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만 16번 외친 권성동…여전히 反文 매달리는 여당[영상]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1일 첫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비판에 날을 세웠다. 집권여당으로서의 역할과 비전도 제시됐지만, 정부가 출범한 지 2달이 지났음에도 국회 파행으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낼 수 없는 상황이라, 메시지가 전임 정부 실정을 지적하는 데 치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대행은 이날 '문재인'이라는 단어를 16차례 언급했다. 윤석열 정부의 화두인 '공정'과 '상식'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었다. 그는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오늘만 산다'식의 근시안적 정책, 국민을 갈라치는 분열적 정책이 바로 민생고통의 주범"이라고 비판했다. 

연설 초반에는 소득주도성장·급격한 최저임금 상승 때문에 고용시장이 얼어붙었고, 28번의 부동산 대책은 수요억제·공급 무시로 일관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전기요금 인상 '독촉장'의 직접적 원인도 탈원전 정책에 있다고 했고, 공공기관장 직을 유지하고 있는 전임 정부 인사들에게는 "고위직 공무원은 명예직이지, '고액 알바'가 아니다. 깨끗하게 사퇴해서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설 중반에는 연금개혁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회피로 일관하며 단 하나의 개혁도 시도조차 안 했다"고 지적했고, 규제 개혁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정부 주도'에서 윤석열 정부는 '민간 주도'로 본질적 전환에 나서겠다고 했다. 최근 여당이 열을 올리고 있는 해수부 공무원 피격사건, 탈북어민 북송 사건과 관련해 제대로 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지율 하락세 속 전임정부에 대한 비판을 통해 선명성을 드러내고, 새 정부의 역량과 비전을 대비시키려는 목적이겠지만, 당장 야권에서는 '그래서 국민의힘은 두 달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3중고의 민생 경제 위기 상황에서 자신들의 실정과 책임은 철저히 외면한 뻔뻔한 연설이었다"며 "시종일관 문재인 정부 때리기로 국정난맥을 감추는 데만 골몰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정의당 이동영 비상대책위원회 대변인도 "전 정부의 '내로남불', '독선과 오만'을 비판하며 정권교체 해놓고 '전 정부 때문에 이렇게 됐다', '전 정부는 더 했다'는 식으로 책임을 떠넘길 거라면 왜 정권교체를 했나"라며 "집권여당으로서 책임있는 인식과 태도의 전환을 촉구한다"고 꼬집었다.

물론, 이날 권 대행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국민(34회)이었고, 규제(24회), 경제(21회), 개혁(20회)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은 늘리고, 각종 세금은 낮추고, 공공부문·기업 등 전면적인 규제 개혁을 실시하겠다는 것에 방점이 찍혔다.

실제로, 국민의힘은 연이은 당정협의회와 당내 물가·민생안정특별위원회를 통해 민생 문제 해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회가 열리지 않아 실질적인 성과를 낼 방법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18일 여야가 이날까지 원구성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결국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권 대행이 연설에서 언급한 유류세 인하폭 확대, 법인세·소득세·부동산 보유세 등 세제 개편, 납품단가 연동제 도입, 연금·노동·교육 개혁 등은 모두 법안 개정이 필수적이라, 국회 개원은 물론 야당의 합의까지 이끌어내야 한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마치고 동료의원들과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면한 고물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여당 차원에서만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현행법상 최대 폭까지 유류세를 깎고, 할당관세 확대, 단순가공식품류 부가가치세 면제, 감자·양파·마늘 등 농수산물 비축물량 방출 등의 대책이 마련됐지만, 당내에서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근본적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내에서 국회 공전이 장기화되는 원인을 야당의 생떼, 발목잡기 탓으로 돌리는 정치적 수사는 여전하지만, 집권당으로서 국민 고통을 해결해야하는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의 목소리까지 공개적으로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조은희 의원은 "경제위기로 고통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50일이 넘는 국회 장기 파행으로 인해 민생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국민께 송구한 마음으로 세비를 반납하려고 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 의원은 "이제는 더 전임 정부 핑계를 대며 민생을 방치하는 모습을 보여줘서는 안 된다"며 "국회를 정상화하고, 그동안 정부와 합을 맞추며 조율했던 내용을 국회에서 처리해 성과로 내는 실력을 보여줘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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