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급등을 잠재우기 위한 금리인상 여파가 거세다. 특히 코로나19 사태 등으로 빚이 늘어난 다중채무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채무자 수와 채무액 모두 크게 늘어났음에도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으로 인한 한국은행 최초의 '빅스텝'(기준금리 0.50%p 인상)이 금리인상의 신호탄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현지시각으로 오는 26~27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한국시간으로 28일 오전 3시에 발표될 예정인 FOMC의 회의 결과는 또 한 차례의 0.75%p 인상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이 당초 예상을 넘어서는 9.1%로 나타나면서 일각에서는 1.00%p 인상, 이른바 '울트라스텝'이라는 극약처분 가능성까지 언급되고 있다.
울트라스텝까지 가지는 않고 0.75%p만 인상되더라도 미국의 기준금리는 연 2.25~2.50%로 높아지게 된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FedWatch)는 연준이 이달 이후 9월과 11월, 12월 FOMC를 통해 0.75%p, 0.25%p, 0.25%p씩 금리를 더 올려 연말까지 금리 상단이 3.75%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금리수준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데다 물가 오름폭도 커 향후 기준금리의 잇따른 인상이 불가피해 보인다.
지난 13일 초유의 0.50%p 인상을 결정했음에도 기준금리가 2.2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달 미국 기준금리가 2.25~2.50%로 높아지면 한미간 금리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연내에 미국 금리가 3.75%까지 높아질 경우 외국인 자금 이탈 가능성도 우려된다.
특히 미국 금리 인상 등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를 올리게 되면 대출 등 채무가 있는 사람들의 이자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개인사업자 기업대출 현황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거리두기와 영업제한 등 방역조치로 인해 올해 3월 기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채무자 수는 지난 연말에 비해 49.9%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중 불어난 빚을 해결하지 못해 이른바 '빚으로 빚을 갚는' 다중채무자 수는 같은 기간 13만1053명에서 38만2235명으로 무려 191.7%가 증가, 2년 새 3배 가까이 폭증했다.
채무액 또한 늘어났다. 개인사업자 채무 총액은 481조6220억원에서 664조9529억원으로 38.1%가, 이 중 다중채무자의 부채 총액은 101조5309억원에서 183조1325억원으로 80.4%가 증가했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로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거나, '빚투'(빚으로 투자)에 나선 가계대출자의 이자부담 또한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월말 기준 가계대출은 1752조7천억원에 이른다.
5월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 중 변동금리 비중이 77.7%인 점을 토대로 은행 외 금융기관의 변동금리 비중이 같다고 가정할 때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10개월간 이자만 약 24조원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이 기간 동안 한은은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과 4월, 5월까지 각각 0.25%p씩, 이달 들어 0.50%p를 올리며 기준금리를 1.75%p나 높였다.
한은은 지난 9월 기준 가계대출 잔액을 기준으로 기준금리가 0.25%p, 0.50%p 오를 경우 대출자 한 명이 부담하게 되는 이자가 289만6천원에서 305만8천원, 321만 9천원으로 각각 16만1천원, 32만2천원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하면 지난 10개월간 1인당 이자 부담이 112만7천원가량 커졌는데, 기준금리가 더 오르게 되면 이 액수 또한 더 높아질 전망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취약계층의 금융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각종 정책금융을 통해 이자부담을 낮추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금리가 높아지게 되면 기본적으로 채무자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화 되고 있어 국내 채무자의 이자부담 또한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