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권력 투입 시사' 긴장감 감도는 대우조선…행안부·노동부 장관 방문(종합)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대우조선해양 1도크 하청노조 파업 현장을 방문했다. 이형탁 기자

경남 거제 대우조선해양 하청노조 파업이 48일째로 접어든 19일 윤석열 대통령의 공권력 투입 시사와 정부 부처 장관들이 잇따라 파업 현장을 방문하면서 대우조선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과 관련해 "기다릴 만큼 기다렸다"며 공권력 투입을 시사했고 전날에는 정부 부처 장관들이 하청노조의 파업을 '불법 행위'라고 규정하는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경남경찰청도 전날 하청노조 불법 시설점거 현장의 안전진단과 수사 인력을 확대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경찰력 투입이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오후 잇따라 대우조선 하청노조 파업 현장을 방문해 하청노조를 만났다. 엄정 대응 입장을 담은 공동담화문 발표 후 이들 장관의 거제행을 두고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됐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이날 방문 목적을 묻는 취재진에 "대우조선해양의 사태가 상당히 심각하다 특히 지금 대우조선해양 자체만으로 해도 지난 6월에 2800억 정도 손실이 났고 7월 들어서는 하루 평균 320억 정도 순 손실이 나는 것으로 안다"며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너무너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서 매일같이 하청업체와 지역경제까지 감안한다면 우리가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운 한계 와 있다"면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응 방책에 대해서 모든 가능한 방법을 두루두루 검토하고 있다. 현장 상황이 어떤지 둘러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방문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은 특히 공권력 투입도 고려하고 있냐는 질문에는 "공권력 투입도 당연히 고려하고 있다"며 "다만 여러 가지 희생이나 예기치않은 문제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중하고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파업 현장에 10분 정도 있다가 떠났다.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장을 만났지만 도크 아래 선박 점거 중인 노동자들은 만나지 않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보다 앞서 하청 파업 현장에 도착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을 만난 후 조합원 7명이 선박을 점거 중인 사내 1도크로 내려가 이른바 '옥쇄 농성' 중인 유최안 부지회장를 만났다.

이 장관은 김 지회장을 만나서는 "정부로서 불법 행위나 여러분들 건강 우려돼 일단 농성은 풀면 최선을 다해 문제를 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9일 오후 경남 거제시 아주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파업 현장을 방문해 김형수 거제통영고성조선지회 김형수 지회장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장관은 "노동자들의 요구는 이미 알고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고 구조적으로 정책적으로 해결할 일이고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 있고 원청이나 다른데서 이해관계자들이 할 일이 단계적으로 있을 것"이라며 "우선 실질적이고 가장 절박한 문제부터 풀고 그러고 나머지는 정부에서 어제 담화문에서 발표한 것처럼 최선을 다해서 여러분의 어려움을 살펴보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김 지회장이 공권력 투입을 자제해달라고 하자 "모두가 파국을 원치않다. 오늘 최대한 여러분들이 박차를 가해 마무리하면 파국을 면할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그런 불행한 일이 되풀이되면 안되는 거고 안되도록 제가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장관은 또 유최안 부지회장에게는 "농성을 푸시고 같이 이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했으면 국민들도 좋아할 거고 더 이상 불행한 일들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부지회장은 "농성을 풀 수가 없다"고 답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유최안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 연합뉴스

이 장관은 "정부를 믿고 저도 노동조합을 했는데 여러분들이 더 이상 힘들어하고 파국으로 가는 것은 누구도 원치 않기 때문에 한번 믿어달라"고 했고 유 부지회장은 "파국을 원하는 게 아니고 요구 사항 들어보면 진짜 아무것도 아닌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정부를 믿고 이번에 어쨌든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우리가 운동을 해야 되는 건데 지금 많은 분들이 우려하고 있으니까 이건 충분히 저는 노동조합의 요구가 전달이 됐다고 보고 있다"며 "한 번 더 생각하시고 건강하셔야지 그래야 또 우리 자식들을 위해서라 동료들을 위해서 또 하실 일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유 부지회장에 이어 선박 점거로 고공 농성 중인 6명의 조합원들도 만나 대화를 한 뒤 현장을 떠났다.

연합뉴스

앞서 이날 오전 거제 대우조선해양 1도크 파업 현장에는 하청노동자들이 파업을 이어갔다. 이들은 취재진에게 "윤석열 정권은 조선 하청 노동자들의 30% 임금 인상과 노조 활동 보장을 하라"고 촉구했다.

김형수 조선하청지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권력 투입을 오늘 시사했는데 잘못됐다"며 "우리 얘기를 한 번이라도 듣고 정부가 대주주 산업은행에 노사 간 대화로 풀어보라고 얘기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남지역 노동시민단체들은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에 대한 강경 대응은 파국"이라며 강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

민주노총 경남본부와 전국금속노조 경남지부, 투쟁하는 노동자와 함께 하는 경남연대는 이날 창원에 있는 국민의힘 경남도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정부의 강경 대응이 현실화된다면 우리는 모두 거제로 향할 것이다. 우리가 하청노동자들의 방패이자 울타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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