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도 대만의 TSMC는 비켜 갔다. TSMC는 올해 2분기에 시장 예상을 웃도는 '역대급' 실적을 올렸다. TSMC는 고속 성장을 이어가 순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로는 처음으로 연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공산이 커졌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TSMC는 14일 2분기 실적발표에서 연결기준 매출이 5341억4천만 대만달러(약 23조61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43.5%, 전 분기 대비 8.8% 증가했다고 밝혔다. 미국 달러로 환산하면 2분기 매출은 181억6천만달러로, 시장 예상치 176억8천만달러를 웃돌았다.
특히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에 비해 무려 76.4% 증가한 2370억3천만달러(10조4800억원)로 집계됐다. 전 분기 대비로도 16.9% 증가했다. TSMC의 2분기 매출 총이익률(GPM)은 58.5%로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호실적의 배경은 역시 선단공정에서의 기술 우위였다. TSMC는 전체 웨이퍼 매출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를 7나노미터(nm=10억 분의 1m) 이하 최첨단 공정에서 올렸다. 바로 한국의 삼성전자와 경쟁하는 분야다.
분야별로는 고성능 컴퓨팅(HPC)과 스마트폰이 각각 43%와 38%로 전체의 대부분의 차지했다. 전 분기 대비 성장률로는 스마트폰은 3%에 그친 반면, 사물인터넷(IoT)과 차량용반도체가 각각 14%로 가장 높았고 HPC도 13%에 달했다.
웬델 황(Wendell Huang) TSMC 부사장 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 사업은 HPC, IoT 및 자동차 관련 수요로 뒷받침됐다"며 "3분기에도 업계 최고의 5나노 및 7나노 기술에 대한 지속적인 수요로 순항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TSMC는 3분기 전망에 대해서도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국의 도시 봉쇄 조치 장기화 등 글로벌 악재로 여러 전자기기의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소비자 수요 부진이 겹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반도체 산업 주기 전환에 대한 경고 신호가 더욱 분명해지고 있다"면서 "TSMC가 2분기 실적과 3분기 전망을 밝히는 14일 발표를 듣는 것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IC인사이츠는 "TSMC는 2016년부터 작년까지 매 3분기마다 전분기에 비해 평균 16%의 매출 증가를 기록했고, 2011년 이후에는 한번도 3분기 매출이 2분기에 비해 줄어들지 않았다"고 관전 포인트를 설명했다.
TSMC는 3분기 전망치로 매출 198억~206억달러와 GPM 58.5%, 영업이익률(OPM) 48%를 제시했다. 이는 매출 186억달러, GMP 56%였던 시장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중간값 기준으로 보면 3분기 매출은 전 분기 대비 11% 증가하는 셈이다.
TSMC는 또 연간 기준으로도 매출 증가 전망치를 달러 기준 30%대 중반 증가로 상향 조정했다. 기존 전망치는 26~29%였다. TSMC는 다만 장비공급 지연 등을 이유로 올해 자본지출(CAPEX) 규모가 앞서 제시한 400억~440억달러의 하한선 수준일 것이라고 언급했다.
웨이저자(魏哲家) TSMC 최고경영자(CEO)는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지만 TSMC의 기술 리더십은 계속해서 발전하고 우리의 성장을 지원할 것"이라며 "고객사의 수요는 계속 우리의 공급 능력을 초과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TSMC 발표에 대해 "최근 미국 마이크론의 부진한 수익 전망은 일부 투자자들을 겁먹게 했지만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TSMC의 실적 발표는 반도체 경기둔화의 어두운 그림자를 지우는 결과"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날 한국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장 초반 강세를 보이며 출발했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TSMC의 2분기 견고한 실적과 3분기 가이던스 상향 조정은 최근 반도체 산업에 대한 비관론이 과도했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점에서 투자 심리에 우호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TSMC의 실적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본 닛케이는 "전 세계에 퍼진 경기후퇴 우려로 올 하반기 시장 수요 감소가 예측돼 지금과 같은 높은 수익률을 유지하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TSMC는 올해 순수 파운드리 업체로서는 처음으로 전 세계 반도체 연간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TSMC는 지난해 GPM 51.6%로, 55% 이상으로 추산되는 인텔에 근접했다. 올해는 인텔을 능가하며 앞서 나가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영업이익 1위는 인텔과 삼성전자가 번갈아 차지해왔던 불가침의 영역이지만 올해 TSMC가 두 회사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연간 반도체 영업이익 1위 기업에 등극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