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뚫고 3년 만에 다시 열린 KBO 올스타전 개최의 목표는 오직 하나였다.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올스타 선수들은 야구 팬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시즌 KBO 올스타전은 8회초에 터진 나눔 올스타의 황대인(KIA)의 극적인 투런홈런으로 3대3 동점이 됐고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주자를 2루에 놓고 시작하는 승부치기 규정이 적용된 가운데 드림 올스타는 예상밖 카드를 꺼내들어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2만3750명의 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연장 10회초 포수 김민식(SSG)을 마운드에 올린 것이다.
드림 올스타 야수들은 김민식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2루수 황재균의 멋진 호수비를 펼쳤다. 김혜성의 안타 때 우익수 최지환은 강한 송구로 2루를 돌아 홈으로 쇄도한 최형우를 잡아냈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하지만 정은원은 김민식을 상대로 결정적인 3점홈런을 쏘아올렸다.
올스타전에서는 보기 드물게 관중석에서 야유가 흘러 나오기도 했다. 나눔 올스타가 연장 10회말 마무리 투수 고우석(LG)을 올리자 야구 팬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마치 '드림은 야수를 투수로 냈는데, 나눔은 왜 정통 마무리 투수를?'이라고 말하는듯 했다. 드림 올스타의 데이비드 뷰캐넌(삼성)은 그라운드에 나와 두팔을 벌리며 웃음기 가득한 얼굴로 항의하기도 했다.
경기는 나눔 올스타의 6대3 승리로 끝났다. 시상식에서도 이색적인 장면이 나왔다. 팀 승리를 책임진 고우석이 우수투수상을 수상하자 관중들은 "김민식~ 김민식~"을 연호했다. 야유가 섞였지만 악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 자체로 즐거워보였다.
올해 올스타전에서는 재밌는 장면들이 많았다. 이정후(키움)는 레게머리를 하고 등장했고 심판 대신 비디오 판독을 했다. 포수의 일탈(?)도 흥겨웠다. 김민식이 투수로 나섰다면 박세혁(두산)은 1루수로 나섰고 안정된 수비를 선보여 김태형 감독을 놀라게 했다.
김태군(삼성)은 '태군마마'로 변신했고 닉 마티니(NC)는 대타로 들어서기 전에 마티니를 한 잔 마셨다. 그라운드에 저승사자도 나타났고 다양한 만화 캐릭터도 보였다.
KIA 올스타들은 부상 당한 소크라테스 브리토의 쾌유를 기원하며 관중들과 함께 그의 응원가를 불렀다. 그러자 소크라테스에게 몸 맞은 공을 던졌던 김광현(SSG)이 그라운드에 달려나와 큰절로 사과하는 익살스런 장면도 있었다.
허구연 KBO 총재는 2022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가 위기에 놓였다고 진단하면서 어느 때보다 팬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수들 모두 한마음이었다. 승부의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았다. 마치 조금이라도 더 웃기기 위해 노력하는 예능인처럼 모두가 팬을 위해 노력했다.
드림 올스타의 김광현은 대상포진에 걸렸음에도 "야구 팬의 투표로 나왔기 때문에 그 약속을 어길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 올스타들은 팬을 위해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이날 첫 은퇴투어를 치른 이대호(롯데)는 "(투수들이 전력으로 던져서) 너무 좋다. 봐줄거라 생각했는데 전력으로 하면 나도 전력으로 해야겠다"며 의지를 드러냈다. 투수는 온 힘을 다해 공을 던졌고 타자도 집중했다. 그 와중에 웃음꽃이 끊임없이 피어났다. 진정한 축제 한마당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