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세게 충돌했으면 큰 바위가 멀리 떨어져 나갈 정도로…"
20일 제주시 애월읍 고내리 인근 해안도로 옆 공터. 이날 새벽에 발생한 렌터카 차량 전복 사고로 현장은 처참했다. 곳곳에 파손된 차량 부품 등이 널려 있다. 특히 도로 경계석으로 세워놓은 큰 바위 4개가 제 자리를 잃고 4m가량 떨어져 나가거나 한 바위는 사고 충격으로 두 동강 났다.
차량 앞부분과 유리는 완전히 부서져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상태였다.
사고 현장 바로 옆에 사는 신모(68)씨는 취재진에게 "새벽에 자고 있는데 개 짖는 소리가 났다. 사고가 난 줄 모르고 사람이 지나가서 짓는 줄 알았다. 아침에 일어나서 보니 큰 사고가 난 것을 알았다. 도로 경계석이 꽤 무거운데 떨어져 나간 거 보면 과속 운전이 의심스럽다"라고 말했다.
사고가 난 도로는 커브길이다. 도로 바깥으로 10m길이로 난 타이어의 미끄러진 흔적을 보면 차량은 커브를 돌지 않고 그대로 직진해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전복된 것으로 추정된다.
익명을 요구한 사고 현장 인근 주민은 "처음 다니는 길일 경우 길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커브를 돌다가 차량 사고가 나곤 했다. 제주에 관광 온 젊은 친구들이던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3시 38분쯤 고내리 인근 해안도로에서 쏘나타 렌터카 차량이 전복됐다는 신고가 소방 당국에 접수됐다. 이 사고로 차량에 타고 있던 20대 3명(남성 2명‧여성 1명)이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4명(10대 1명‧20대 2명‧30대 1명)도 크게 다쳐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5인승 차량이지만, 사고 당시 차량에는 모두 7명이 타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원래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니라 사고 현장 인근에 있는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이다. 20대 남성 3명이 제주로 함께 여행 온 일행으로 확인됐으며, 나머지 30대 남성 1명은 게스트하우스 관계자다. 이 차량에 탄 여성 3명 역시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비교적 의식이 있는 부상자로부터 "게스트하우스에서 어울리며 함께 술을 마셨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운전자를 특정한 뒤 채혈을 진행해 음주운전 여부를 확인할 방침이다.
제주에서는 렌터카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제주지역 렌터카 교통사고는 지난 2018년 513건, 2019년 607건, 2020년 494건, 지난해 603건, 올해 현재까지 284건으로 집계됐다. 이 사고로 모두 24명이 숨졌으며, 4406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