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초구청 소속 공무원들이 6·1 지방선거 직전 4~5월 수 차례 해외연수를 다녀왔고, 예산 전용 의혹으로 논란이 된 가운데 감사 실시에 대해서 시청과 구청 모두 뭉개는 모양새다.
17일 CBS 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 관계자는 '해외 연수' 논란과 관련, 서초구에 자체 감사를 제안했으나 구청 측은 "문제가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청 또한 "자치구의 복무에 관한 사항으로 시에서 감사를 강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라 의혹이 제대로 규명될지 불투명해졌다.
앞서 서초구청 공무원 23명은 총 4차례에 걸쳐 호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아랍에미리트 등을 다녀왔다. 연수를 다녀온 명단에는 전임 조은희 구청장이 국회의원 출마로 사퇴하면서 직무 대리를 맡았던 천정욱 부구청장도 포함됐다.
문제는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점이 지난 3월 말부터 5월 31일까지 6·1지방 선거를 앞두고 구청 내 정치 중립과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행안부-시도 합동점검' 기간 속에 포함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구청 측은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관련해 선거 중립 및 공직기강을 철저히 확립해 행정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협조해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공문을 여러 차례 보내기도 했다.
이 시기 해외 연수를 다녀온 구 역시 서울시 25개 자치구 중 서초구가 유일하다.
특히 해외 연수에 다른 용도의 예산을 가져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과 관련해선 집중적인 감사가 필요함에도 어렵게 됐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단독 입수했던 '서초구 행정지원과 지출내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연수를 다녀온 시기인 5월 중순, 연수와는 목적이 다른 사업 예산이 '정책연수 관련 사무관리비 지출' 명목으로 총 8차례에 걸쳐 1380만 원이 지출됐다. 그러나 해당 시기에 정책 연수를 진행했던 예산 기록은 없다.
때문에 명목이 비슷해 보이는 다른 사업의 예산을 해외 연수에 끌어다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지방자치단체 예산 집행의 경우 한 사업 당 하나의 항목 예산을 집행할 수 있다. 만약 다른 사업의 예산을 끌어와 사용했을 경우 부패방지법 8조 행동강령 위반에 해당하는 '목적 외 예산 사용' 지적이 나올 수 있다.
서울시청 역시 감사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직접 감사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시청 관계자는 통화에서 "서초구 해외연수 보도 관련 감사를 진행할 것인지, 자체 감사를 제안한 것은 맞다"며 "현재까지 서초구에서 자체 감사가 진행되고 있진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예산 사용과 관련된 감사는 직원 복무에 관한 사항이고, 해당 건은 자치구 자체 감사 사항"이라면서도 "만약 감사원의 요청이 있거나, 위법 사항이 명백히 드러났다면 우리가(시청이)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감사에 나서지 않으면서 서초구가 사안을 덮거나, 지자체 감사를 실시하더라도 '셀프 감사'여서 결국 '봐주기'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감사 대상자 중에는 현직 부구청장이 포함돼 있다.
시청 관계자는 '봐주기' 감사가 될 우려가 있지 않겠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청장이 새로 부임하기도 했고 현재로서는 원칙상 서초구가 직접 감사에 착수하는 것이 맞다"며 시청 차원의 감사 실시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