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11월에 발생한 탈북어민 북송사건을 둘러싸고 여야, 신구 정권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대북정책의 주무부처인 통일부는 2년 8개월 전에 탈북어민 북송의 정당성과 불가피성을 언론과 국회 등에 강력 설파했지만, 정권이 바뀐 지금은 "북송은 분명하게 잘못된 부분이 있다"고 입장을 정면으로 뒤집었다.
180도로 변한 정부 입장에 국민들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문제는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앞으로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할 수 있고, 이에 따라 역시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사건이 발생한지 2년 8개월이 지났지만 우리 사회에서 탈북어민 북송을 둘러싼 쟁점은 해소된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19년 11월 7일 탈북어민 2명의 북송 뒤 국회 외통위에 참석한 김연철 당시 통일부 장관은 보고에서 "유사 사례 발생에 대비해 중·장기적으로 법적·제도적 보완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 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간 형사사법 공조(범죄인 인도), 관련 매뉴얼의 확보" 등을 꼽았다.
김 전 장관이 탈북어민들이 표명한 귀순의사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며 정부가 내린 북송결정의 정당성을 국회에 설명하면서도, 북송의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흉악범죄의 기준, 귀순의사의 객관성 확보, 남북 형사사법 공조 등 4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며 법적·제도적 보완의 필요성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적 제도적 미비점에도 불구하고 당시 정무적인 판단에 따라 북송을 결정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먼저 흉악범죄의 기준이다.
야권은 현재 해당 탈북어민들이 동료 16명을 살해해 바다에 유기한 흉악범으로, 우리 사회가 윤리적으로 용인할 수 없고, 받아들일 경우 우리 국민들에게 해까지 끼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입장이다.
그런데 통일부에 따르면 살인 등 중범죄를 저지르고 내려온 북한 주민 23명이 이미 남한에 정착해 살고 있다고 한다. 귀순을 받아들였지만 북한이탈주민으로서 받는 각종 지원이 제한될 뿐이라는 것이다. 탈북 어민의 흉악성을 예외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중범죄를 지은 다른 탈북인과의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현 정부와 여권은 헌법에서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아무리 흉악범이라고 해도 귀순 의사를 표명한 이상 대한민국 국민이고, 국내법과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국내법 절차로는 증거부족과 현장 확인의 어려움 때문에 16명을 살해한 중범죄에 걸 맞는 처벌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반론이 뒤따른다. 북한을 탈출한 주민을 대한민국 국민으로 보는 헌법 취지를 살린다고 해도 흉악범죄의 정도 등 우리 사회가 용인할 수 없는 윤리적 선은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귀순 의사의 진정성 여부는 이번 사건의 가장 큰 쟁점이다. 당시 정부가 북송의 법적 근거가 부족한 상황에서 탈북어민들이 표명한 귀순 의사에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이유로 추방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귀순 의사라는 하나의 기준만이 있었다. 남한에 남겠다는 의사만 표명하면 남한 사회 정착을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그런데 탈북어민의 경우 귀순 의사에 더 해 '진정성'이라는 기준이 추가됐다. 귀순의사를 표명했으나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보다 강화된, 판정을 하는 사람에 따라서는 주관적일 수도 있는 기준으로 추방을 한 첫 사례가 바로 탈북어민 북송사건이다.
탈북어민들이 애초부터 귀순의사를 갖고 북한을 탈출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동해에서 우리 군의 추격을 받고 도망 다니다 나포됐다는 사실은 자발적인 귀순이 아님을 잘 보여준다. 중범죄를 지어 북한에서 도망쳤지만 자포자기한 상태에서 남측도 아닌 제3의 탈출을 의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런데 통일부가 공개한 북송사진을 보면 탈북어민에게 북은 결코 돌아가서는 안 되는 곳이라는 심경도 읽힌다. 적어도 판문점에서 북송되지 않으려고 몸부림을 친 어민 한 명은 나포 후 귀순하는 쪽으로 심경을 변화했을 수도 있다.
탈북어민은 그 해 11월 2일 나포돼 7일 오후 3시에 북송됐다. 길어야 4일이라는 조사 기간이 탈북어민들의 범죄사실과 각각의 역할을 정확히 밝히고,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좀 더 객관적으로 확인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탈북어민 북송을 둘러싼 논란은 근본적으로 남북관계의 이중성 때문이다. 남과 북은 유엔에 동시 가입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지만, 동시에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한 관계로도 규정된다.
국가 대 국가의 관계라면 출입국관리법의 논리에 따라 탈북한 중범죄인을 강제퇴거나 추방을 할 수 있고, 향후 범죄인 인도 등 국가 간 형사법공조를 모색할 수도 있지만, 남북의 이른바 '특수관계'에서 볼 때 탈북어민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에 강제퇴거, 즉 북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어민 추방은 남북관계의 특수성보다는 국가성이 더 강화되는 최근 추세를 반영한 결정으로도 관측된다.
그러나 남북관계의 두 측면이 충돌하는 지점에서 발생한 논란이기 때문에 절충이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현 정부가 이전 정부가 내린 통치행위 차원의 결정에 대해 수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본질을 벗어나 과도하게 정치화될 가능성이 높다. 탈북어민 북송을 둘러싼 논란이 문제제기 및 쟁점을 해소하는 방향이 아니라 정치공세와 보복수사의 흐름으로 간다면 앞으로 남북 간에 발생할 수 있는 유사 사안의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할 수도 있다.
전직 통일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탈북어민 범죄사실의 확인문제, 헌법의 해석문제, 윤리적 선을 넘는 탈북 범죄인에 적용할 법체계의 문제, 정부의 추방 결정에 대한 국민들의 사회적 공감대 형성 문제 등이 다양하게 얽혀 있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 때문에 앞으로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에 이 기회에 탈북어민 북송을 둘러싼 다양한 쟁점의 해소방안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차분하게 법적 정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