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일해도 수당 없어…부산 간호조무사 근로 환경 '열악'

휴일·야간근무 수당이나 퇴직금 없는 '네트계약' 팽배
소규모 의료기관일수록 낮은 급여에 장시간 근무
부산 간호조무사 절반 이상이 휴가도 자유롭게 못 써

15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소규모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박진홍 기자

부산지역 소규모 병·의원 간호조무사 10명 중 6명은 휴일·야간수당이나 퇴직금을 받지 못하는 형태의 근로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규모 의료기관일수록 낮은 급여에 장시간 근무를 하는 실정인데, 표준근로계약서 작성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노동권익센터는 15일 오후 2시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부산지역 소규모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를 열고, "소규모 병·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의 절반 이상이 '네트계약'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노동권익센터가 지난 4월 12일부터 5월 4일까지 부산지역 병·의원 간호조무사 731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5.6%가 임금을 세후금액으로 계약하는 '네트계약'을 맺고 있다.
 
50인 미만 소규모 병·의원 간호조무사는 338명 가운데 64.5%가 '네트계약'을 맺었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는 의원이 73.3%, 5인 미만 사업장은 80.3%가 간호조무사와 네트계약을 맺은 것으로 파악됐다.
 
'네트계약'이란 병·의원에서 고용계약을 하면서 4대보험이나 소득세를 사업주가 부담하고, 세후 실수령 금액만 지급하기로 하는 계약 형태다.
 
이 경우 근로자는 휴일·야간근무를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고, 임금이 최저임금에 가까운 경우 실제 받는 금액은 최저임금보다 낮은 선에서 형성된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전필녀 연구위원은 "네트제는 주로 병·의원 사업장에서 이뤄지는 고용 형태인데, 근로기준법이나 노동관계법 원칙에 맞지 않는다"라며 "법을 준수하지 않는 병·의원 사업장이 많은 만큼, 표준근로계약서 등의 조례 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15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부산 소규모 의료기관 간호조무사 노동실태와 개선방안 토론회. 박진홍 기자

실제로 이번 조사에서 부산지역 간호조무사는 소규모 의료기관일수록 낮은 급여에 장시간 근무를 하는 실정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역 소규모 병·의원 간호조무사의 월평균 임금총액은 215.3만원으로, 부산시 생활임금인 월 227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병·의원 간호조무사의 20%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급여를 받았고, 5인 미만 병·의원 간호조무사 75.4%가 주6일 근무를 한다고 답했다.
 
게다가 간호조무사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휴가조차 자유롭게 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부산지역 소규모 병·의원 간호조무사의 61.2%가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고, 응답자의 63%는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에 대해 보상을 받지 못하거나 일부만 보상받았다고 답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인한 발열이나 호흡기 증상 때 개인 휴가를 썼다고 응답자도 63.6%나 됐다.
 
이 밖에 이날 토론회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 사용이 여의치 않은 점, 지나친 감정노동, 직장 내 성희롱·괴롭힘 등 간호조무사가 겪는 고충의 실정과 대책 등이 제시됐다.
 
토론회를 주최한 부산노동권익센터는 간호조무사 처우 개선을 위한 정책으로 부산시 차원의 연구와 지원 확대, 관련 조례 제·개정을 위한 위원회 구성, 5인 미만 의료기관에 대한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노사정 중심 대화 기구 마련 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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