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방역' 사령탑이 없다…공백 길어지는 '복지부 장관' 인선

윤창원 기자·연합뉴스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약 7만명에 달하는 등 재확산 조짐이 거세지고 있지만 '방역' 사령탑인 보건복지부 장관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정호영‧김승희 전 후보자가 각종 의혹으로 자진 사퇴하면서 궁지에 몰린 윤석열 대통령은 국회 청문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후보 인선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코로나 재확산에 방역 '비상'…복지부 수장 공백 '장기화'


새 정부 출범 후 잠잠했던 코로나19가 변이 바이러스 발견과 함께 재확산 기류가 고조되며 방역 당국 내부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등에 따르면 23일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6만 8551명으로, 지난 4월 말 이후 13주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방역 정책의 사령탑인 복지부 장관이 여전히 '공석'이라는 점이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10일 당선인 신분으로 정 전 후보자를 복지부 수장을 내정했지만, 정 전 후보자는 자녀들의 의대 편입 과정에서 '아빠 찬스' 의혹이 일며 내정 43일 만에 자진 사퇴했다. 정 전 후보자에 이어 지명된 김 전 후보자도 국회의원 시절 정치자금으로 업무용 렌터카를 도색 후 개인용 차량으로 매입한 정황 등이 드러나며 논란이 됐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김 전 후보자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하자, 김 전 후보자 역시 지명된 지 39일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새 정부 들어 18개 부처 중 초대 지명자 중에선 김인철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와 정 전 후보자가 낙마했지만, 연이은 자진 사퇴로 공석인 곳은 복지부가 유일하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재확산 사태까지 겹치면서 후보 시절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주장했던 '과학 방역'이 도마에 올랐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거리두기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전임 문재인 정권을 비판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새 정부가 내놓은 방역 정책 역시 전임 정부의 정책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유전자 증폭(PCR), 신속항원 검사를 병행하는 방식과 확진자들에 대한 7일 의무격리 방침은 이전과 동일하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재개하진 않았지만, 이른바 '더블링' 현상이 일면서 신규 확진자는 대폭 증가 추세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간 동안 의료계 안팎에선 '코로나 재유행'에 대비해 감염병 전문가 출신을 복지부 수장으로 인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윤 대통령은 외과 전문의 출신인 정 전 후보자와 식품의약품안전처장 출신의 김 전 후보자를 연이어 내정한 바 있다. 도덕적 의혹 등으로 인해 복지부 수장 후보자들이 두 차례나 낙마했다는 점도 문제지만, 애초부터 적합한 후보를 인선하지 못하는 등 '정무적 판단'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 장관 후속, '청문회 통과' 주력…30%대 지지율 변수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실은 복지부 장관 후보자 후속 인선을 신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국회 원 구성이 마무리되면서 복지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야당의 검증 공세를 뚫어야 한다"며 "청문회를 통과할 수 있는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삼아 내부적으로 후보군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 초반까지 밀리며 위험 수위에 달한 점도 후보군 인선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지율이 50%대 안팎에 달했던 취임 초반과 달리 지금 상황에서 장관 후보자의 도덕적 의혹이 불거질 경우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론조사 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2일 발표한 결과(지난 19~21일,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심위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32%인 반면 부정 평가는 60%를 기록했다. 6주 만에 하락세가 멈추긴 했지만, 부정 평가 항목에서 '인사(人事)'가 24%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치란 점을 감안하면 복지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다시금 '화약고'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옥렬 전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황진환 기자

복지부 수장과 함께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공백 상태가 길어지고 있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인 송옥렬 전 후보자는 지난 4일 공정위원장 후보로 지명됐지만, 과거 제자에게 저녁식사 자리에서 성희롱 발언을 한 사실이 논란이 되자 지난 10일 자진 사퇴했다. 경제계의 검찰인 공정위 역시 새정부 출범 두 달이 넘도록 컨트롤타워 부재로 난맥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 완화'도 표류하며 정책 추진 동력을 갖지 못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윤 대통령이 각 부처 장관들로부터 독대 형식의 업무 보고를 받고 있기 때문에, 다음달 중순으로 예상되는 복지부와 공정위 업무 보고에도 관심이 쏠린다.
 
대통령실은 복지부 장관과 공정위원장이 국회 청문회를 통과할 경우, 사실상 새 정부 내각 인선이 완료될 것으로 보고 막판 후보 인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를 분석한 결과 약 30% 정도를 고정 지지층으로 판단, 30% 이하로 하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또 다른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통화에서 "급락하던 추세가 지금은 하방 경직이 나타난 것은 맞는 것 같다"면서도 "복지부 장관 청문회 등이 돌발 악재가 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인사' 문제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국민 정서에 맞는 장관 인사에 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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