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들의 파업 51일째인 22일 하청 노사 협상 현장은 대체로 고요한 분위기다. 전날과 달리 경찰의 공권력이 투입될 것이라는 공포심은 사실상 사라졌다.
노사 양측이 대우조선해양 서문금융센터에서 협상 의지를 갖고 지난 15일부터 8일째 마라톤 교섭을 벌이고 있다. 더구나 자정을 넘어서까지 교섭을 벌인 데다 몇시간 만에 이날 오전 8시부터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재차 앉자 결국에는 합의될 거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홍지욱 금속노조 부위원장은 전날밤 노사 교섭을 잠시 멈춘 뒤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협상 테이블에 참여한 노조 교섭위원으로 노사 양측을 대표해 나와 이 같은 뜻을 밝힌다고 전한 바 있다.
더구나 대우조선 원청은 하청 노사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원활한 교섭을 위해 협상장으로 이용되어오던 서문금융센터에 언론사 출입을 일부 제한하고 바로 옆 건물에 취재 장소(외업복지관)를 제공하기도 했다. 이날 새벽까지 협상장 문 바로 앞에서 취재진이 노사를 둘러싸고 있어 허심탄회하게 양측이 협상을 하기 어려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만큼 하청 노사가 적극 협상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돼 취재진은 물론 다수의 시민이 하루 빨리 합의안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다. 30대 시민 조모 씨는 "시민들이 많이 기다렸다"며 "평화롭게 서로 양보해서 합의를 도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내1도크 농성장 주변도 고요한 상태였다. 경찰 헬기가 고공에 날아다니고 소방 에어매트가 설치되며 공권력 투입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전날의 긴장감은 사라진 상태였다.
도크 내 건조 중인 원유선반선을 점거 중인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조합원 7명도 전날보다 평온해보였고, 도크게이트에서 농성장을 지키던 조합원 100여 명도 그늘막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날 오후쯤에 결과가 나올 정규직 노조(대우조선지회)의 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에 대한 관심도 그다지 많지 않아 보였다. 지난달 2일부터 이뤄진 조선하청지회의 파업의 핵심은 하청 노동자 처우 개선 문제로 현재로써는 하청 노조와 하청 회사가 다루는 협상을 가장 중요한 관심사로 다수가 보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 중심의 여러 정당은 이날 대우조선 바깥에서 평화적인 해결을 바라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정의당과 노동당은 대우조선 바깥에서 천막을 치고 "조선 하청 파업 문제는 구조적 문제로 원청과 산업은행이 나서야 하고 정부는 평화적으로 타결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