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르익는 '8·15 대사면론'…이재용, 마침내 '족쇄' 벗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자료사진. 박종민 기자.

광복절을 한 달 앞두고 경제인의 특별사면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정치권과 재계를 중심으로 다시 일고 있다. 초유의 복합 위기 극복을 위한 '대사면론'에 무게가 실리는 가운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포문은 홍준표 대구시장이 열었다. 홍 시장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명박(MB)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정·재계 인사를 대대적으로 사면할 것을 요청했다.

홍 시장은 "곧 8·15 광복절이 다가온다. 옛날 왕조시대에도 새로운 왕이 등극하면 국정 쇄신과 국민 통합을 위해 대사면을 실시해 옥문을 열어 죄인을 방면했다고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돌아오는 광복절에는 국민 대통합을 위해 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치권 인사를 대대적으로 사면하고,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해 경제계 인사를 대사면해 국민통합과 경제 대도약의 계기로 삼도록 윤 대통령께 요청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최근 들어 다소 잠잠하던 '8·15 대사면론'에 재차 불을 댕겼다. 청년의꿈 웹사이트 캡처.

홍 시장은 12일에는 대구·경북을 연고로 삼고 있는 삼성 라이온즈 야구단의 연패 위기 탈출 방법을 묻는 한 누리꾼의 질문에 "구단주가 사면되면"이라는 답글을 달기도 했다.

삼성그룹의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사면을 농담조로 다시 언급한 것이다. 다만 현재 삼성 라이온즈의 구단주는 삼성카드 대표이사 사장을 지낸 원기찬 구단주 겸 대표이사다.

홍 시장이 광복절을 한 달 여 앞두고 최근 들어 다소 잠잠하던 '8·15 대사면론'에 재차 불을 댕기자 불씨는 정치권 안팎으로 빠르게 번졌다. 일단 대통령실은 13일 오전 "이 시점에서 확인해드릴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을 아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월례포럼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주요 기업인의 사면에 찬성한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 총리는 같은날 오후 "처벌이 이뤄졌고 괴로움도 충분히 겪었다고 판단되면 사면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국민적 눈높이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했다.

줄곧 경제인 사면을 요청해온 경제단체도 힘을 보탰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5단체는 문재인 정부 당시 석가탄신일을 앞두고 '경제발전과 국민통합을 위한 특별사면복권 청원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은 같은날 오후 "경제가 어렵다 보니까 (경제인을) 좀 더 풀어줘야 활동 범위가 넓어지고 자유롭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사면이) 우리 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의 회장이 13일 '제45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에서 기자간담회를 하는 모습. 대한상의 제공.

경제계에서는 대한민국 경제가 초대형 복합위기를 뜻하는 '퍼펙트 스톰'을 극복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부 경제인의 발에 채워진 '족쇄'를 하루 빨리 풀어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이 부회장은 지난해 8월 가석방된 이후 취업제한 논란으로 경영활동에 제약이 크다. 해외에 나가려면 법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또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재판도 진행 중이라 매주 법원에 출석해야 한다.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달 만 18세 이상 성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50.2%가 기업인 사면에 찬성했다. 특히 "기업인 사면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3.1%로 과반을 넘었다.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달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상대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는 이 부회장의 사면에 대해 응답자의 무려 71.7%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적극 찬성한다'는 비율은 52.2%에 달했다.

특별사면은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실이 1차로 안을 내면, 이를 법무부에서 세부 검토한 뒤 대통령실이 재검토하는 순서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의 최종 재가를 통해 사면 대상이 결정된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이번 광복절 특사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간이 주도하는 역동적 경제'를 내세운 윤 대통령의 취임 후 첫 사면권 행사인 데다 물가·환율·금리 등 3고(高) 위기 속에 경제인의 역할이 한층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앞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취업제한 규정' 위반 불송치결정에 대한 이의신청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이 부회장을 취업제한 위반 혐의로 고발했던 일부 시민단체들의 반발은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문 대통령 당시 경제인 사면에 대해 "경제살리기와 무관한 재벌 봐주기일 뿐"이라고 반발하기도 했던 이들 단체는 14일 경찰의 불송치 결정을 비판하며 이의신청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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