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26, 국군체육부대)이 한국 육상 최초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을 목에 걸고 귀국했다. 내년 열리는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그리고 2024년 파리 올림픽, 더 나아가 2025년 도쿄 세계선수권이 줄줄이 열리는 상황. 우상혁은 금메달을 위한 '시간'을 강조했다.
우상혁은 2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역사를 썼다고 하는데 얼떨떨하다. 기분은 항상 좋다"면서 "은메달도 기분이 좋은데 금메달이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전지훈련에서 아쉬움도 있었다. 아쉬움 속에 은메달을 땄지만, 만족한다.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열린 남자 높이뛰기 결선. 우상혁은 2m30까지 실수가 없었다. 다만 2m33에서 조금 고전했다. 3차 시기에서 바를 넘었다. 2m35를 2차 시기에서 넘어 은메달을 확정한 뒤 2m37, 2m39에도 도전했다. 아쉽지만, 개인 최고 기록(2m36)은 깨지 못했다.
우승혁은 "2m30까지는 몸이 괜찮다고 생각했다. 2m33 1차 시기를 뛰고 몸이 좀 무거운 편이라는 느낌이 왔다. 그럴 때 몸 상태를 빨리 인정해야 극복할 수 있다. 항상 3차 시기에 가면 걸리더라도 내가 원하는 동작을 하려고 한다. 후회 없이 뛰려고 한다. 그런 마음일 때 차분해진다. 그래서 3차 시기에 바를 넘었다"면서 "2m39에도 두 번째 도전했는데 미국에서의 준비 과정에서 힘든 점이 있었다. 몸 상태가 생각보다 좋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수확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2m39에 도전했을 때 관중들은 "우"를 외쳤다. 무타즈 에사 바심(카타르)의 점프에 밀렸지만, 우상혁의 이름을 알리기에는 충분한 경기력이었다는 증거다.
우상혁은 "관중들이 나를 밀어주고 있으니 넘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높이뛰기를 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면서 "한국을 대표해서 나간 것에 대한 자부심도 생겼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내 이름을 해외에서 각인시켜서 좋았다"고 말했다.
바심의 벽은 높았다. 바심은 2m37까지도 흔들림이 없었다.
우상혁은 바심과 경쟁에서 '시간'을 강조했다.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바심에 비해 아직 경험치가 모자랄 뿐이라는 생각이다.
우상혁은 "경력을 보면 경험치가 확실히 부족하다. 연습 때는 원하는 동작, 기술이 절대 나오지 않는다. 바심은 메이저 대회도 많이 뛰었고, 다이아몬드리그도 50회 이상 뛰었다. 난 이제 다이아몬드리그를 한 번 뛰었다"면서 "바심은 메이저 대회와 다이아몬드리그 출전을 줄이고 있다. 나는 파리 올림픽까지 더 많이 뛸 것이다. 횟수가 비슷해진다면 동등한 입장을 될 것이다. 그러면 내가 원하는 동작도 만들어질 것"이라고 자신했다.
계속해서 "언제나 2m40을 뛸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 한 번에는 안 되겠지만, 계속 도전하겠다. 경험을 쌓다보면 2m40도 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최종 목표"라면서 "곧 전역인데 더 편안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잘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우상혁의 높이뛰기는 이제 시작됐다. 특히 코로나19로 올해 세계선수권이 1년 밀린 탓에 내년에도 세계선수권이 개최된다. 2024년에는 파리 올림픽, 2025년에는 도쿄 세계선수권까지. 절정의 기량을 뽐낼 시기에 메이저 대회가 연이어 열린다.
우상혁은 "미국에 가자마자 도쿄가 2025년 세계선수권 개최지가 됐다는 기사를 봤다. 이렇게 도와주나 싶었다. 도쿄에서 4위를 해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면서 "목표는 2024년 파리 올림픽이었는데 파리를 찍고, 도쿄까지 마무리하면 딱 좋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대회에서 모든 선수가 날 견제하더라. 예선을 수월하게 통과해서 선수들이 나와 바심을 많이 견제했다"면서 "결선에서는 바심과 1대1 대결이 됐는데 이번에 확실히 느꼈다. 파리까지는 다른 선수들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내 능력치를 더 올려야 한다. 내 자신을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더 강해졌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