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 빙자해 여성 유사강간 무속인 "치료 목적" 혐의 부인

피고인 A씨. 블로그 캡처

제주에서 퇴마를 빙자해 여성 수십 명을 추행하거나 유사강간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무속인. 이 남성은 첫 재판에서 "동의를 받고 한 행위이고, 치료 목적이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관련 기사 6월 20일자 노컷뉴스 : 퇴마 빙자 여성 추행 무속인 재판행…공범도 3명]

검찰 "퇴마 빙자해 여성 25명 추행하고 유사강간"

 
21일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재판장 진재경 부장판사)는 유사강간과 강제추행,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무속인 A(48)씨 사건 첫 공판을 열었다. 이날 재판에는 A씨의 강제추행과 사기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B(51‧여)씨도 함께 법정에 섰다. 이들 모두 수척한 모습이었다.
 
서귀포시에서 신당을 운영하며 무속 행위를 해온 A씨는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여성들을 강제로 추행하거나 유사강간 하는 등 성범죄를 저지르고 복비 2398만 원을 가로챈 혐의다. A씨는 피해자들로부터 수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받고 퇴마를 빙자해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경 수사 결과 피해 여성만 25명으로 연령대는 20대부터 50대 사이로 다양하다. 피해자들은 주로 지인을 통하거나 인터넷 블로그를 보고 A씨가 운영하는 신당을 찾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A씨가 운영한 신당 소개 글. 블로그 캡처

특히 검찰은 신도격인 B씨가 A씨의 범행 과정에서 '바람잡이' 역할을 했다고 보고 방조 혐의를 적용했다. 주저하는 피해자들에게 "효과가 있다"며 퇴마 의식을 받도록 부추겼다는 것이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A씨가 추행하려는 사실을 알고도 퇴마 의식을 받도록 했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A씨는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피해자들의 '약한 고리'를 악용했다. 신당을 찾은 피해자들에게 "귀신이 붙어 있다" "쫓아내지 않으면 가족이 죽는다"고 겁을 주며 퇴마 의식 받도록 했다.
 

피고인 "치료에 불과…추행 의도 없어" 혐의 전면 부인


이날 첫 재판에서 A씨와 B씨 모두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돈을 받거나 신체 접촉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무속인으로서 퇴마를 위한 치료에 불과해 추행하려는 의사가 없었다는 것이다.
 
피고인 측 변호인은 "모든 피해자들에게서 신체 접촉에 대한 동의서를 받고 의식이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전달했다. 효과 유무를 떠나서 추행 의도가 없었기 때문에 죄가 되지 않는다. 나름의 종교의식이었다. 치료와 퇴마 목적이어서 추행했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공범 B씨에 대해서도 "B씨는 A씨의 신도다. 자신이 직접 퇴마 의식도 받았다. B씨는 지금도 A씨의 무당 능력을 믿고 있다. 이를 방조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무죄라고 주장했다.
 
제주지방법원 201호 법정. 고상현 기자

검찰은 동의서와 관련해 "압수된 치료 동의서 내용을 보면 굉장히 간략하다. 신체 접촉에 대한 허락 의사만 구했다. 공소사실과 같은 구체적인 범죄 내용은 적혀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모두 부인하면서 향후 재판에서 검찰과 피고인 간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오는 8월 11일 열리는 2차 공판에는 일부 피해자에 대한 증인 신문이 이뤄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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