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완주군 소양면 대흥리의 산골에 있는 위봉마을에는 직접 중고 농기계를 구입해 이웃의 밭을 갈아주는 '농부 목사'가 있다.
위봉교회의 안양호(60) 담임목사는 지난 2018년 폐허였던 교회에 부임한 후 매주 수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하곤 이웃의 밭을 갈아주고 고장 난 농기계를 수리하는 등 마을과 함께 살고 있다.
해발 350m 분지에 있는 위봉마을은 산길이 없어 밭농사가 쉽지 않다. 안 목사는 이런 환경에서 밭일을 하는 어르신들을 위해 트랙터와 경운기, 관리기, 예초기, 땅속작물 수확기 등 중고 농기계를 직접 구입했다.
이렇게 구입한 중고 기계만 총 20대에 이른다. 최근에는 어르신들이 장작 패는 모습이 안타까워 유압도끼까지 샀다.
안 목사는 경사지고 풀이 우거진 뙈기밭을 갈다 트랙터가 뒤집혀 병원 신세를 지는 등 매년 크고 작은 사고를 당한다.
안 목사는 "힘들게 일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말한다.
군산기계공고와 서울시립대를 나와 미(美) 코넬대 박사학위까지 갖고 있는 안 목사는 어르신들의 농기계가 고장이 나면 곧바로 달려가 무료로 수리해 준다.
안 목사는 "예배와 찬양만이 목회 활동은 아니다. 어르신들이 꼭 필요로 하는 것을 채워드리는 것도 목회다"며 "다행히 기계를 다루고 수리하는 재능이 있으니 어르신들을 도와드릴 수 있다"고 말했다.
안 목사는 자신이 지은 고구마를 집마다 한 박스씩 나눠주었다. 작년부터 1,300㎡ 규모의 포도 농사를 지어 이웃과 함께 나누고 있다. 그는 또 과거에 배워둔 제빵 기술로 빵을 만들어 인근의 학교 학생들과 군부대에 나눠주는 봉사도 수년째 하고 있다.
안 목사는 "마을 주민을 위해 농기계를 사들였는데 비가림막이 없어 중고 농기계가 녹슬고 노후화하고 있다"며 "농기계를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소박한 꿈을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