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구하러 갔는데 빈손으로…커지는 바이든 비판에 중국도 가세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왕세자와 주먹인사까지 했지만
사우디 석유 증산 확답 못받고 돌아온 바이든에 현지 매체 반응 싸늘
중국도 '중동에서 미국 영향력 줄었다'며 비판 가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우디아라비아 순방에서 원유 증산, 이란 핵 문제 대응 등에 협조를 약속받지 못해 빈손 귀국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사우디 왕세자의 인권 문제를 무릅쓰고 택한 이번 순방에서 관계 개선에는 실패하고 실리도 얻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국의 주요 매체들은 바이든의 사우디 순방에 대해 혹평을 내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로서는 미국과의 냉랭한 관계 여파로 고립됐던 외교무대로 다시 나아갈 기회를 얻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순방에서 성과를 냈는지 평가받기 위해서는 적게는 수주에서 수개월까지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논평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 도착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주먹 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로이터 통신은 바이든 대통령이 무함마드 왕세자와 만남에서 '주먹 인사'로 관계 개선에는 첫발을 내디뎠지만 큰 성과가 없어 방문할 가치가 있었는지 의구심이 제기된다고 했다. 특히 시급한 현안인 원유 증산과 관련해 구체적인 합의가 없었던 것은 세계 경제에 불확실성만 키웠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카네기국제평화재단 에런 데이비드 밀러를 인용해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인권, 러시아에 맞선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는 시점에 억압적이고 무자비한 사우디의 지도자(왕세자)를 만나러 갔다"고 지적했다. 이어 "왕세자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듯했다"며 "이번 방문으로 왕세자의 지도력이 유효하게 됐고, 미국 대통령의 지위를 일련의 이익과 맞바꿨는데 그 이익의 대부분은 이미 사우디의 것이었다"라고 혹평했다.

15일(현지시간)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홍해 연안 제다의 알 살람 궁에서 무함마드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와 회담하고 있다. 사우디 왕실 제공

중국도 중동 지역에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며 비판에 가세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자매지인 글로벌타임스는 "미국이 석유 위기에 처해 있을 때 중동 국가들과 친해지기 위해 유턴하는 것은 중동 국가들에 미국의 이기심과 위선을 더 노출하는 것"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주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한 것은 중동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의 중동 방문은 실익이 없고, 부끄러운 것"이라며 "미국은 이란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력을 형성하고, 러시아로부터 석유 수입을 줄이기 위한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증산을 추진했지만, 이 목표 중 달성된 것은 하나도 없다"고 깎아내렸다.

주이스라엘 중국대사관도 지난 16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중동은 중동 지역 주민의 땅이지 누구의 뒷마당이 아니다"고 일침을 가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를 방문,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 및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회담하고 원유증산을 요청했으나 확답을 얻지 못했다. 사우디 측은 산유량은 미국 요구가 아닌 OPEC+의 계획에 따를 것이라고 말해 바이든 대통령의 요청을 무색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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