐거움을 관객들에게 전해드리기 위해 애를 많이 썼다.

영화 '외계+인' 1부 스틸컷. CJ ENM 제공
▷ 남다른 상상력을 시나리오로 써 내려가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지점은 무엇인가?
 
시나리오 쓸 때 계속했던 말이 두려움에서 출발하지만 두려워하지 말자는 거였다. 나 자신에게 '정말로 너는 이걸 보고 싶니?' '쓰면서 즐거움 느끼고 있어?' 계속 질문한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조금 그런데, 내가 좋아하지 않는 신은 쓰지 않는다가 첫 번째 목표다. 지금 이 영화에 등장하는 장면들은 실제로 내가 다 좋아하고, 그 신이 다 영화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고민의 흔적이 많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상상력은 두 가지 간극이 있는 거 같다. 너무 익숙해도 안 되고 너무 이상해도 안 된다. 난 대중 영화를 찍는 감독이고, 내 상상력과 대중의 상상력의 크기나 정도를 많이 고민한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사람들에게 많이 물어보고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고 버릴 건 버리고 취할 건 취하면서 밸런스를 맞춰간다.
 
▷ 1부를 안 보면 2부를 즐기지 못할 위험이 있는데도 2부작으로 기획한 이유가 있나?
 
제일 무서운 지점이다. 따로 떨어진 이야기가 아니라 연결된 이야기이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고, 관객도 1부와 2부로 되어 있어도 볼 수 있을 거라고, 영화도 드라마적인 구성을 갖고 간다면 재밌지 않을까 생각했다. 대신 1부 자체로 한 편의 영화 같은 완성도를 가져야 했기에 1부 시나리오를 쓰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그런 만큼 1부 엔딩에 대한 고민도 컸을 것 같다.
 
중요한 건 1부만 봐도 한 편의 영화라는 생각이 들도록 애썼다. 1부의 엔딩이 2부 시작에서 중요한 미스터리를 던지는 구성으로 가고 싶었다. 1부만 이야기하자면 시간을 돌아서 마지막 1부 엔딩 컷 할 때 시간이 딱 멈추는 느낌이 들게 하고 싶었다. 그래서 여러 가지 1부 엔딩신이 있었지만 본능적으로 여기서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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