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의 사랑과 손흥민(30·토트넘)의 팬 서비스 모두, 마지막 날까지 뜨거웠다.
한국에서 두 차례 친선경기를 치른 토트넘 선수단이 17일 오후 2시께 전세기편으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영국으로 출국했다.
출국 3시간여 전부터 터미널의 입구부터 전세기 전용 수속대를 거쳐 출국장으로 향하는 문까지 수백 명이 몰려들었다. 손흥민과 토트넘 선수들로부터 사인을 받기 위해 온 팬들이었다.
정오를 지나자 인파는 500여 명에 달했다. 아직 선수들이 오지 않았는데도 조금이라도 앞으로 가기 위해 밀어대는 통에 노란색 리본으로 설치한 안전 라인이 점점 앞으로 밀렸다.
토트넘을 초청한 쿠팡플레이 측 보안 직원들은 "제발 다섯 발 뒤로 가주세요. 안 그러시면 사인이고 뭐고 없어요!"라고 목이 터지라고 외쳐야 했다.
선수단이 도착하자 팬들을 선수 이름을 외치며 사인을 요청했다.
루카스 모라와 히샤를리송이 몇 명에게 사인을 해줬을 뿐 나머지는 손 흔들며 인사만 한 채 출국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손흥민은 고향 팬들의 요청을 무시하지 않았다.
손흥민은 수속을 마치자 팬들에게 와 웃으며 한 명 한 명에게 웃으며 사인을 해줬다.
손흥민의 이름이 적인 종이를 손에 꽉 쥔 어린이들은 방방 뛰었다.
20대로 보이는 한 여성 팬은 손흥민이 사인하는 곳을 향해 황급히 뛰어가다가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사람들을 웃게 했다.
아들로부터 받은, 사인을 받아오라는 '미션'을 완수해낸 아버지는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쫙 폈다.
'즉석 팬 사인회'는 약 30분간이나 진행됐다. 손흥민은 비행기 이륙을 30여 분 남기고서야 급하게 자리를 떴다.
한국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팬 서비스'를 한 셈이다.
손흥민이 공항에 나타나면 유난히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팬들이 많이 보인다. 다른 스포츠·연예 스타들과는 다른 장면이다.
토트넘 유니폼에 마스크까지 한 초등학생 2학년 박서준 군과 함께 손흥민을 환송하러 온 아버지 박민성 씨는 "득점왕이자 팀의 에이스로서 유럽 무대를 누비는 실력도 대단하지만, 불편할 법한 상황도 대범하게 넘기는 인성 때문에 아이와 더욱 한마음이 돼 손흥민을 응원하게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