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59분 동안 몰래 P의 반응을 살폈다. 스크린에 몰입한 그에게서 간간이 웃음이 터져 나왔고, 그 중심에는 의외의 신 스틸러 '이것'이 있었다. 무엇이 그를 감탄하게 하고 또 웃겼는지, 이번 편에서는 '토르: 러브 앤 썬더' 속 캐릭터를 살펴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P기자를 만족시킨 타이카 와이티티의 '오늘 한정' 드립 그리고 GNR
장발에 로큰롤 스타일 의상을 입고 나타나 건즈 앤 로지스(GNR)의 '웰컴 투 더 정글'에 맞춰 액션을 선보이는 토르(크리스 헴스워스)는 유쾌하고 또 유쾌하다. 이후에도 영화는 숨길 수 없는 개그 본능을 지닌 감독 특유의 개성이 강하게 묻어난다. P는 "'라그나로크'와 마찬가지로 새로운 우주 배경에 상상력 한 스푼을 끼얹는 능력이 좋았다"고 평가했다.
"'쩍벌'로 대표되는 초반 전투 장면 그리고 옴니포턴트 시티의 전경과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만두 신(神)을 비롯해 개그 캐릭터들이 넘쳐나 그거 찾느라 스크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오늘 한정' 드립과 함께 아스가르드의 아이들이 전사가 되어 싸우는 장면도 즐거웠다. 아이들답게 싸우는 모습에 무척 심각한 상황이었음에도 웃음이 터졌다."
이번 영화의 기대 포인트 중 하나는 바로 '음악'이었다. 전작에서 레드 제플린의 '이미그런트 송'을 활용해 열광적인 반응을 끌어낸 바 있는 감독은 예상대로 예고편에 미국 하드 록 밴드 건즈 앤 로지스의 '스위트 차일드 오 마인'을 사용하며 한껏 기대를 높였다.
"콘셉트를 잘 잡았다. 토르의 캐릭터, 우주 활극 등 영화의 배경과 진행에 록 음악이 이처럼 잘 어울릴 줄은 몰랐다. 건즈 앤 로지스의 음악을 잘 이해하면 할수록, 그 가사를 잘 알면 알수록 영화를 보는 재미는 더 커졌을 것이다."
팬들을 웃기고 울리는 토르라는 캐릭터
P기자는 영화가 '라그나로크'부터 시작된 토르의 고뇌와 성장이란 흐름을 이어가길 바란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기보단 다른 방향을 선택했다고 짚었다.
"토르는 원래의 마냥 유쾌한 토르로 돌아갔다. 오히려 그게 마음에 들었다. 원년 멤버의 단독작 중 웃음에 대한 기대치가 가장 높은 영화는 개인적으로 토르다. 토르 영화는 웃기면 된다.
굳이 들여다보자면, 토르는 오히려 해탈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천년 넘게 사는 존재가 언제까지 미드가르드(인간들이 사는 중간 땅)에 있었던 일에 사로잡혀 있겠는가(제인과의 사랑은 제외). 말로 표현하지 않았을 뿐이다. 근육질 등판이 공개됐을 때 로키를 기리는 내용의 문신이 눈에 띄었다."
토르의 등은 먼저 떠난 이들을 기리기 위한 문신으로 가득하다. 로키 외에도 종이 모양 문신에는 토르의 엄마, 아빠, 헤임달, 토니 스타크, 나타샤 로마노프의 이름을 새겼다. (울컥)
긴 설명이 필요 없는 빌런…닥스의 망토 위협하는 토르 신 스틸러
북미 영화 예매 사이트 판당고가 실시한 '2022 여름 가장 기대되는 영화 히어로-빌런-사이드킥' 설문에서 가장 기대되는 빌런 1위는 고르(크리스찬 베일)가 차지했다. 단연 눈에 띄는 캐릭터인 고르에 대해 P는 "긴 설명이 필요 없다. 슈퍼히어로 영화에서 손에 꼽을 정도로 존재감이 대단했던 악역"이었다고 감탄했다.
"원작 속 고르는 멀티버스 토르들이 힘을 합쳐 싸워야 할 정도로 강력한 캐릭터다. 영화에서는 토르와 마이티 토르의 협업으로 제한한 결과 원작만큼의 위력을 보여주진 못했다. 캐릭터를 살렸다면 스케일이 훨씬 더 커졌을 텐데, 대신 영화는 고르의 서사에 더 집중했다. 크리스찬 베일은 '다크 나이트'의 그 복잡한 심리와 고뇌를 이해하고 표현했던 배우다. 어둠의 행성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스톰 브레이커! 결정적인 웃음 포인트에는 항상 스톰 브레이커가 있었다. 닥터 스트레인지의 귀여운(?) 망토가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스톰 브레이커의 유쾌한 장면들이 쏟아졌다."
머글('해리포터'에서 '보통 인간'을 가리킴)인 필자는 보지 못한 게 무엇이었을까요, 덕후 P.
"옴니포턴트 시티에서 염소를 앞세워 도망칠 때 '이터널스'에서 첫선을 보였던 살아있는 셀레스티얼이 등장했다. 이터니티도 모습을 드러냈다. MCU의 우주는 계속 그렇게 확장되고 있다."
꼭 말하고 싶었는데 머글이 묻지 않아서 말 못한 게 있다면 무엇이든 말해 주세요, 덕후 P!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발할라를 표현한 부분은 흥미로웠다. 반드시 전투 도중 사망해야 발할라에 갈 수 있다는 말에 실망하는 시프(제이미 알렉산더), 화려한 황금색 입구 앞에 선 헤임달(이드리스 엘바)과 제인 포스터 등 디테일이 좋았고, 자연스럽게 잘 녹였다."
마지막 한 줄 평의 시간이다.
"이제는 어른이 된 MCU 팬과, MCU를 처음 접하는 아이의 평가가 서로 다를 수 있는 영화(그런데 왜 저는 아직도 아이의 시선에 갇ㅎ….)"
<끝>
<마블 덕후 P는 다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