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아내 살인사건 가해자 "신천지 때문에 가족이 망가졌다"

범행 하루 전 이단상담소장과 상담
남편 "아내가 신천지에 빠져 가출"
신천지 "스토킹 범죄" 주장에 반박
"사이비 집단, 처벌 대책" 목소리

전북지역이단상담소장인 오명현 목사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읍 아내 살인 사건의 가해자 노모 씨와의 상담 내용을 일자별로 공개했다. 송주열 기자

전북 정읍 아내 살인 사건의 가해자가 범행 전날 "신천지 때문에 가족이 망가졌다"며 주변에 도움의 손길을 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단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도마지파는 "이 사건은 종교와 상관없는 스토킹 범죄"라고 주장하며 집단행동까지 나섰지만,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가 나온 셈이다.

이단상담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은 명백하게 신천지의 모략전도와 비밀스러운 포교행위로 인한 가족 갈등이 원인이라며, 종교 때문에 폭력과 살인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인을 제공하는 집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1년 몰래 신천지 빠진 아내 걸리자 가출"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등은 22일 오전 10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반사회적 사이비 종교의 법적 규제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주열 기자

전북지역이단상담소장인 오명현 목사는 22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읍 아내 살인 사건의 가해자 노모 씨와의 상담 내용을 일자별로 공개했다.

오 목사가 노 씨로부터 최초 전화를 받은 건 지난 달 15일 오전 11시 57분이다. 범행 하루 전날이다. 노 씨는 "아내가 신천지에 빠지고 가출했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오 목사에게 물었다.

노 씨는 아내가 신천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안 건 며칠 전이었다고 했다. 1년 전부터 아내가 비밀스러운 행동을 하기에 다른 남자가 생긴 줄 알았지만, 최근에서야 아내는 "다른 남자가 아니라 신천지 공부를 마쳤다"고 말했다는 게 노 씨의 말이다.

아내가 아들과 딸까지 데리고 신천지에서 공부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노 씨는 "왜 어린아이의 일생을 망치려고 하느냐"며 따지기도 했다. 그렇게 아내는 지난 달 11일 집을 나갔고, 노 씨는 경찰에 가출 신고했다.

노 씨는 오 목사와의 상담에서 "아내가 이혼을 요구했다"며 "신천지 때문에 가족이 망가지고 흩어지려는 상황에 어떻게 할 줄 모르겠고 힘이 들어 죽겠다"고 하소연했다.

노 씨는 "아내와 경제적 문제로 위장 이혼했고, 아내가 가출하기 전까지 한집에서 살았다"며 "차라리 내가 죽어야겠다는 심정으로 아들에게 편지를 써놨다"고 했다.

신천지 대규모 집회…"적반하장 파렴치한 행위"


전주 종합경기장 일대 신천지 시위. 유튜브 채널 노컷브이 캡처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16일 정읍시의 한 가게에서 흉기를 휘둘러 아내와 처남댁을 숨지게 한 노 씨를 취재해 보도했다.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오던 중 범행 배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신천지 종교 때문"이라는 노 씨의 입장을 보도했다.

그러자 신천지는 지난 달 26일부터 CBS전북방송 사옥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으로, 30일에는 신자 3천여 명이 집단행동에 나선 데 이어 이달 10일 신자 9천여 명을 동원해 전북 전주시 종합경기장 일대에서 'CBS노컷뉴스 규탄대회'를 열었다.


신천지 도마지파 이재상 지파장은 집회에서 "이 사건은 종교와 상관없는 스토킹 범죄"라며 "CBS 노컷뉴스는 살인사건의 원인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뒤집어씌우고 종교 때문에 살인을 벌인 것처럼 호도했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중앙 일간지 지면에 성명을 싣고 정읍 살인사건의 원인을 '이단 상담소 목사' 때문이라는 허위 주장을 펴기도 했다.

전주 종합경기장 일대 신천지 시위. 전북CBS

오명현 목사는 "신천지는 이 사실을 보도한 CBS방송 앞에서 위세 시위를 했고 이는 적반하장의 파렴치한 행위"라며 "신천지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 씻을 수 없는 아픔을 당한 자녀의 명예와 앞날을 염려하고 그들에 대한 대책을 밝혔여야 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신천지의 비밀스러운 포교행위로 인한 가족갈등에 주목했다. 오 목사는 "노 씨에게 폭행과 폭언을 하지 말 것을 당부했지만, 안타깝게도 큰 사건이 일어났다"며 "가족을 속이며 신천지에 빠져 공부를 했다는 말에 노 씨는 충격을 받았다. 거짓말이 부부간의 화목을 깨는 원인"이라고 말했다.

오 목사는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지만, 공공질서에 위배되는 일들을 제재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 국회의원에게 호소드린다. 한국사회를 좀먹는 사이비 집단을 이번 기회에 강력하게 처벌할 수 있도록 대책을 세워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