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정부가 '대학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규제 완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지난달 23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주최한 하계 대학총장 세미나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없는 이유는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해 간접적으로 규제됐기 때문"이라며, 이를 완화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안을 내겠다고 말했습니다.
전국 133개교 총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14년간 대학 등록금이 동결돼 재정난을 겪고 있다는 호소가 나오자 답변한 것입니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대학은 직전 3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 인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가장학금 2유형 사업에 참여하려면 등록금을 올려선 안 됩니다.
국가장학금 2유형은 평균 등록금을 동결·인하하고 교내장학금을 유지·확충한 대학에 지원되기 때문인데요. 즉, 국가장학금 사업이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을 간접적으로 방어해온 요인인 것이죠.
실제 4년제 일반·교육대학 194개 학교의 '2022년 4월 대학정보공시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96.9%인 등록금을 동결(180개교) 또는 인하(8개교)했습니다. 하지만 학생 1인당 연간 평균등록금은 676만 3100원으로 전년대비 1만 8400원이 증가했습니다.
국가장학금은 2012년 도입돼 저소득‧중산층 이하 가정에 예산을 차등 지원해 등록금 부담을 덜어주는 교육부 소관 사업입니다.
국가장학금 1유형은 기초‧차상위 계층을 비롯해 소득분위 8구간 이하인 학생에게 등록금을 차등 감면해주는 '학생직접 지원형'이며, 2유형은 '대학연계 지원형'으로 1유형 신청자에 한해 대학이 수립한 자체지원기준에 따라 등록금을 지급합니다.
교육부는 하루 만에 장 차관의 발언을 해명했습니다. 지난달 24일 '대학 등록금 규제 관련하여 충분한 의견수렴을 거쳐 검토해 나갈 예정입니다'라는 보도자료를 내어 등록금 인상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 선을 그었는데요.
하지만 이미 지난 5월 공개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는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를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이는 법을 만들거나 고치는 대신 국가장학금과의 연계만 없애 대학들에게 고등교육법에 따른 법정분을 인상할 수 있도록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뜻입니다.
올해 대학 등록금 법정 상한 인상률은 1.65%입니다. 2023년 법정 상한은 정부의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토대로 계산하면 약 3.8%까지 치솟습니다. 내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의 기준이 되는 직전 3개 연도 평균 물가 상승률은 0.5%, 2.5%, 4.7%를 기하평균한 값인 2.55%인데요. 여기에 1.5배를 곱해 내년 법정 상한인 3.825%가 나옵니다.
학생들은 정부의 대학 등록금 규제 완화에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전대넷)와 전국교수노동조합 등 대학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과 가정에만 재정 책임을 떠넘긴다며 정부와 대학을 규탄했습니다.
전대넷 측은 "사상 최고치에 달하는 물가 상승 탓에 대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며 "그간 대학들이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계절학기 등록금,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을 인상하고 성적장학금을 줄이면서 체감 등록금은 오히려 증가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대학내 재정 사용에 대한 자성과 이에 대한 정부의 감시 강화 없이 등록금 인상만을 이야기하는 건 모순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줄기차게 주장해왔습니다.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재정적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건데요.
지난달 26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공개한 일반대학 총장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대학 발전을 위해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대학 재정지원 평가(44.30%), 등록금(40.51%)이 꼽혔습니다. 특히, 수도권 대학 총장들은 '등록금' 규제 완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답했습니다.
이민지 전대넷 의장은 정부와 대학을 향해 "(국가장학금 2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를 두고 고민할 게 아니라 대학 재정 구조를 변화시킬 것"을 요구하면서 "2020년 코로나19로 대학 수업이 온라인으로 전환돼도, 학생들이 등록금을 반환받지 못한 근본적 이유는 등록금 수입에만 의존하는 대학 재정 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대학교육연구소는 지난달 27일 연구자료를 통해 "등록금 규제를 풀면 재정난을 호소해온 상당수 사립대학들이 등록금 인상을 고민하거나 추진하겠지만, 학생충원 걱정이 없는 대학과 있는 대학 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등록금 인상 논의 중단과 함께 "수익자부담의 원칙 폐지와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의 책임 강화"를 주장했습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물가 잡겠다고 월급 동결하면서 등록금은 올리겠다니", "사학재벌들만 좋은 일이다" 등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는 목소리와 함께, "14년간 동결했으면 오를 때도 된 것 같다", "등록금 인상으로 대학 경쟁력을 키우고 그렇지 않으면 도태돼야 한다"는 등의 의견도 나오고 있습니다.
대학 등록금 인상,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