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눈물' 올스타전이라 더 빛난 이대호의 첫 은퇴투어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롯데 이대호. 연합뉴스

"대호~ 대호~"

16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2 KBO 올스타전 행사 시작을 약 1시간 앞두고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쏟아진 비 때문에 그라운드에 방수포가 설치됐고 예정된 식전 행사는 지연됐다.

오후 6시가 가까워지자 빗줄기는 서서히 잦아들었고 방수포를 치우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다. 올스타전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신호에 야구장을 가득 채운 2만3750명의 팬들은 환호했다.

그라운드 정비 작업이 약 50분 동안 진행되자 야구 팬들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스스로 방법을 찾았다. 10개 구단 팬들은 각자 응원하는 팀과 선수의 응원가를 차례로 불렀다. 가장 먼저 잠실구장에 울려퍼진 응원가는 바로 "대호~ 대호~"였다.

롯데 자이언츠의 살아있는 레전드 이대호의 마지막 올스타전, 코로나19를 뚫고 3년 만에 개최된 2022년 KBO 리그 별들의 축제를 정의하는 키워드다.

올해 올스타전은 이대호에게 개인 통산 10번째이자 현역 생활 마지막 무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정든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에 열린 KBO 올스타 프라이데이 행사부터 이대호를 향해 관심이 집중됐다. 야구 팬은 아쉬움을, 이대호는 울컥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올스타 이벤트는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만 40세 베테랑을 위한 예우 수준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대호는 변함없이 건재한 기량을 과시해 야구 팬을 즐겁게 했다.

이대호는 지난 15일 진행된 홈런레이스에서 개인 통산 세 번째 우승을 차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나이가 들어서 멀리 치지도 못하는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던 이대호는 "쉬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팬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모두 쥐어짜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대호는 배팅볼을 던져준 삼성 라이온즈의 포수 김태군과 나눠 갖기로 한 상금 500만원을 기부하기로 결정해 올스타전의 의미를 더욱 빛냈다.

이대호는 자신의 마지막 올스타전을 즐기겠다고 다짐했다. 드림 올스타의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매타석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매순간 울컥한 마음을 감추기는 어려웠다.

이대호는 중계방송사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즐기고는 있는데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울컥울컥 올라온다"며 "팬들에게 너무 감사드리고 말로는 표현을 못하겠는데 마음 속에 간직하면서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롯데 이대호와 악수를 나누는 이승엽. 연합뉴스

올스타전 5회말이 끝난 뒤에는 이대호의 은퇴투어가 막을 올렸다.

KBO는 이대호의 멋진 경기 장면들이 담긴 사진 액자를 선물했다. 모든 야구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대호는 가족과 함께 나란히 서서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그리고 쏟아지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마이크를 잡은 이대호는 "너무 감사드리고 저보다 와이프가 많이 울 줄 알았는데… 남은 시즌 마무리를 잘하고 더 좋은 사람으로 남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너무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남은 경기 최선을 다해서 좋은 결과로 보답하겠습니다"고 팬들에게 인사를 건넸다.

이대호의 유니폼 뒷면에는 "덕분에 감사했습니다"라는 인사말이 적혀 있었다.

전광판을 통해서는 이대호를 위한 특별한 메시지가 전달됐다. 롯데 주장 전준우,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 일본 야구의 레전드 왕정치, 일본 소프트뱅크 시절 동료였던 야나기타 등이 이대호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모든 구단의 선수들과 팬이 모이는 올스타전에서 은퇴투어를 시작할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그만큼 이대호는 리그에서 특별한 존재였다. 이대호는 덕아웃으로 돌아가기 전에 팬을 향해 큰절을 올렸다. 그 순간 각기 다른 유니폼을 입은 모든 야구 팬이 하나가 돼 이대호를 연호하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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